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62) - 은평구 녹번동의 '충무칼국수'
겨울 하면 떠오르는 음식들이 꼭 있다. 제철이 아니어도 뜨끈한 국물로 생각나는 꽃게탕, 생태탕, 이제 제철이니 인사 좀 나눠야겠다 싶어 만나는 굴, 과메기, 홍합밥 등. 마침 굴이 생각나 방문한 집. 이미 소개했던 적이 있던 집인데 벌써 3번째 방문이다. 뜨끈한 국물과 함께 기가 막힌 굴보쌈을 즐길 수 있는 집으로. 국물, 보쌈, 김치의 조합으로 추운 겨울의 입맛을 사로잡는 곳.
은평구청에 위치한 굴보쌈 강자 '충무칼국수 보쌈'이다.
※ '충무칼국수'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0:30 ~ 21:40 (라스트오더 21:00) / 매달 1, 3번째 일요일 정기휴무
- 건물 2층에 위치, 넓은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건물 계단에 위치 (남녀 구분은 되어있으나 좀 모호하게 되어있던 것으로 기억.)
- 포장도 가능하다.
- 칼국수의 경우 우동면 칼국수의 느낌, 국물은 정말 좋았으나 면의 임팩트는 약하게 느낀 필자다.
- 국물은 인당 기본으로 한 그릇씩 나오는데, 리필도 가능.
- 굴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이라도 수육만 즐기기에도 충분. 수육의 부드러움도 기대 이상.
- 여름은 낙지보쌈으로도 승부가 가능한 집으로, 은평구청 일대에서는 '서부감자국'과 함께 꾸준한 인기가도를 구사 중인 집.
좋구나! 자리가 여유 있어서라기보단 글을 쓰는데 사진이 넉넉해서다. 1, 2차전 굴보쌈을 상대했을 때는 사진이 없어 아쉬움이 컸는데, 이제야 제대로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충무칼국수'의 큼직한 내부다. 사람이 적어 보일 수 있으나, 이른 초저녁의 방문이어서 그렇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거의 만석이 되었다. 젊은이들의 지분이 2 정도, 나머지는 필자와 같은 아재들로 맛은 보장되는 집이다.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아 앉았다. 담금주와 상당히 많은 벽면으로 전통 장식품과 화분이 진열되어 있다. 가게의 내부를 둘러보니 역시나 오늘도 사장님이 계산대 쪽에서 진두지휘를 하고 계시구나.
직접 방문하면 좋은 점이다. 네이버지도상의 정보와는 살짝 다르고, 추가 정보도 알 수 있다. 21:40분에 종료, 마지막 주문은 21:00 다. 먹기행을 하다 보면 간혹 네이버지도상의 정보를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일을 어려워하는 사장님들이 더러 계시더라.
메뉴판을 살펴보자. 역시 강렬하게 보이는 굴보쌈. 소라보쌈, 낙지보쌈도 있으나 필자는 굴보쌈이다. 굴보쌈 小짜로 주문. 칼국수는 킵해둔다. 국물만 인당 한 그릇씩 나오기 때문에 이후에 부족하면 칼국수를 주문. 칼국수는 우동면에 가까운 스타일이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이다.
별도 쌈 채소는 나오지 않는다. '충무칼국수'의 굴보쌈에서 쌈의 역할은 저 김이 수행한다.
함께 나온 국물. 국물을 담는 일만 전담하는 직원분이 계실 정도. 크, 좋다. 칼칼한 멸치 베이스의 시원한 맛. 굴보쌈만 접하기에 뻑뻑할 수 있는 부분을 이 시원한 국물이 해소시켜준다. 풀어진 계란 조금이 대부분인 칼국수 베이스의 한 그릇 국물이나, 굉장히 귀중하다.
물론 소주 한 병이 빠질 수 없었다. 굴보쌈의 자리를 마련해 이젠 맞이하기를 기다리는 시간.
오래간만이구나. 굴보쌈. 제철에 만나니 더 반갑다. 삼겹 부위가 적당한 두께로 썰려 푹 삶아져 나온 맛. 고기는 굉장히 부드럽다. 잘 삶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수육이다. 어떤 날은 일부 부위가 뭉텅뭉텅 썰려 나오기도 했는데 오늘은 대부분이 일정 간격으로 썰려 나왔다. 상당한 양의 굴김치와 보쌈이 턱 하니 얹어져 있다.
굴김치의 맛이 참 일품인데, 싱싱한 굴과 밤, 배, 배추가 양념에 버무려진 형태다. 양념이 상당한데도 속재료들이 좋아 잘 어우러진다. 굴은 역시 싱싱하니 맛이 좋다. 이곳의 굴김치는 들어간 생밤에서도 싱싱함을 느낄 지경.
나오면서 조금 식혀진 따뜻한 수육과 시원한 굴김치를 김에 싸서 한 입, 바로 속 시원한 칼국수 국물을 들이켜 보자. 전혀 다른 온도점들이 모여 섞이는 전투 끝에 행복이 찾아온다. 이것이 겨울철 별미고, 겨울철 맛집이구나 싶다.
고독한 먹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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