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41) - 은평구 대조동의 '마산집'
종로, 을지로의 레트로 감성이 유행하며 놀랐던 것은 달라진 을지로 골목 풍경뿐만 아니었다. 당시 을지로를 방문하며 지인이 말한 '힙지로' 란 단어도 충격과 놀람에 한몫을 했다. '힙지로'라니... 이건 대체. 그와 비슷하게 최근 또 놀라게 한 유행하는 키워드가 있었으니, '이모카세' 였다. (이모+오마카세의 신조어) 놀랍기도 하지만 귀에 박히는 그 말에 박수 한 번이 절로 나왔던 것 같다.
서울의 은평구. 은평구에서도 6호선 역촌동. 한 방향으로만 가는 외선 순환 열차 때문일까? 서울 토박이도 "역촌동이 어디야?" 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산 아래 서울 동네에 '이모카세'라는 신조어에 적합한 집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역촌동 인근, 대조동에 위치한 마산집이다.
※ 마산집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0:00 ~ 22:00 (라스트오더 21: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역촌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정도 소요
* 출구에서 직진 → 하모니마트에서 우회전 후 직진하면 좌측으로 보인다.
- 전용 주차 공간은 없다.
* 다만, 마산집 앞 역촌과 불광을 잇는 큰 골목으로 신축공사를 진행 중인데 그 편으로 주차 차량이 많다. 자리가 있을지는 복불복이다.
- 테이블식 구조, 내부는 협소 (4인석 기준 3개밖에 없다.)
* 동네 주민들도 자주 오는 곳으로 자리가 있을지 미리 전화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 사장님이 요리 중일 땐 술을 직접 꺼내와야 할 수 있다.
- 이모가 마산 출신이시다.
기본 찬부터 살펴보자. 애주가이기도 한 필자에게 마산집의 밑반찬만으로도 소주 한 병으로 충분. 충실하다는 표현을 해주고 싶었다. 밥 한 공기만 있으면 내 고향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을 연상케 한다. 사진은 도라지무침 / 멸치볶음 / 취나물 / 달걀감자샐러드 / 마늘종 볶음이었다. 흔한 반찬들이지만 흔하기 때문에 편안하고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밑반찬들은 고정이 아니며 방문에 따라 달라진다.)
대개 식당에 방문하면 김치 맛을 보고 담근 김치인지, 시판 김치인지 구분 후 그 집에 정이 붙기 시작하는데, 이 집은 밑반찬으로 집에 정이 붙기 시작했다.
등장한 가오리찜이다. 가오리살의 맛을 원 없이 느낄 수 있는 메뉴. (가시를 싫어하고 편하게 생선을 원 없이 발라 먹고 싶다면 강력 추천), 필자가 좋아하는 양념장 베이스의 생선찜.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가오리찜을 한적한 동네의 술집에서 만났다. 듬뿍 뿌려진 깨와 파가 맛을 더한다. 소주를 따르는 손목의 스냅이 가빠진다.
살을 바르기 편하고 생선과 육류 중간계의 맛이 나며, 단맛이 입에 착착 감기는데, 때문에 비린 맛에 생선을 싫어하는 이들도 좋아할 만한 맛이다. 한 점 한 점 떨어지는 맛에 저 사장님 표 간장 소스와 곁들여 먹으면, 단짠의 조화도 느껴진다.
두 번째 메뉴 감자수제비. 이것이 6,000원. 가오리찜도 12,000원으로 마산집의 전반적인 메뉴는 퀄리티 대비 굉장히 저렴한 것도 강점이겠다. 통멸치 베이스로 끓인 육수로 잠시간 내 고향 대전을 느끼게 했다. 우리 어머니의 맛은 아니고, 소꿉친구네 놀러 가면 친구네 어머니가 일요일 해주던 멸치 육수+애호박+계란+감자+파 칼국수 국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기본 밑반찬과 두 개의 메뉴에 더불어 잘 왔다라는 감동이 밀려들 지경이었는데, 이모카세라는 표현이 시작되었을, 그런 사장님의 이모카세는 이쯤부터 시작했다. 들어온 손님들의 음식 준비가 끝나자 갑자기 후식으로 등장한 자몽 한 접시. 더불어 사장님석으로 보이는 자리에 손님 방향으로 앉아 부족한 찬은 없는지, 음식은 입에 맞는지 등.
부담스럽지 않은 소소한 얘기들로 분위기를 더해주셨다. 후식은 갈 때마다 있는 것을 준비해 주시는 것 같다.
그렇게 아쉽지만 지금은 정해져 있는 시간까지. 벽면에 슬슬 채워지고 있는 손님들 흔적에 내 흔적 하나 보태고 집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고독한 먹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