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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Aug 03. 2023

드디어 찾은 슬세권 숙성회 맛집, '해물회천국'

고독한 먹기행 (42) - 은평구 응암동의 '해물회천국'

슬세권이라는 줄임말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편한 차림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세권이라는데, 필자의 경우 항상 집 주변으로 슬리퍼 차림으로 편하게 걸어서 방문할 수 있는 곳들을 머릿속에 완성 시켜나갔었으니. 이 또한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초저녁의 가게 앞. 제철 전어들이 헤엄치고 있다. 수조가 있으나 숙성회 전문으로 추정된다.

삼겹살 / 갈비 / 부속구이는 거기로.

전집 / 족발 / 막국수 / 닭갈비 거기로.

양꼬치 / 일반중국집 / 수타 중국집은 거기로 가자. 등등등


거의 다 완성해나가고 있는 나만의 장르별 슬세권 맛집. 하지만 남은 한 곳.

유독 찾지 못하고 있는 곳을 최근 드디어 수집하게 되었다. 정말 맛있는 회 한 점이 당길 때 갈만한 집을 찾고 있었는데. (유독 은평구가 힘들었다.)

녹번동, 응암동 인근으로 은평구청 앞에 위치한 '해물회천국'이다.



숙성회여서 인지 접시에 다른 무언가가 깔려있지 않아 좋다. 윤기 좌르르, 은은한 옥색도 보기 좋다. 우럭과 도미 中짜를 시켰다.



※ 해물회천국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1:30 ~ 23:00 / 매주 월요일 휴무

- 녹번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정도

- 숙성회를 다루는 듯하다.

- 아재들의 비중 95% / 필자도 아재 명함을 내밀 수 없을 정도 / 때문에 맛은 보장

- 저녁 18시에 방문했는데 한 번은 만석으로 실패, 조금 앞당겨 가 방문에 성공했는데 순식간에 만석이 되었다.

- 단골이 많은 집으로 직접 소주를 꺼내오는 일도 생긴다. 단골들이 많은지 굉장히 익숙하게 가져들 오신다.

- 다소 시끄러울 수 있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가격은 다소 세다. 처음엔 불안했으나 가게 안에 한가득 아재들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물가가 치솟는 요즘 가격이 센 건지 모든 곳이 오른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슬픈 현실이다.


가을 전어는 자주 접해 패스. 스끼가 포함된 우럭+도미 中짜를 시키기기로 했다. 처음 만난 횟집을 탐색하기에 만만한 녀석들이다.



여러 장들과 함께 나온 락교, 초생강, 마늘, 고추.

락교와 초생강이 있고, 주방의 회를 잡는 사장님이 주방모를 쓴 지긋하신 분이라는 점으로 음, 과거 일식에 일가견이 있던 분이 차린 집이 아닐까? 감히 추정을 해본다.


그런데 저 한 그릇 미역국. 상당히 매력적이다. 별것 들어가지 않은 미역국인데 달큰한 감칠맛이 돈다. 보온통에서 여러 번 리필도 가능하다고 한다. 배가 조금 더 고팠으면 아주 맛나게 먹었을 것을. 자리를 잡기 위해 완벽한 공복을 갖추지 않은 것이 살짝 후회된다.



해물회천국의 기본 스끼다시.

기본 스끼다시들이다. 계란찜은 간이 좀 있는 편이었다. 전복, 새우튀김. 그리고 멍게. 수조를 탐색해 보았을 때 멍게는 양식 멍게로 추정된다. 부침개는 감자를 살짝 섞은 것인지 감자전의 식감이 함께 느껴진다. 부산 해운대의 박선장횟집과는 또 다르게 워밍업의 스끼 느낌. 구워진 옥수수는 치즈가 아닌 마요네즈를 살짝 깐 맛이다. 달콤하다.


자, 이제 워밍업이 완료되었으니 본격적으로 탄력 있는 쫄깃한 구강 운동을 펼칠 시간이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숙성회였는데,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 같은 느낌. 빛깔은 사진 보다 훨씬 영롱했다. 우럭 한 줄, 도미 한 줄 번갈아가며 놓여있는데 한 점을 접하는데 제대로 된 녀석, 찾았다. 내 슬세권 친구. 머릿속 지도에 합류할 집 근처 생선회의 욕구를 해소시켜줄 친구. 드디어 찾은 듯했다.


역시 필자는 활어회보단 수분기가 좀 빠진 쫀쫀한 응축력을 갖춘 식감의 숙성회가 좋다. 입안에서 쫄깃함이 퍼지고 응축된 살 사이로 씹히는 부드러운 서걱거림이 좋다. 흔히 만날 수 있는 우럭, 도미인데 더욱 고급진 맛으로 탈바꿈했다. 필자 쪽으로 깔린 씹는 맛 좋은 꼬리 부분부터 위쪽으로 젓가락이 타고 올라갈수록 부드러운 식감까지 제대로 된 숙성회다.



역시 왜 아재들의 지분이 95%를 차지하는지 이해되는 곳이다.

재미있는 가게의 풍경은, 직접 여기저기서 지긋하신 분들이 술을 꺼내온다는 점. 바쁜 시간대에 사장님 내외의 일손을 돕는 듯했다. 서빙 직원도 있는 듯했으나 단골들로 추정된다. 이곳에선 익숙한 일이란 듯 벌어지는 풍경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으나 이번 상황은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



고독한 먹기행

민어, 숭어 등 제철에 맞춰 다양하게 다룬다고 하니 잘 만났다.

그리고 등잔 밑이 어두웠다.

찾기 어려웠던 슬세권 횟집.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친구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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