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독한 먹기행 Aug 24. 2023

진정한 맛의 무한 루프, '영미오리탕'의 들깨오리탕

고독한 먹기행 (51) - 광진구 군자동의 '영미오리탕'

언제인가 지역의 토속음식으로 부산에 돼지국밥이 있다면, 광주엔 오리탕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소릴 들은 적이 있다. 이거 비빔당면과 상추튀김과도 같은 대비일지 모르겠구나. 여하튼 간 맛보지 못한 토속음식을 만나는 행위를 즐기는 필자에게 있어, 최근 가장 염원했던 토속음식이라면 바로 광주식 들깨오리탕인데. 갈아낸 들깨가 들어간 그 녹진하면서 고운 빛깔의 음식을, 현지의 광주 아닌 서울에서 참지 못하고 만나보고야 말았다.


필자의 거주지 기준 지도 상으론 먼 거리, 꽤나 헤비한 음식인 이유로 몇 년 간 위시리스트로만 남겨두었던 집. 광진구 군자역 인근에 위치한 '영미오리탕'의 방문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 '영미오리탕'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1:00 ~ 21:40 (브레이크타임 15:00 ~ 16:30, 라스트오더 20:4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소량 가능하지만 불가하다 보는 게 마음 편하겠다. (사진과 같이 가게 앞, 옆 공간으로 위태롭게 경차들만 겨우 집어넣을 수준.)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남녀 공용)

- 광주 오리탕골목의 유명 맛집, '영미오리탕'의 서울 분점.

- 본래도 유명했던 서울의 오리탕 맛집이었으나, SNS에 출연하며 보다 많은 손님들이 방문 중이다.

- 때문에 불가피하게 시간제한이 있는데, 입장 기준 1시간 30분.

- 기술했다시피 당연히 웨이팅이 있으며, 주말 기준 필자의 입장 대기 시간은 약 25분이었다. (대기 명부에 정보를 작성하면 전화를 걸어주신다.)

- 아무래도 금세 먹긴 힘든 헤비한 메뉴로, 정말 천천히 음식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나, 먹는 속도가 느린 이들에겐 비추천.

- 들깨를 싫어하는 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만하단 생각이다.



도착한 '영미오리탕'의 입구. 인근 유료주차장의 정보 및 대기, 시간제한 관련해 한눈에 확인이 가능하다. 필자도 명부에 이름을 적고 대기하는데, 앞선 대기자들은 적었으나 역시나 음식은 무거운 탓인지,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대기 중, 독특한 무엇이 없을까 가게를 살피는데, 눈에 띈 '밀어부러', '땡겨부러'. 좋구나. 광주의 본점뿐만 아니라 전라도 사투리까지 삽푸듯 가지고 온 가게의 모습이다.



웨이팅 25분 뒤에 입장. 오리전문점답게 익숙한 메뉴들이 포진되어 있고, 가격대는 역시나 무거운 편. 익숙한 오리로스, 주물럭과는 다르게 저 오리탕은(들깨식) 오리집에 가면 없거나 사이드격의 한방오리탕 정도였는데, 이곳에선 가장 상위에 포진된 메뉴이자 선발투수다. 2인 기준으로 오리탕 반 마리로 주문한 필자인데, 대기 명부에 미리 메뉴를 적어두는 시스템이니 이 또한 참고하면 좋겠다.



바로 음식이다. 이거 말로만 듣던 들깨초장과 오리탕에 빠질 수 없는 파트너 미나리 등장. 오리백숙으로 이따금 만나던 들깨양념장. 이곳에선 시큼한 초장베이스. 이후 미나리와 오리의 느끼함을 잡아줌과 동시에 맛을 배가시키는데, 단언컨대 현재 들깨오리탕의 입지를 다져준 데는 개국공신이 따로 없을 두 친구들이다. 참 좋더라.



이어 젓갈 향이 물씬 나는 꼬릿한 향의 김치와 찬들도 등장해 주었고. (간은 조금 강한 편.)



오리탕 한상 완성이다. 좋구나. 대개 기다림이 많은 메뉴인데, 회전이 좋은 덕인지 미리 주문할 메뉴를 기재한 덕인지, 입장 후 기다림의 시간은 길지 않아 좋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고대하던 오리탕을 한 입 스윽 먹어보는데.



정말 좋다. (물론 필자의 입맛 기준이지만) 요새 팟 하는 맛집을 만나는 일이 적었는데, 최근 만났던 집들 중엔 단연 최고. 들깨가 지배적이라곤 하나, 저 콩비지 같은 국물 빛깔로 대충 예측한 맛이긴 한데. 이거 참 부담스럽지 않게 좋구나.



부드러운 수프라 해야 할지, 한국형 스튜라 해야 할지 참 오묘하다. 다만 확실한 건, 대개 이런 걸쭉한 류엔 밥을 동반하지 않는 필자인데, 바로 공깃밥 하나를 주문했다는 것. 말아보고 싶다. 밥을 적셔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왜인지 불쑥 들었던 필자다. 그렇게 국물에 적셔 먹는데, 음. 정말 좋았던 선택. 마무리로 계란을 푼 샤브샤브의 죽을 먹는 것 같기도 하고. 걸쭉함과 부드러움의 결정체구나.



왜 이제야 만난 것인지, 그간 필자의 나태함과 우둔함을 스스로 질책할 정도다. 가히 들었던 것과 같이 국물에 데친 미나리와 초장의 조합은 무한 루프. 무엇보다도 미나리를 투입해도 오리탕 국물의 맛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마음에 들었다. 미나리는 미나리대로 오리탕 국물의 국물은 국물대로 각자 노는데, 그래도 한 번씩 하이파이브하며 서로를 적시고, 적셔주는 조합. 극강이구나.



광주 사람들. 프라이드를 가질만한 맛이다. 그렇게 오리탕에 한참을 취한 필자인데, 아직도 미나리가 남아 있었으니. 육수 추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더욱이 인상적이었던 건 보통은 육수를 추가하면 밍숭해진 맛으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남아있는 진한 잔여 국물에 새로운 육수가 담기니 맛은 배가되어 업그레이드. 게다가 미나리까지. 진정한 맛의 무한 루프이자, 반복되는 도돌이표 리듬이구나.



그렇게 불태워버린 필자다. 더 이상의 설명은 구차할 뿐인 오리탕. 이 녀석 이제 분기마다 찾게 되겠구나.



마무리는 군자역 인근의 골목, 뭔가 더욱 탐색의 요소가 많다 느껴져 찍어봤다. 멀어서 아쉽지만 마음먹고 찾아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영미오리탕'에 관한 이야기였다.



고독한 먹기행

미나리는 미나리대로 오리탕 국물의 국물은 국물대로 각자 노는데,

그래도 한 번씩 하이파이브하며 서로를 적시고, 적셔주는 극강의 조합.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작가의 이전글 소 특수부위 전문 노포, 종로3가의 '동대문허파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