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40) - 충남 태안군 태안읍의 안흥식당
인적이 뜨문뜨문한 충남 태안의 어느 작은 동네. 독특한 메뉴를 줄 서서 먹는 집이 있다.
바로 '안흥식당'의 아나고스끼야끼인데. 사실상 말이 스끼야끼지, 뭐랄까 매콤한 볶음과 같은 음식이었다.
※ '안흥식당'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1:00 ~ 재료 소진 시까지 / 매주 일요일 휴무
* 필자의 경우 공휴일인 월요일 14시경 방문했는데, 마지막 손님이었다. 바로 뒤 방문 손님은 헛걸음을 해야 했으니, 살벌했다. 이후 바로 마감이니, 사전에 꼭 전화를 해보고 방문하자.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 기본적으로 휴일의 경우 웨이팅이 있고, 내부 테이블 수에 비해 회전율이 굉장히 낮다.
* 음식 특성상이기도 하지만, 조금 보태 객관적으로 보자면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식당이기도 해, 좋게 말하면 여유 있게 운영되는 편인 듯했다. 나쁘게 말하면 누군가에겐 어느 세월에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서빙 인력 또한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가족인 듯한 느낌이어서 인지 느릿느릿한 느낌이었다.
- 가게 앞 주차 가능하다.(5대 정도) 꽉 차더라도 동네가 인적 드물고 널찍해, 잠시 차 대기 좋은 곳들이 많다.
- 독특한 조합으로 아나고 볶음을 즐길 수 있는 곳. 밑반찬들도 주인장의 손맛이 느껴진다.
- 정확지는 않지만 사장님이 충청도스럽다. 무관심한 듯하면서 스윽 다가오는 친절함이란. 충청 도인인 필자에겐 익숙하다.
더덕무침과 깻잎, 김. 여러 밑반찬 중 주목해야 할 반찬은 3가지인데, 아나고와 기가 막힌 조합을 이루기 때문이다. 정갈한 반찬에 요리의 내공과 손맛이 확연히 느껴지는데, 이 집의 인기의 비결 8할은 정갈함과 손맛일 것이다.
이후 나오는 메인 아나고스끼야끼와 함께 곁들여 먹는 찬임에도 더덕무침은 걸쭉한 양념 대비 깔끔하고, 더덕 향이 살아있어 메인을 먹기 전에 여러 번 손이 갔었다. (오징어무침과 고사리나물도 마찬가지)
주방에 계신 할머니가 가족이자 손맛의 주인공 같았는데, 내공 가득한 찬부터 우럭젓국, 밴댕이찌개 등의 음식을 다루는 것을 보고 조심스레 추측해 봤다.
기다리던 아나고스끼야끼. 음식을 접하기까지도 15분가량 기다렸던 것 같다. 1차로 나와도 양념이 잘 배고 익도록 테이블에서 끓여주고, 저어주는데. 외모는 범상치가 않다. 새송이, 양파, 붕장어. 들어간 것은 많지 않음에도 시원한 듯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익숙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듯한 깊은 양념의 맛이 느껴진다.
한 발짝 조금만 멀리 갔어도 떡볶이 양념과 같지 않았을까? 굉장히 절묘하게 양념이 아나고의 맛과 어우러진다.
조금은 달달한 듯하면서 칼칼하고, 매콤한 듯하면서도 시원하고. 짭조름하면서도 쌉싸름한 것이. 여러 맛의 극과 극을 줄타기 하듯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그런 양념 맛이다.
매콤한 외모의 보약 같은 음식은 또 오래간만이다.
갑자기 나타난 김국. 준비 중이었던 것인지 급 등장했는데, 고놈 참. 매콤 쌉싸름한 아나고 요리와 먹기 좋은 궁합이다. 편하고 익숙한 비릿고소한 맛이 속도 달래준다. 쉬운 재료여도 접하기 힘든 녀석인데, 참 오래간만이다.
'안흥식당'의 대미는 김+깻잎+아나고+더덕무침의 한 쌈 조합인데, 사장님의 엄지척처럼 새롭고 대단한 조합이었다. 깔끔하면서도 양념 짙은 더덕무침이 쌈의 장과 식감을 주는 역할을. 깻잎절임과 김이 아나고의 양념을 중화시켜줌과 동시에 입에서 행복하게 어우러지고 섞인다.
충남 여행 중 복귀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집.
다만, 외지까지 와서 아쉽게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으니, 꼭 사전에 전화를 해보면 좋을 것이다.
고독한 먹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