고독한 먹기행 (27) - 강남구 대치동의 '농민백암순대 본점'
좁은 골목 마주 보며 위치한 본관과 별관 탓인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욱 무섭고 강렬하게 느껴졌다. 서울에서 이 정도의 순대국밥 열기는 처음 경험해 봤다. 서울 순댓국 맛집으로 항상 뽑히는 그곳. 대전 순댓국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충청도인 필자가 직접 방문해 봤다.
강남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농민백암순대 본점', 어디 한 번 만나러 가보자.
※ '농민백암순대'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1:10 ~ 21:00 (라스트오더 20:30) / 매주 일요일, 공휴일 정기휴무
* 토요일은 15:30 마감 (라스트오더 15:00)
- 주차 공간은 본관, 별관 옆으로 6대 정도의 공간이 있지만 불가하다 보는 것이 맞겠다.
* 마주 보고 있는 두 건물 사이 좁은 골목길로 사람들이 무리 지어 웨이팅 중이기에 굉장히 혼잡하다. 공간이 있다 해도 굳이 대고 싶지 않을 정도
- 본관, 별관 두 곳을 양쪽에 두고 운영 중
- 가게 입구 쪽 대기판에 '인원수+이름의 성(姓)'을 적고 기다리면 직원분이 호명해 주신다.
* 예시) '3 최' 라 적으면 세 분 최! 하고 호명해 주시는 방식
* 본관, 별관 모두 적는 란이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꼼수로 양쪽에 모두 적어두고 빨리 호명되는 쪽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 한창 시간의 웨이팅, 점심 11시 반 기준 필자는 35분가량 대기해야 했다. 괴롭더라.
- 본관 기준, 테이블식과 좌식이 혼재된 구조. 호명되면 빈자리에 착석해야 한다.
- 화장실은 건물 화장실로 반 외부 (남녀 공용)
- 잡내 없는 퀄리티 있는 수육, 매력적인 백암순대.
- 순대국밥은 굉장히 걸쭉한 스타일인데, 마늘이 포인트 같다.
- 수육 · 정식의 경우 주문 가능 시간이 있다. 하단 메뉴판 참고. (재료 소진 시 마감도 가능)
- 2인이서 방문한다면 국밥1+정식1을 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오래간만의 강남. 그것도 한창 시간대, 직장인 밀집 지역 내 유명 맛집. 어마무시하다. 골목을 들어가자마자 움찔해 버린 필자다. 아무리 맛집이라 해도 웨이팅은 선호하지 않는 필자인데, 추운 날씨, 앞이 깜깜하구나.
본관을 마주 보고 별관 앞에서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대기 중인데.
골목을 들어가면 대략 이런 광경이다. 모르는 사람이 오면 강남에 순댓국 거리가 있었나 할 정도. 순댓국 맛집이 많은 대전도 이 정도는 아닌데, 서울, 정말 사람 많다.
그렇게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인원과 약식의 고객명을 적으면 자리가 날 때 호명된다. 성이나 이름의 일부를 적는 듯한데, 막 적는 듯하다. 흔하지 않은 성씨들이 굉장히 난무하니 말이다.
살짝 들여다본 본관의 내부. 생각보다 테이블 회전은 빠르지 않은 편. 필자가 느끼기에 대부분 느긋하게 순대국밥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영업시간 정보다. 그렇게 35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필자의 순서가 호명되었다. 날이 추워 출입구 쪽은 아니길 바랐는데, 다행히도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좌식) 괜찮을지 물어봐 주셨는데, 안쪽이라 더욱 좋았다. 그렇게 입장이다.
내부는 꽤나 아늑한 편.
'농민백암순대'의 메뉴판. 단순하다. 순대 맛집에서 자주 등판하는 오소리감투(꼬들꼬들한 식감의 돼지 위)도 보이고 말이다. 처음이니 소정의 수육과 순대를 퓨어하게 즐기기 위해 국밥 1그릇과 정식 1개를 주문.
작은 글씨로 수육/정식 관련 설명이 적혀 있는데, 옮겨 적자면.
'메뉴시간 수육 · 정식 11:10 ~ 13:00 / 17:30 ~ 19:30, 앞서 소진될 수 있습니다.'
수육과 정식의 경우 나름 제약이 있나 보다. 다행이구나. 점심때 방문해 주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착석과 함께 빠르게 테이블은 세팅되었다. 깍두기, 양파, 고추, 부추, 된장, 새우젓. 깍두기는 적당히 익은 정도다. 새우젓은 일반 새우젓 대비 큼직한 것이 육젓만큼은 아니지만 오젓 정도는 되어 보이기도 하고. 된장에도 주목하면 좋겠다. 메주콩의 색상도 그렇고 일반 된장이 아닌 담근 장의 냄새가 나는데, 맛도 그렇다.
무엇보다 고추와 양파 찍어 먹으라고 된장에 공을 들였을 리 없을 것 같은데, 수육을 위함일 가능성이 높겠구나 추리해 보는 필자다. 수육 맛이 기대된다.
먼저 나온 '농민백암순대' 정식의 순대와 수육. 순대 4점, 수육 4점. 수육은 한 점이 꽤나 큼직하다. 머릿고기 수육으로 추정되는데, 은평구 대조시장 순댓국집의 부드러운 머릿고기 수육과 생긴 것이 상당히 흡사하다.
먼저 시식. 음, 역시나 병천보다는 자극적이지 않은 순대. 속 편한 순대라 부르고 싶다. 다채롭게 어우러져 감칠맛이 좋은 순대 맛. 잡내도 크게 없다. 그리고 수육. 굉장히 부드럽구나. 잘 삶은 아롱사태, 소머리 수육을 먹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부드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결결이 숙숙 씹히는 맛도 좋다. 마찬가지로 굉장히 깔끔하게 삶은 듯한 맛.
이어 국밥까지 등장해 본격적인 식사 시작이다. 이곳은 얼큰까지는 아니지만, 미리 다대기와 함께 끓여져 해장국스럽게 나오는 순댓국.(고추, 다대기, 들깨가루 종지도 따로 있다.) 국물을 한 모금 먹는데, 음. 뭔가가 독특하면서도 익숙하다. 무슨 맛이지? 국물을 한참이나 여러 번 음미했다.
걸쭉한 스타일의 순댓국이야 자주 접할 수 있지만, 맛은 일반적이지가 않다. 국물에서 계속해서 신경 쓰이는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한 맛이 느껴졌는데.
그러던 중 훅 치고 들어온 아주 약간 '모이세해장국'에서 느낀 듯한 아리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국물 맛. 다진 마늘인가? 정확하진 않지만 다진 마늘을 한 스푼 넣었을 때 느껴지는 '모이세해장국'의 향기가 나더라.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라 정확하진 않다.)
국물은 굉장히 친숙한 육수의 느낌이었는데, 순댓국스럽다기보단 잡내 없이 깔끔한 해장국 스타일의 감칠맛이 도는 국물. 때문에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잡았을 수도 있겠다.
덧붙여 굉장히 깔끔한 스타일이지만 맑은 스타일은 아니다. 진하게 농도 있는 듯한 국물. 국밥엔 항상 밥을 마는 필자지만 이번엔 본능적으로 말지 않았다. 금방 졸아버릴 것 같아서이기도 하고 동시에, 국밥 안에 함께 든 고기맛을 국물과 함께 떠 온전히 느끼고 싶었기 때문. 국밥 속 부위들이 잡내 없고 느끼함이 적은 탓인 듯하다. 국밥 마무리 단계까지 비계 부분도 느끼함 없이 편하게 씹힌다. 간만인데 상당히 쳐줄만하다.
국밥 속 순대는 특유의 향신료나 재료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쌉싸름한 끝맛이 조금 돌더라. 순수하게 순대만 먹었을 때와는 좀 달랐다.
여하튼 보통 국밥집은 밥 말아 허겁지겁 먹기 마련인데, 이렇게 즐기면서 먹게 되기 때문에 회전율이 낮은 걸까? 나 홀로 추리를 해보는 필자다.
깔끔한 순댓국의 고기들. 된장으로 잡내를 잡는 것인지, 식당 내부에서 특유의 향이 돌던데 뭔가 비법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간. 점심 맛있게 잘 먹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긴 집은 실망하기 일쑤인데, 만족스럽게 먹은 것은 간만이다. 대전에도 유명한 '농민' 국밥집이 있는데, 서울에도 있었구나.
고독한 먹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