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5) - 은평구 갈현동의 '갈현동할머니떡볶이'
사실 서울에서 떡볶이는 그렇게 기대하고 있지 않은 편인데, 예상외의 맛으로 상당히 놀랐다. 첫맛에 치고 들어오는 시큼함, 그런데 시원하니 칼칼하다. 흡사 맛있는 김치찜의 국물을 느낀 것도 같았는데 부대끼지 않게 국물까지 쓱싹 비워낸 떡볶이는 또 처음이구나.
연신내역 인근 갈현동에 위치한 '갈현동할머니떡볶이'에 대한 이야기다.
※ '갈현동할머니떡볶이'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09:00 ~ 20:00 (라스트오더 19:3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 연신내역 7번 출구 도보 10분가량 소요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한 듯하다. (들리진 않았다.)
- 테이블은 5개 정도로 깔끔한 매장, 40년 전통이니 리모델링, 이사 등을 거친 게 아닐까 싶다.
- 메뉴는 떡볶이, 순대, 만두, 떡볶이 곁들임으로 상당히 단출한 편. (주류는 불가하다.)
- 굉장히 거부감 없는 매력적인 떡볶이다. (접해 본 서울 떡볶이들 중 손에 꼽는 편)
먼저 떡볶이. 필자에겐 대전의 '바로그집', 더불어 그 시절엔 익숙하게 볼 수 있던 노점들의 굵직한 가래떡 떡볶이가 추억의 메뉴인데. (유독 어린 시절 동네의 야외 노점 떡볶이들은 떡이 전부 가래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종류다 국물이 없는 끈적하고 자작한 떡볶이들로 그래서인지 유독 서울엔 국물이 많은 떡볶이가 많아 놀라기도 했고,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도 같다.
다행히 신당동의 '아이러브신당동', '마복림'류의 즉석 떡볶이와 볶음밥은 대전에서도 유사 상호로 만나봤었기에 그렇게 거부감은 없더라.
하지만 이곳은, 국물의 비중이 많은 떡볶이인데 꽤나 놀라웠다. 필자가 이렇게나 맛있게 먹을 줄이야. 나름 입맛에 맞았던 명지대 인근의 '엄마손떡볶이', '이정희떡볶이'와의 삼파전 대결에서도 가볍게 승리한 단출한 한 그릇의 떡볶이. 연신내역 외곽에 위치한 그곳. 자 들어가 보자.
상당히 깔끔한 편의 내부다. 자리가 그렇게는 많지 않더라. 매대에 떡볶이, 튀김 등을 쫙 깔아 서비스하는 그런 떡볶이집이라기보단, 식당형 떡볶이집의 느낌. 과거에는 어땠을진 모르겠다.
자리는 앉아있는 필자의 자리와 함께 보이는 테이블이 전부다. 이 정도 규모로 나름의 유명세를 떨치는 집이라면, 필시 독특한 무엇인가가 있겠지. 의자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익숙한 실내 떡볶이집들의 의자.
'갈현동할머니떡볶이'의 메뉴판이다. 선불 시스템. 필자는 떡볶이, 김말이 둘, 계란으로만 주문. 음, 메뉴 단출한 메뉴 구성. 떡볶이의 맛이 더욱 궁금해지는구나.
그렇게 얼마 기다리지 않아 금세 등장했다. 튀김과 계란은 버무린 채로 요청. 육안으로는 모르겠더라. 국물의 비중이 많은 평범한 떡볶이인데. 본격적으로 시식.
오, 첫맛부터 특유의 시큼함이 입안을 후욱하고 환기시켰다. 순간 뭐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불어 저 굵직한 밀떡. 양념이 아주 잘 배어서인지 굉장히 맛있게 느껴진다. 국물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 떡의 맛. 튀김은 후추맛이 강한 그런 김말이로 평범했는데, 떡으로만 봤을 땐 느껴본 국물떡볶이 중 처음인 듯싶다.
그나저나 도대체 이 시큼함과 감칠맛. 무엇인가?
아주 약간은 명지대의 '이정희떡볶이'와도 칼칼함과도 결이 비슷한데, 이곳이 더욱 시원하니 깔끔하고, 감칠맛있게 끝맛이 떨어진다. 국물만을 숟가락으로 떠 음미하고 삼키니, 뭐랄까? 김치찜의 국물? 김치찌개? 김치의 시큼함인가? 맛있는 김치 베이스의 찌개를 넘기는 느낌이 나더라. 다만 이 특유의 맛이 아주 적절히 떡볶이의 본분(맛)이 잊혀지지 않도록 조용히 눈치껏 백업을 한다는 점.
독특하거니와 깔끔하다, 깔끔해. 때문인지 국물과 함께 떠서 퍼먹는데도 부대낌이 없다. 떡볶이를 먹고 있는 것인가, 떡볶이국밥을 먹고 있는 것인가? 할 정도로 거부감 없는 소스의 맛. 찾아오길 잘했구나.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의 연인 또한 정말 맛있다고 할 정도니, 양념이 잘 밴 떡, 특유의 감칠맛, 칼칼함의 국물. 마음에 든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인당 1인분씩 주문해 놓고 수저로 떠먹으면 그만이겠다.
그렇게 국물도 남기지 않고 떡볶이를 그릇째 비워냈다.
'상호'는 할머니지만, 가게 사장님 내외일지 남녀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간판. 할머니가 물려주신 것인가? 어떡하다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맛있게 먹은 한 그릇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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