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4) - 광진구 구의동의 '원조할아버지손두부'
뜻하지 않은 등산이었다. 용마산역에 도착하자마자 용마산에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능선을 따라 아차산으로 하산하는 코스. 대략 2시간. 사서 고생하는 격이지만 앞으로의, 지나간 것들에 대해 의미를 두고 오른다면 값진 것이 등산 아닌가? 오래간만에 벗이 고생하며 생각해 보는 시간을 선물해 줬다.
그렇게 용마봉에서 고구려의 기상을 느끼며 중랑구에서 광진구로 이동. 맛 기행(記行)을 즐기는 필자를 위해 하산과 동시에 방문할 적절한 애피타이저(?) 집도 점 찍어뒀다 하니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벗과 절친한 아우님들과 함께 등산 후의 먹기행. 오늘은 필자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한 집의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자.
산행 후 빠질 수 없는 음식, 산과 어울리는 대표 음식 중 하나로 두부와 막걸리. 바로 그 '두부와 막걸리'만을 하얀 색상처럼 순수하게 다루고 있는 곳이다. 아차산을 오르거나 내려오는 길에 쉽게 만날 수 있는 곳. 삼거리 도로변에 위치한 '원조할아버지손두부'에 대한 이야기다.
※ '원조할아버지손두부'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06:00 ~ 22:00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구조의 전형적인 탁줏집.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내부는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지만 공용이라 하는 게 맞겠다.)
- 포장도 가능 (젓갈은 꼭 챙겨갈만하다.)
- 주말은 항상 웨이팅이 있는 듯하다.
-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 흡사 어르신들을 위한 맥주창고 같은 느낌이다.
- 모든 막걸리는 2,500원, 소주도 3,000원인데 전반적으로 상당히 저렴하다.
- 안주는 손두부 기반의 모두부, 순두부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퓨어함이 좋다.)
- 두부와 함께 나오는 양념장 역할의 젓갈이 강력한 포인트.
- 와이파이도 지원.
2시간 반을 산속에 있었으니 아스팔트 지면을 딛고 만나는 식당. 참으로 반갑구나. 이 좁은 도로변도 굉장히 익숙하게 눈에 담겼는데, 대략 10년 전 '아차산 생태공원'을 찾았던 기억 탓일 것이다. 그래, 산 아래로 좁게 펼쳐진 도로들 기억이 난다. 그런데 참 독특하구나. 바로 왼편엔 목욕탕까지. '등산 → 목욕 → 두부와 막걸리'도 코스로 즐길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유명세로는 이 구역에서 꽤나 알아주는 줄 서는 곳이라 하니, 주말이라면 생각같이 쉽진 않겠다.
여하튼 간 저 간판의 ♨, 온천탕 기호. 그래, 저런 대중목욕탕도 참 반갑다. 간판의 기호와 함께 점점 안 보이는 듯한데. 반갑구나.
그렇게 주변 정취를 눈에 살짝 담고 이젠 필자에겐 생소한 아차산 동네의 손두부. 어디 한 번 만나보자.
오호, 굉장히 시끌벅적. 통일감이 없는 각종 의자들. 탁 트인 밝은 내부. 무엇보다 두부와 막걸리밖에 없는 집이 자리가 많고 넓어 놀랐다. 가게 손님의 지분은 연령대가 높은 분들의 지분이 상당하다. 역시 산 주변이구나.
과거 '젊은 세대의 레트로 쓰나미를 방어 중인 북한산 인근의 연서시장.'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머쓱할 정도다. 정중지와(井中之蛙), 우물 안 개구리 필자다.
그나저나 내부의 조명이 상당히 밝은 편인데, 이거 밖이 낮인지 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 등산객들까지 더해져 당시 늦은 오후였으나 필자가 느끼기엔 이른 아침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설레는구나. 낯선 동네의 먹기행이라 그런지, 더욱 말이 많아졌다.
자, 메뉴판. 아주 심플함과 동시에 저렴하다. 곳곳에 제공 중인 와이파이의 정보. 메뉴판만 봐도 음. 이거 느끼기에 아차산 올랐다가 이곳 들리지 않으면 굉장히 섭섭할 정도. 오로지 두부와 막걸리, 오로지 화이트. 순백의 미. 가게 내부도 전반적으로 하얗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하산에 참 어울린다.
그렇게 모두부와 순두부를 주문. 막걸리는 직접 골라 꺼내오면 되는데.
재미있구나. 흡사 한때 유행했던 '맥주창고' 같다. 어르신들의 맥주 창고. 이번엔 어떤 걸로 할까 하고 냉장고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들이 재미나다. 게다가 반가운 요소 추가. 이 녀석도 있구나. 벗들과 아우님들께 소개할 겸, 필자가 선봉장으로 꺼내든 것은 요새 즐겨 찾고 있는, 궁정동의 막걸리로도 유명한 고양 막걸리, '배다리 막걸리'다.
막걸리를 하나 고르고 오니 금세 상이 차려져 있다.
좋구나. 두부도 상당히 큼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컨디션이 조금만 좋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벗이 연신 외쳐대던 애피타이저라는 말도 이해가 간다.
생크림과도 같은 모양새의 부드러운 순두부부터.
파운드케이크와 같이 썰어낸 모두부까지. 한국형 디저트, 순백의 디저트. 디저트에 가까운 모양새긴 하지만. 그래, 따지고 보면 영락없이 부담 없는 맛이 애피타이저가 맞겠다.
그런데 고소한 순백의 것들에 방점 하나 찍어준 중요한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이 양념젓갈이다. '원조할아버지손두부'에서 두부만큼이나 중요한 녀석이다. 우선 두부를 젓갈에 곁들여 먹는다는 조합도 독특하거니와,
맛도 예상했던 젓갈의 맛이 아니다. 그래서 두부와 잘 어울리는구나. 저 작은 젓갈 한 종지의 파급력이 굉장히 상당한데. 녀석이 모두부와 순두부를 쥐락펴락할 정도. 새우젓과 함께 오징어채의 양념이랄까? 그런 게 섞인 듯한 맛인데, 상당히 마음에 든다. 맛과 조합 면에서 모두. (돌아오는 길엔 몇 종지를 포장해올 걸 하는 후회도 들더라.)
확실히 일반적인 두부 간장은 없는 듯했다. 이 녀석은 묽은 다대기 같기도 한데, 시큼한 맛이 꽤나 나더라. 순두에 타는 녀석인 듯하다. 보니 순두부를 국밥처럼 1인 1그릇을 놓고 식사하는 분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여하튼 간 참 좋은 발견. 부담 없는 한상.
모처럼의 산행 후 두부와 막걸리집. 필자도 이제 아차산을 등산하는 누군가에게 추천해 줄 수 있게 되었구나.
그럴 기회가 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두부에 방점 하나 찍은 강력한 젓갈과도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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