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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을 위한 다이닝 이자카야, 상암동의 '모리타'

고독한 먹기행 (28) - 마포구 상암동의 '모리타'

by 고독한 먹기행

한참 술 한 잔의 맛집을 찾아 헤매이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만 제대로 찍어뒀더라면 집필 소재로 삼을 만한 집이 한가득인데 참 후회스럽다. 필자가 집필했던 상암동의 모리타도 그 중 한 곳이었다. 사진이 없어 아쉬웠고, 3년 전의 모습이다 보니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라 아쉽더라.



상암동 먹자골목의 프랜들리 편의점 좌측으로 모리타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 2층에 위치.

물론 외부의 간판은 크게 다른 점이 없으나, 내부는 많이 달라진 그곳. 기회가 되면 방문해야겠다 했는데, 마침 필자의 절친한 동생을 만날 일이 생겨 다시 찾게 되었다.

짧은 일본 연수 시절에 함께 했던 룸메이트이기도 하고, 일본에서 살기도 했던 녀석이니 데리고 가 평가받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 '모리타'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1:30 ~ 22:00 (브레이크타임 14:00 ~ 17:00) / 매주 토, 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먹자골목 초입에 위치한 'PARKM 주차장' 이용 권장)

- 대중교통 이요 시 DMC역(공항철도) 9번 출구에서 도보 5분가량 소요.

- 테이블식 구조 (카운터석, 칸막이 테이블석, 룸식 구조로 룸은 사전 예약 필요.)

- 화장실은 건물 화장실 이용 (칸막이가 비치된 남녀 공용인데, 유일한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 평일 퇴근시간 18시 기준, 금세 자리는 만석이 된다.

- 직장인들의 퇴근 풍경이 펼쳐지는 곳으로 사회 초년생 또는 젊은 커플에게도 신선한 분위기.

- 단품 메뉴만 보자면 저렴하다 느낄 수 있으나, 주요 메뉴를 여러 개 시키다 보면 꽤나 많은 금액이 나올 수 있다. (단품으로 느긋하고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은 아님.)

- 그래도 음식 전반의 퀄리티와 매력으로 이자카야 맛집이라 할 수 있겠다.

- 다이닝 이자카야답게 점심으로 일본 가정식도 서비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문의 필요.



참으로 많이 바뀌었더라. 바 테이블 가운데로 원래 주방 가구가 있었던가? 바 위쪽으로 메뉴판이 붙어있던 기억은 많은데, 가물가물하다.

따뜻한 물수건을 내어주는 직원과 사시미를 잡고 계신 사장님, 벌써부터 차기 시작하는 손님들은 여전하더라.




테이블석은 칸막이형으로 바뀌었고, 옷을 거는 곳이 생겼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룸인데, 사진과 같이 동물 사진이 붙어 팬더방, OO방 등으로 불리는 듯하다. 예전과 같이 지금도 예약이 필요한 곳들인데, 방송가 인근이다 보니 연예인들도 자주 룸을 이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윤태호 작가님의 미생체를 쓰는 메뉴판 또한 여전했다. '직장인들을 위한' 이란 마음이 담긴 메뉴판일 것이다.



동생은 아직 오는 중으로 먼저 도착해 메뉴판을 살펴보는데 보이는 '일단'. 굉장히 마음에 드는 섹션이었다. 기다리기 전으로 즐길 수 있는 안주이자 가벼운 식전의 안주 느낌도 드는 녀석들. 거래처 사람을 만나거나 자리잡고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위한 메뉴로도 제격이다. 궁채 볶음, 모찌리 도후, 감태 부각이다.

메뉴들이 말하는 것 같다. 생맥 한 잔과 자신을 주문하라고 말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궁채 볶음과 함께 테라 생맥 한 잔을 주문하고 말았다.



모리타의 궁채 볶음과 생맥주.

여기서 궁채를 만날 줄이야. 이자카야에서 종종 밑반찬으로 나오는 메뉴지만 이런 단품 메뉴는 흔치 않다. 모리타에서 만날 줄은 또 몰랐으니, 참으로 모리타스럽다 할 수 있겠다. 고로라면 좋은 반찬이다라고 했을 것이다.



궁채. 필자의 경우 어머님이 반찬을 싸주실 때면 자주 접하는 녀석으로, 중국에서 비롯된 요놈은 중국 황실에서 즐겨먹던 나물이라던데, 한중일 부르는 말도 참 제각각이다. 오도독한 식감에 잘 무치면 맛과 씹는 맛까지 즐길 수 있는데.

생맥주와 함께 하니 참으로 부담 없으면서도 꽉꽉 채워주는 안주다. 아래는 샐러드 야채가 깔려있는데 마냥 볶음 맛에 물리지 않게 곁들일 수 있어 또 좋다. 기다리며 즐기기에 참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지인이 도착했고 주문한 메뉴는 생 아구 튀김이었다. 조금 시간이 걸린다며 사전에 서비스로 내어주신 삼치와 전갱이다. 한 점씩 맛보라며 각 2점씩 놓아주셨다. 미소가 절로 지어질 수밖에 없구나.

삼치회는 자주 가던 삼치 전문점이 사라져 맛보기가 소원했는데, 오래간만이었다. 숙성 사시미로도 일가견이 있는 집이니 방문자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일본에서 살다 온 동생은 척하니 사시미 아래로 깔린 시소(일본 깻잎)를 알아보더라. 고수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사시미와 함께 먹기에도 좋고, 독특한 향이다.



메인으로 나온 생 아구 튀김이다. 고추 튀김도 함께 나왔는데 궁채 아래의 야채, 사시미 아래 시소, 아구 튀김 옆 고추 튀김. 이 모든 것이 모리타스럽다 할 수 있겠다. 예상을 깨고 기본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는 집. 값어치를 하는 집이고, 직장인들의 호(好)로 선택받는 집일만 하다.



물론 아구 튀김은 말해 무엇하리오. 소스와 함께 찍어먹는데 아구의 보들보들한 살과 튀김은 공격과 방어 치트키 두 개가 합쳐진 것과 같다. 한 마디로 무적권일 수밖에 없는 조합.


아구 튀김과 궁채 볶음. 참으로 절묘한 한 상이었다.



그리고 작은 해프닝으로 대접받게 된 아와모리 술까지.



미즈와리(물에 타 희석시킴)로 한 잔 입가심과 함께 모리타에서 지인 동생과의 하루는 마무리 되었다. 조금은 일찍 마감해 아쉬운 감이 있는 영업시간과 같이 이 날의 만남도 금세 지나가버렸다.



고독한 먹기행

좋은 맛 때문인가?

당시 못 찍은 사진도 건졌고,

절친한 동생과 일본에서의 추억도 함께 건졌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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