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6) - 은평구 신사동의 '마마수제만두(媽媽水餃)'
은평구 새절역 근처로 꽤나 정평이 나있는 중식 만둣집이 있다는 정보, 간직만 하고 있다가 이제야 방문해 보게 되었다. 중식을 즐기지 않는 연인으로 인해 방문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는데, 모처럼의 중국 먹기행이 참 설레더라.
'구복만두'에 이어 올해 1월 만두가게만 두 곳인데, 이곳은 만두 외의 요리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설레었다. 때문에 만난 가짓수도 꽤나 많다. 상호만 봐도 만두에 일가견이 있어 보이는 곳. 소개할 곳은 은평구 새절역 바로 근처에 위치한 '마마수제만두(媽媽水餃)'다.
한자 그대로 '어머니의 물만두'가 되겠다.
※ '마마수제만두'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1:00 ~ 22:00 / 매달 2, 4번째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가게 앞, 옆으로 4대 정도 가능해 보인다. (가게 옆의 건물 주차공간은 사전 문의가 필요할 듯싶다.)
- 1, 2층의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1층)에 위치 (남녀 공용)
- 가게의 외관으로 확인 가능하고,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는 화상집.
- 향과 맛이 다르게 전개된 매력적인 샐러리물만두와 산동식(된장) 짜장면.
- 화상집이란 장르 속에서 또 하나의 비기를 품고 있는 집, 중식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적극 추천.
새절역 4번 출구 바로 옆에 위치해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차로 몇 번이나 오고 가는 증산로에 위치해 있었는데, 떡 하니 위치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구나. 18시 기준, 매장 내부를 보니 손님이 한가득인데 포장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도 있더라.
다행히 2층에도 테이블이 있기 때문에 기다리진 않아도 됐다. 창문에 가득한 물기. 내부는 꽤나 습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어머니의 물만두'에 이어 벽면에 붙은 글귀 '화상(華商)', 침을 한 번 삼키고 긴장하자. 새절역에서 만나는 본토의 맛이다.
필자가 입장한 2층의 내부다. 입장 당시 절반 정도가 차 있었으나 손님이 빠진 후에 별도로 촬영했다. 역시나 화상집에서는 빠질 수 없는 강렬한 붉은 톤. 2층의 내부는 천장이 낮아서인지 살짝 답답한 감이 있고 소리가 울리는 감이 있다. 개조된 듯한 2층의 느낌이랄까? 습하기도 하고 나름의 핸디캡은 있겠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입체감 있는 벽지였는데.
굉장히 디테일하기도 하다. 아주 멋들어진 벽지.
메뉴판을 살펴보자. 역시 이곳의 메인인 만두가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면류, 요리류, 주류와 딤섬까지. 독특한 것은 산동짜장면, '산동식'인가? 특이하다.
먼저 주문한 것은 샐러리물만두와 함께 위샹러우쓰(어향육슬). 개인적으로 난이도 있는 중식과 빼갈을 즐긴 지가 꽤나 오래라, 필자의 고집으로 추가한 어향육슬.
주문과 함께 자차이무침, 단무지와 함께 독특한 간장이 등장했다. 자차이는 상당히 시큼한 맛이 강한 편.
독특한 간장, 중식 만둣집에서 종종 등장하는 마늘간장이다. 느끼함이 진한 중식 만두와 엄청난 궁합을 발휘하는데, 갑자기 생각나는 '편의방'. '편의방'은 안녕한가?
큼직한 젓가락에 새겨진 상호도 인상 깊다. 작은 집인데 구경거리가 은근히 많구나.
그렇게 기본 세팅 완료. 오늘은 이과두주와 함께다. 필자에겐 2014년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과두주.
기다리자 먼저 등장한 것은 '마마수제만두'의 샐러리물만두다. 음, 샐러리향. 고수보다는 조금 약한 특유의 향이 훅 느껴진다. 고수보단 덜하지만 고수를 일절 먹지 못하는 이들에겐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여하튼 간 근사한 만두 한상 시작.
딱 보기에도 중국 만두스러운 만두피다. 두껍고 단단한 감이 있는 만두피. 어만두로 유명한 연남동의 '편의방'도 그러한데.
먹어보는데 음, 단단한 만두피만큼이나 단단한 만두소. 육즙도 꽤나 품고 있는데, 좋다. 정말 좋다. 마늘간장에 콕 찍어 먹으니 중국의 향이 입에서 춤을 춘다. 고기소가 응집력이 있어 그런지 식감 또한 심심하지 않아 좋구나.
만나보길 잘했다. 만두를 맛보자마자 한 번 더, 다른 메뉴를 만나러 오자라는 결심이 단번에 섰다. 요리부를 시키지 말고 만두로 쭉 갈 것을 그랬나 하는 후회도 살짝 드는구나.
그리고 등장한 위샹러우쓰, 경장육슬과 마찬가지로 잘게 썬 돼지고기 베이스인데, 다른 점이라면 볶음에 가까운 요리다. 새콤달콤 돼지고기 야채볶음이랄까? 자차이에서 신맛이 상당했는데, 마찬가지로 느끼기에 이곳의 어향육슬도 신맛이 상당히 지배적이다. 끈적끈적한 것이 높은 도수의 고량주와는 찰떡궁합이지만. 아무래도 신맛을 즐기지 않는 연인으로 인해 긴급 보완책이 필요했으니.
'또 다른 만두 추가냐, 산동짜장면이냐'의 중차대한 기로에 놓였다. 만두는 쉽게 물릴 것 같고, 접해보지 않은 산동짜장면은 위험부담이 크다. 산동짜장면, 도통 어떤 맛인지 가늠이 안 가니 말이다. 만두는 다 맛있다는 사장님의 말씀이나, 짜장면을 놓을 수 없어 친절한 직원분에게 주문과 함께 문의하자, 된장 짜장에 가깝다라.
된장 짜장. 더욱 어렵구나. 확실한 건 직원분도 어느 정도 호불호가 있을 수 있음을 염려해 사전 안내를 해준 듯한데.
결국 산동짜장면으로 도전했다. 일상적으로 정통 중식은 흔치 않기 때문에, 익숙한 맛 보단 새로운 맛을 도전한다는 취지다. 그래야 내공이 쌓인다. 소스가 준비된 탓인지 생각보다 빠르게 등장했는데, 나오자마자 쿰쿰하고 고소한 된장의 향이 후욱 치고 온다. 꼬리꼬리한 향에 가깝겠다.
향으로 느끼나 시각으로 보나 된장을 기반으로 한 짜장이란 것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다소 생소한 짜장의 향. 면도 생각보다 길쭉한 것이 독특하다.
본격적인 시식.
오호, 감동이다. 필자의 입맛에는 제대로 꽂혔다. 된장 짜장의 세계. 늘상 접하는 익숙한 중국집의 짜장면과는 다른 길을 추구하는 짜장인데, 어찌 이리 반가운 맛인가? 된장 때문인가? 단맛보단 짭조름한 맛이 더한데, 굉장히 매력적인 감칠맛이다. 샐러리물만두에 이어 머리가 띵했다.
강한 된장 탓에 주춤했지만 굉장한 반전. 연인도 굉장히 흡족해하니 과감한 선택, 성공이었다. 누군가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까? 어렵구나. 다만 샐러리물만두도 그렇고 산동짜장면도 그렇고 향과 맛은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는 점. 개인적으로는 과감히 도전해 보라 권장하고 싶다. 지인과 함께였다면 무조건 먹여봤을 맛이다. 그 정도로 인상 깊다. 글을 쓰는 지금도 맛이 아른아른하게 생각나니 말이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 후 내려온 1층, 아직도 만석이더라. 조금 더 파헤치고 싶은 집. 산동짜장면은 입맛에 맞았냐는 직원분의 물음에 순간적으로 하오를 외칠 뻔했다.
나오면서 다시 한번 살핀 '마마수제만두'의 외관. 가게 옆으로도 주차공간이 있는데, 주차가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자차를 이용하는 이들은 가게 앞 여유 공간을 참고하면 좋겠다.)
조만간 또 찾아오겠구나. 은평, 마포의 성산, 상암동 등 인근 거주민이라면 꼭 한 번 들러보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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