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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게, 그윽하게 맛있는 '오장동흥남집'의 회비빔냉면

고독한 먹기행 (3) - 중구 오장동의 '오장동흥남집'

by 고독한 먹기행

오장동의 함흥냉면 거리 하면 언급되는 대표 집들로 '오장동흥남집', '오장동함흥냉면', 자리를 이전한 '신창면옥'을 들 수가 있는데. 이젠 대표적인 두 집만이 남아 무수한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꽤나 이름을 날리는 각지의 함흥냉면집 주인장의 이력으로도 이곳 오장동의 주방장 출신임을 이력에 한 줄 넣어두는 곳이 많은데, 진짜일지는 모르나 그만큼 함흥냉면의 대표 골목이자 누구나 아는 성지가 바로 오장동이다.


그중에서도 '함흥냉면'의 원조이자 시초로 이견이 없는 집. 오늘은 '오장동흥남집'의 진한 회비빔냉면을 한 번 만나보도록 하자.



※ '오장동흥남집'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1:00 ~ 20:30 (라스트오더 20:00) / 매주 수요일 정기휴무

- 주차 가능 (묵정공원 주차장에 주차 시 30분 주차를 지원. 단, 2인 이상)

- 테이블식, 좌식이 혼재된 구조 (1인을 위한 창가 카운터석도 있다.)

- 한창의 시간대 또는 주말은 웨이팅 발생

- 화장실은 건물 화장실로 계단에 위치 (남녀 구분)

- 주문 후 선불로 결제

- 갈색빛의 감칠맛 나는 육수와 간재미회 고명이 올라간 함흥냉면.

- 느끼기에 유독 굵지만 부드럽게 넘기고 씹는 맛이 좋은 면이 참 일품이다.

- 바로 인근의 '오장동함흥냉면'도 유명세가 상당해 쌍벽을 이루는데, '흥남집'이 더욱 투박하다 해야 할지, 그런 식감이 차이가 조금 있다.




예정된 충무로의 노포 방문이 무산되어 급 선회해 방문한 '오장동흥남집'. 간판의 글씨가 참 인상적인데, 오랜 전통이 있는 집의 간판. 역시나 나름의 매력이 있구나. 대개 원조의 간판은 유별난 구석이 있다. 가게의 맞은편으로는 건어물시장도 이어지니 구경 삼아 들리기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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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는 '묵정공원주차장'에 권장하고 있으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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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을지로 인근답게, 유명집답게 가게 외부에서도 메뉴 확인이 가능하다. 분점도 상당한데 충청도까지 영향을 떨치고 있었구나.



내부를 먼저 살펴봐 보자. 이른 시간 피해 찾아 방문했기 때문에 손님은 꽤나 한산한 편.



창가 쪽으로는 혼밥을 하기에 부담 없는 카운터석도 마련되어 있는데.

그나저나 참, 종로나 을지로 인근의 유명집에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광경이다. 역사와 유명세를 품은 집들의 계산대에는 꼭 연로한 분들이 앉아 자리를 지키고 계신 점이 말이다. 그 옛날에는 많은 돈이 오갔을 곳이기 때문에, 확인도 어렵고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어 이어져온 모습이겠지 싶다.



더불어 식당 내부의 한켠으로는 좌식도 마련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그리고 메뉴판. 주류는 5,000원이다. 즐기는 방법과 함께 독특한 것은 상단 메뉴판 아래로 엘리베이터. 부산의 '해운대밀면'이 생각나는데, 이곳으로 주문한 음식이 실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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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정보는 '네이버 지도'와 다르지 않다. 필자는 손님이 적어 여유롭게 방문했으나, 주말 및 한창일 때는 웨이팅이 상당할 수도 있으니 이 또한 참고하면 좋겠다.



오랜 집은 군데군데 촬영할 거리가 많아 바쁘구나. 글도 길어지니 바쁘다. 그렇게 착석 후 필자의 경우 대표 메뉴인 회 비빔냉면으로 주문. 이후에도 들를 곳이 있었기에 가볍게 냉면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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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본격적으로 음식인데. 먼저 육수다. 아주 약간 알싸하고 매콤하게 얼큰하다라는 느낌을 주는 뜨거운 사골육수. 평양냉면의 면수와 다르게 함흥냉면은 짭조름한 육수가 파트너. 차가운 면이 들어가니 뜨겁게 속을 데워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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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찬으로 나오는 무생채다. 더불어 다섯 가지 양념장. 정답 없이 맛있게 드시는 방법의 안내와 같이 개개인의 기호에 따라 첨가해 먹으면 된다.



필자의 경우 양념장 조금과 참기름, 설탕을 한 스푼 넣는 스타일. 물론 양념장을 첨가하기 전에 순수하게 나온 그대로 몇 입 잡숴보기를 권장.



그렇게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한 '오장동흥남집'의 회비빔냉면이다.

모양새가 참 좋다. 깔린 육수의 색감과 고구마 전분의 투박한 면발. 바라보는 필자의 시선마저 그윽해지는구나. 회무침 고명도 맛이지만, 저 면과 깔린 육수가 핵심 포인트인데.




많이 비비지 않고 나온 그대로 슥 면과 함께 맛을 보면, 뭐랄까. 훈연의 향? 모밀? 그런 특유의 향과 그윽한 단맛이 느껴진다. 그 기반에 회무침의 양념이 버무려지면 기가 막힌 감칠맛을 내주는데. 희한하게 뭉치지 않고 각각의 면발이 입에서 생동감 있게 넘어가고, 씹히는 점까지 더해져 근사한 맛을 선사해 준다. 참, 원조도 원조지만 이 집이 맛있는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투박하게, 그윽하게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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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러한 연유로 첨가 전 가볍게 살짝 비벼 맛보기를 권장하는데. 이후 본격적으로 양념을 첨가한 뒤 식사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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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냉면의 핵심 요원으로, 주당들에겐 안주 삼을 틈새 요원으로도 적절한 까드득한 식감의 간재미회. 말이 간재미지, 사실상 표현의 차이로 가오리, 홍어라 봐도 무방하겠다. (냉면의 회무침으로 등장하기에 흔히 아는 쿰쿰한 향과 맛의 홍어는 아니니 안심해도 좋고 말이다.)


이후엔 맛있게 들이키느라 흥남집에서 더 이상의 촬영은 없이 종료.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단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함흥냉면 세계관에서 필자의 1순위는 '오장동흥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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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바로 옆의 파란집으로 불리는 '오장동함흥냉면' 또한 상당하지만, 특유의 투박한 느낌을 주는 붉은 벽돌의 흥남집이 필자의 취향에는 맞아떨어진다.



뭔가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점심이었는데도 역시나. 덕분에 잘 먹고 갔다.



고독한 먹기행

흔한 상호로 과거엔 그저 평냉 아닌 시큼하고 평범한 함냉이었는데.

흥남집을 만나고 함흥냉면의 격이 달라졌다.

원조는 진즉에 만나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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