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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Aug 31. 2023

인사동 홍탁집에서 은밀한 회동 '홍어가막걸리를만났을때'

고독한 먹기행 (55) - 종로구 관훈동의 '홍어가막걸리를만났을때'

필자가 유일하게 즐기지 못하는 음식 한 가지가 바로 홍어다. 소위 미식가로 불리는 유명인들은 항상 극찬을 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넘어야 할 관문이자, 먹기행을 집필 중인 개인의 부끄러운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나이가 들며 서서히 좋아하고 스며들게 된 평양냉면, 고수, 태국, 인도의 세계 요리와는 다르게 이 녀석만큼은 영 친해지기가 힘들더라.


그래도 당시는 약간의 극복 가능성이 보였던 하루다. 만난 곳은 '인사동문화의거리' 인근의 관훈동 골목. 아무래도 관광객을 상대하는 집이 많아 음식점을 선정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한데, 그래도 어르신들이 단골로 찾는 보석과도 같은 집들이 곳곳에 박혀있으니, 이 집도 그런 집 중 하나라 할만하겠다. 홍탁을 주력으로 다루는 '홍어가막걸리를만났을때' 방문기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 '홍어가막걸리를만났을때'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5:00 ~ 24: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구조. (한옥집의 구조로 룸들로 구성된 고즈넉한 내부가 매력적.)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홍어 요리들과 각종 전들을 주력으로 하는 전형적인 홍탁집.

- 삼합의 경우 국산 흑산도 홍어로, 제대로 된 묵은지, 갓김치와 함께 제대로 된 삼합 한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사장님의 기운이 친절하면서도 호방하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뭘 몰라도 몰랐다. 비록 관광지화 되었으나 인사동의 내공을 얕보는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여하튼 안국역 방면의 인사동 골목 초입에 위치한 이곳은, 필자의 인생 친구 녀석이 경복궁의 현장일을 도맡았을 당시 동료들과 자주 찾았던 홍탁집이라고. 동행한 연인, 그리고 필자의 친구놈은 홍탁을 좋아라 하였으니, 필자만 도전하는 심정으로 들어가 보았다.



음, 좋더라. 한옥의 집의 구조. 여러 방들로 이루어진 가게의 모습인데,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신발은 신고 들어가는 구조임도 참고.)



탁주가 담길 주전자들과 하회탈, 각시탈도 사진으로 담아본 필자다. 누가 봐도 곳곳에서 인사동의 식당임을 뽐내고 있더라.



이어 사진과 같은 테이블의 공간으로 안내받아 착석. 매번 한옥의 집을 올 때 느끼지만, 이 뭐랄까. 냉방 중임에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해야 할까?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 연신 서까래들과 실내 곳곳을 촬영한 필자다.

늦은 밤 조용한 인사동 골목의 한옥집, 이리도 낭만적이었나?



야심한 밤의 회동은 막 지금부터 시작이었으니. 삼합 소짜와 감자전으로 시작한 필자다. 본래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선 음식은 거들 뿐인 정도인데, (글을 염두에 두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식당을 즐길 수 있기도 해서) 오늘은 홍어이니 존재감이 참으로 세다.



바로 음식이다. 뭔가 사람의 기운을(?) 잘 느낀다고 생각하는 필자인데, 남자 사장님이 호방한 기운이 느껴지시더라. 주문과 함께 내어주신 건 두부와 갓김치. 애피타이저 격인데, 여수 돌산에서 만난 이후로 오래간만이구나. 좋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금세 뚝딱 삼합 한상도 완성. 아직 필자와는 유독 친해지기 힘든 홍어. 먼저 제대로 묵은 듯한 김치를 한 점 먹는데, 크. 생각하며 글을 쓰는 지금도 입에서 침이 고인다. 정말 제대로 묵은지. (익기만 푹 익은 게 아니라 정말 맛있게 묵었다.) 돼지고기 수육도 한 점을 해주는데, 참 좋더라. 조금 이상한 기분도 느낀 필자다. 김치가 정말 맛있어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다시 한 번 홍어와의 만남을 추진하고 싶은 감정이 무럭무럭 샘솟았으니 말이다.



색이 탁한 감이 강하게 느껴져 정말 그 맛이 세지 않을까 싶어 머뭇했는데, (연인과 친구의 말로는 평범한 수준이라더라.) 김치와 수육만 맛보기엔 영 아쉬워 과감히 도전. 음, 조금 가능성을 느꼈다. 앞서 기술했던 이상한 기분을 또 한 번 느꼈으니, 필자의 거부 반응이 상당히 약해졌다 해야 할까? 연인이 느끼기엔 상당한 홍탁 맛집이라더라.

그러한 내공이 어느 정도 필자에게 통한 것인가? 양념소금만 살짝 쳐 즐기는 건 아직 무리지만, 뭔가 '다음에도'라는 여지를 느낀 필자다. (인생의 첫 인도 커리도 그러했고, 고수와 똠얌 또한 그러했으니 말이다.) 다만 그렇다 해도 이 홍어는 정말 친해지는 과정이 길구나.



여하튼 간 참 이 묵은지와 갓김치의 기깔난 맛이 입맛을 확 살려줬다.



꽤나 늦게 도착한 감자전. 직접 가는 공정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굉장히 부드럽다. 부드럽게 녹은 떡을 먹는 기분이 들기도.

여하튼 간 그렇게 심야의 회동은 마무리.



사진과 같이 골목은 인적이 드물어 조용한데, 유독 진한 조명의 밝기로 유혹 중인 홍탁집, '홍어가막걸리를만났을때'.

친구와의 갑작스럽게 결정된 회동인데, 야심한 밤 홍어와 은밀한 맞선(?)을 펼친 것도 같아 참 좋았다.


분위기에 취하는 그런 매력적인 하루였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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