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45) -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호남포차(호남집)'
햇수를 세어보니 11년이다. 필자와 인연을 맺은 포장마차이기도 한데, 많은 인연과 많은 일들이 버스정류장의 거점처럼 지나친 인생의 추억이 스민 곳, 소개할 곳은 남가좌동 가좌역 건너편, 좌원상가아파트에 위치한 호남집(호남포차)이다.
시작은 정확히 모르나 필자의 기준으로 시작은 2011년. 그 해를 기준으로도 이젠 10년이 지난 곳인데, 당시 바로 앞 갓길로 3개의 포장마차를 형성했던 모임은 어느덧 사라졌고(LA포차, 이모네포차, 호남집), 현재는 실내 포장마차의 형태로 이전한 호남집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호남포차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8:00 ~ 24: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위주, 화장실은 지극히 무서운 외부에 위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 기계짜장의 극치. 웬만한 중국집을 넘어선 내공 가득 짜장면을 포차에서 만날 수 있다.
- 처음 방문한 이들에게는 짜장면을 꼭 접하기를 권장하고 싶다.
- 10년 전 실외 포차로 자리 잡고 있었으나, 현재는 실내 포차로 호남집만 명맥을 유지 중
서늘한 기분이 들었던 건 오래간만에 방문하려는 집을 검색했는데, 이전과 같이 방문 후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장님이 편찮으실 때면 짜장이 불가하거나 가게가 휴업하는 일이 빈번했기에, 정상 영업 중일까 하는 불안함을 느꼈는데.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도 그 자리에서 많은 이들의 추억을 유지 중이더라. 15~16년 즈음일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실외 포차들이 사라져 버려 이젠 갈 수 없겠구나 했었는데, 버스에서 우연히 호남집이 실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설렜던 기억도 난다.
현재 호남집의 영업시간이다. 실외 당시엔 20:00가 오픈 시간이었기에, 남은 자리가 있을까 하고, 시간에 맞춰 복불복으로 찾아갔던 추억이 새록새록 하다. 작은 포장마차의 자리를 잡으려 미리 와있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모습도 기억이 난다. 현재 오픈 시간은 18:00 ~ 24:00, 휴무는 매주 일요일이라고 한다.
업그레이드된 호남집의 모습. 이젠 당당한 실내 포차의 모습이다.
메뉴판을 보면 흔한 포장마차의 안주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 익숙하게 꽂히는 건, 단연 짜장면이다. 기계우동과 잔치국수를 시키는 이들도 많지만, 베이스는 국물로 맛볼 수 있기에 호남집만의 원픽 메뉴 짜장면을 주문해 보자.
면류만 시키고 술을 주구장창 마시는 이들이 있어서인지, 이젠 '면 종류에는 술을 드리지 않는다.' 는 문구도 붙어있다.
주문과 함께 나온 오뎅국. 익숙한 오뎅국이 아니다. 국물만 맛보아도 아, 이곳의 우동과 국수의 육수겠거니 싶다. 제대로 칼칼하다.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포차의 국물인데 이래서 국수를 많이들 시키는구나 싶은 그런 국물. 사진의 국물로 이미 소주 1/3병은 뚝딱!
이어 등장한 짜장면이다. 오늘은 곱빼기였다. 묻고 따지지도 말고, 기본 자체가 깨와 고춧가루가 뿌려진 짜장면. 정말 의아한 점은 이곳의 짜장면은 중국집의 짜장면보단 살짝 가벼운 맛이 있음에도 감칠맛이 좋아, 일반적인 중국집보다는 하이퀄의 깊은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공복, 허기를 채우기에도 좋은 메뉴인데. 소스가 밸 대로 밴 작은 감자들도 좋다. 제대로 입에 감기는 포장마차의 짜장면. 그중에서도 필자에게 원탑은 단연 호남집이다.
추가로 등장한 가자미다. 밀가루를 살짝 묻혀 기름에 튀기듯 구워서인지 겉은 바삭한 가자미다. 도톰한 살도 살이지만 생선 가시를 바르기도 편해 술안주로는 제격인 녀석. 와사비간장 외에도 저 양념간장이 함께 나오는 점 또한 마음에 드는 이유다. 호남집의 생선구이는 저 양념간장이 항상 함께 등장한다.
과거에는 짜장면+꼼장어의 조합을 자주 즐겼으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안주로는 생선구이만 한 것이 또 없더라.
현재 호남집이 위치한 좌원상가아파트. 정말 오래된 주상복합아파트라 보면 되는데, 이 길을 따라 화장실이 나오니, 다소 무서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수라 영화 촬영지로도 등장한 곳이라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이곳을 목격했던 것 같다.
이 부분만 감안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그리운 포차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니 그리운 이들이여 찾아오라. 처음 온 이들이라면 꼭 기계짜장을 맛보고, 중국집과는 뭔가 다른데 오묘하고도 깊은, 그런 포차 짜장의 세계에 발을 디뎌보자.
고독한 먹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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