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상경해 살며 버스를 통해 눈에 담기만 했던 집이 있다. 보이는 건물의 느낌이 참 이국적이면서도 예쁘다. 라는 생각을 하며 눈에 담기만 했던 집인데, 후에 알고 보니 '서울 3대 빵집'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라고. 웬걸, 바로 인근이 즐겨 찾던 '홍대 나랑가'였으니. 요새 들어 음식점을 찾은 뒤 인근에 유명 베이커리가 있으면 찾아보는 필자인데, 진즉 디저트 가게도 적극적으로 찾아 구애를 해볼 것을 하고 후회하는 필자다.
어쨌거나 필자도 들러보는구나. 서울 3대 빵집이라. 빵집이란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세 곳 모두 '과자점'이란 단어를 달고 있어 조금 어색한 감이 있었는데. 옛사람들에겐 '양과자'를 기원으로 아우르는 표현이겠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과자'는 시중의 과자이니 아마 시대가 바뀐 탓이 아닐까 싶다.
참, 가게를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고급스럽고, 웅장한 느낌이 드는 베이커리. 소개할 곳은 성산동에 위치한 '리치몬드 과자점'이다.
※ '리치몬드 과자점'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08:00 ~ 22:00 (라스트오더 21:30) /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 주차 가능 (리치몬드 건물 주변 여유 공간으로 7대 정도 수용이 가능해 보인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밤파이, 슈크림빵이 대표적. 밤식빵도 이곳이 기원이라 하는데, 필자는 밤파이만 먹어봤다.
- 실내 취식 및 음료 주문도 가능. 우아하고 멋스러운 분위기에서 커피 한 잔과 베이커리를 즐길 수도 있겠다.
- 베이커리의 위층으로는 제빵학원 같은 인재양성소를 병행한 듯하다. 건물 하나가 '리치몬드 과자점'의 건물로 꽤나 근사하다.
- 선물용 구매가 많은 탓인지, 일부 제품들 포장지 속에 방부제가 하나씩 들어가 있는데 인상적이었다.
오랜 시간을 눈으로 보기만 하다 직접 들어간 시리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아늑해 보이는 불빛, 이국적인 모습. 리치몬드 간판. 창업자이자 명장인 분의 얼굴이 BI에 포함되어 있다.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꽤나 인상적이다. 절묘하게 스며들었구나.
'고독한 먹기행'과 더불어 '빵지순례'도 병행하며 유심히 보게 된 '대한민국명장'. BI와 마찬가지로 저 명판도 가게의 외부의 인테리어랑 어우러져 있어 보기가 좋다. 자, 들어가 보자.
오호. 들어가자마자 그런 감탄사를 속으로 내뱉은 것 같다. 굉장히 우아한 내부. 고귀한 느낌. 얼핏 봤을 땐 '태극당'과 비슷하겠거니 했는데, 색감만 그렇지 전혀 다르다. 뭐랄까 '태극당'이 '구한말', '미스터션샤인' 이라면. 그래, 리치몬드는 '나 홀로 집에' 영화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한다. 모던함이 훨씬 묻어나는 느낌.
저 초콜릿 같은 창문들이 더욱 그런 느낌을 받게 주는 것도 같다. 홀 한켠에는 테이블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의자와 테이블도 뭔가 과자스럽구나. 그래, 과자점. 과자점이란 말이 더욱 맞겠구나. 각진 듯하면서도 반복된 모양의 제과제빵을 찍어내는 과자점. 직접 쓰면서도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지만, 인테리어가 과자점이란 단어와 꽤나 통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획득할 전리품들을 살펴보자.
사진은 쿠키류들인데, 과자점답게 빵보단 요런 녀석들의 비중이 꽤나 높다. 그런데 널찍한 매대에 비해 조금은 적게 진열된 녀석들. 낮 시간에 재빠르게 손님에게 팔려나간 것인가? 방문 후보지였던 '만동제과'는 그런 이유로 허탕을 치고 말았으니, 디저트에 대한 요샛말로 '오픈런'. 꽤나 무섭다.
관심을 끈 건, 단연 필자가 최근 맛 들인 레몬케이크. 다행히 늦은 시간임에도 이 녀석은 수량이 꽤나 많더라. 포장지에 꽁꽁 숨겨져 생긴 모습은 알 수가 없는데. 꽤나 인기 상품인 모양. 전리품 리스트에 담아버렸다.
아주 작은 조각 케익들. 크기 대비 가격이 무시무시한데. 생긴 모습을 보면 납득이 간다. 명품 케익 같은 느낌.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이 머리를 쳐대는데, 역시나 어렵구나 디저트의 세계.
여하튼 간 보기만 해도 흡족해지니 이거 아이쇼핑이 따로 없다.
추가로 집어 든 것은 밤파이. 녀석 이곳의 인기 상품인 듯 도처에 깔려있고, 레몬케익만큼이나 수량이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다.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는데. 생긴 것으로 보면 뻑뻑한 빵 같아 보이지만 이름 그대로 파이다. 이후 직접 먹어봐도 파이스러운 층층이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녀석. 핵심 전리품이니 골라 담는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갈레트 부르통. 녀석 이름 참 어렵다. 럼, 럼주가 들어간 빵인가. 생긴 것도 그렇고, 구성도 그렇고, 호기심에 집어 든 녀석이다. 괜히 녀석을 보니 드는 생각인데, 제과제빵. 알아야 할 것도 많고 기술까지 겸해야 하니 참 보통 직업이 아니겠구나. 그 옛날 양과자가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신문물을 접하는 기분으로 녀석도 전리품 장바구니에 담는다.
핵심인 공주밤파이도 담았고, 그 외에 사진으로 남기진 못한 무화과스콘까지 더해져.
'리치몬드 과자점' 탐색전은 마무리. 참, 이런 베이커리의 방문. 맛만 제외하고 눈에 담을 거리, 볼거리로 치자면 맛집 기행보다도 재미나다. 이 구역에서 잠깐의 시간이 난다면 꼭 카페 내에서도 커피 한 잔과 즐겨봐야지.
그렇게 취식 후기. 음, 당일은 돌아와 레몬케이크와 밤파이만 접해봤는데, 먼저 포장지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레몬케익이다. 레몬 반쪽 모양으로 굳은 크림이 파운드케이크를 감싸고 있는 모양인데, 포장지마다 방부제가 톡 튀어나와 조금 놀랐다. 허, 그런데. 정말 굉장히 맛있구나. '옵스(OPS)'의 레몬케익과의 대결에서도 '리치몬드'가 가볍게 승리. 굉장히 부드럽고 웃음이 나는 맛. 아이싱이란 표현을 쓰던데 표면을 감싼 저 하얀 크림. 매우 달 것 같으면서도 달지 않고 은은하게 도는 레몬향이 참 향긋했다.
더불어 밤파이 또한 인상적이더라. 밤 한 알이 든 큼직한 파이소를 퍼석퍼석한 얇은 파이가 감싼 모양. 크루아상과도 같은 식감. 모양새는 얼추 공주밤빵과도 큰 차이는 없는데, 부드럽게 술술 들어간다. 단순히 밤맛 이상의 깊고 그윽한 단맛이 나는 소도 인상적이고 말이지. 다음에 고향에 내려가면 이 녀석들을 좀 포장해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이거 참, 알면 알수록 알고 싶어지는 베이커리의 세계. 살은 배가 될 테니 큰일이지만, 왜 그렇게 사람들이 찾는지 이해가 되는 하루였다.
고독한 먹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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