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63) - 대전 유성구 궁동의 '천복순대국밥'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이면 바로 튀어나오는 칼국수와 두루치기. 보태서 곳곳에 상호가 있는 '바로그집'의 떡볶이, '태평소국밥'의 소국밥도 들 수가 있겠다. 허나 대전 현지인들도 이 음식이 대전에서 유독 빼어나다는 것을 쉽사리 인지하지 못하고 당연스럽게 접하고 있는 음식이 있으니, 서울 생활을 한 필자는 자신할 수 있다. 대전의 순댓국은 의외의 복병이라고 말이다.
순댓국이 거기서 거기지 뭐 있느냐? 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정답은 사진에 있는데, 사진 속 큼직한 파들. 원래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 파다대기를 첨가한 순댓국의 모습이다. 대전의 순댓국집은 대부분 파다대기. 경험상 파다대기는 대전에서만 만난 것 같기도 하구나.
다른 글에서도 기술한 적 있으나 순댓국집만으로도 1군, 2군을 나눌 수 있는 대전. (이는 서울의 평양냉면과 비슷할 정도인데.) 그 집들 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고 추억이 있는 집, '천복순대국밥'이 오늘 만나볼 주인공이다.
※ '천복순대국밥'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24시간 영업 / 연중무휴
- 주차 가능. (주차장이 넓진 않지만 가게 앞으로 4~5대 정도 가능, 유성천 인근으로 노상주차장 공간도 있어 어렵지 않게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
- 테이블과 좌식이 혼재된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 지나온 세월로는 손에 꼽는 대전의 순대국밥집 중 하나.
- 핵심은 큼직한 파다대기로 국밥에 넣는 순간 국밥이 맛이 업그레이드.
- 진한 고기 베이스 국밥보단 내장 위주의 칼칼하고 깔끔한 맛의 순댓국. (순대는 당연히 병천식)
- 오문창, 농민, 천리집 등 무수한 순댓국 강자들이 즐비한데, 대전사람들은 선호하는 곳을 한 가지씩은 품고 있는 듯하다.
- 파다대기는 순대에 직접 곁들여 먹어도 좋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기름 향이 밴 맛.
- 꽤나 이전엔 대전 곳곳에서 동일한 간판의 분점이 자주 보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으나 점포가 많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정말 고향의 벗들에게 설명을 해도 의아해 했었지. '서울엔 파다대기가 없다고?' 라는 말을 역으로 듣기도 했었다. 토박이들은 그냥 어린 시절부터 당연스레 접해 왔었으니 그런가 보다 했었던 것 같더라.
소개하는 '천복순대국밥' 또한 마찬가지로 필자의 어린 시절부터 진득하게 장사를 해오던 집. (학생 땐 탄방동에 위치한 24시 '천복순대국밥'을 방문했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듯하다. 대체재로 탄방동의 '치락골순대'를 자주 찾았었는데, 마찬가지로 파다대기가 등장한다.)
이곳은 궁동에 위치한 본점으로 무려 70년의 전통. 자 파다대기가 들어간 토렴식 순댓국을 만나보도록 하자.
필자 혼자 신나 열심히 떠들어댄 문제의 파다대기다. 집집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항아리에 담긴 보다 질척한 스타일의 것도 있다. 저 파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새우젓을 흠뻑 버무린 양념 다대기가 대전 순댓국의 시작이자 끝인데.
먼저 등장한 '천복순대국밥'의 원형부터 만나보자. 토렴식으로 등장하는데 머릿고기보단 내장의 비중이 살짝 높아 고기 순댓국보단 가벼운 느낌이다. 천안과 인근의 충청권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역시 순대는 당연히 병천식 순대. 여기까진 평범하지만 파다대기를 투여하는 순간, 큰 맛의 변화가 오는데.
앞서 소개드렸던 그림이 완성된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순댓국. 파의 얼큰함과 칼칼함이 더해져 느끼함도 잡아주고, 흔한 순댓국과는 전혀 다른 차별점을 만들어 낸다. 참, 장 다대기로는 절대 저 맛이 나질 않더라. 뭐랄까, 진한 고추장 제육과 고춧가루로만 맛을 낸 깔끔한 제육의 차이와도 비슷한 논리이지 않을까?
다만, 가장 큰 약점이라면 파향이나 편식이 심한 이들에겐 그리 달가운 정보는 아니란 것. (학창 시절의 필자도 파는 넣되 골라먹었던 웃픈 기억이 난다.)
여하튼 간 대전에 오신다면 추천하는 음식 중 하나로, 파다대기 순댓국이라는 복병의 카드를 내밀어 제안해 보는 필자다.
대전 사람들은 두부두루치기처럼 두루두루 아는 '천복순대국밥'에 관한 이야기였다.
고독한 먹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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