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독한 먹기행 Oct 09. 2023

은평구에서 만나는 전주식콩나물국밥, '넷길이콩나물국밥'

고독한 먹기행 (64) - 은평구 대조동의 '넷길이콩나물국밥'

해장으로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지만 숙취로 인해 정말 속이 좋지 않은 날엔, 얼큰하고 시원한 맑은 국 마냥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3년 전쯤 유명세로 방문해 맛있게 먹은 곳인데, 이젠 이웃이 된 집이다.


소개할 집은 대조동에 위치한 넷길이콩나물국밥의 콩나물국밥이다.



※ '넷길이콩나물국밥'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24시간 / 연중무휴

- 주차 가능 (1층 전용 주차장)

- 테이블식과 좌식이 혼재한 구조 / 화장실은 반 외부로 입구 계단에 위치 (남녀 공용으로 기억한다.)

- 대중교통으로 역촌역과 불광역 사이에 위치해 있으나 역촌역 2번 출구가 더욱 가깝겠다.

-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 맛집.

- 해장을 위해서도 좋고, 너무 멀리서만 아니라면 직접 방문해 찾아와 먹기도 좋을 맛이다.

- 정통 콩나물해장국 스타일인데, 모주를 서비스 중인 점도 특징이라면 특징.

- 인근이 북한산이기에 등산인을 위한 안주류도 몇 종 만날 수가 있고, 등산객들도 더러 보인다.



집 근처 슬세권이기 때문에 전날 술과 사투를 벌인 후 여파가 남았을 때 너털너털 걸어간다. '어서 날 살려주시오.' 하고 말이다. 24시간 연중무휴인 곳으로 응급실과 같이 언제든 숙취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상단에 비치된 메뉴판. 국밥류, 요리류, 모주로 크게 나뉜다. 모주는 직접 끓이는 점도 있고, 아마 북한산 등산 후 방문하는 이들이 한 잔 때리기 좋아, 메뉴판에 요리와 함께 비치되어 있는 듯하다.

당연히 기타 주류들도 판매 중이다. 모주가 당기기도 해 이날 주문했었는데, 끝자락에 기술할 예정이다.


확실히 등산객들이 많아 찾아서일까? 요리의 경우 콩나물국밥에 들어가는 오징어 재료를 공통으로 다룬다 쳐도 산과 어울리는 막걸리 안주들이 많다. 잠시 메뉴판을 보자니 슬프다. 콩나물국밥도 8,000원의 시대다.



등장한 밑반찬. 이후 셀프서비스로 리필이 가능한데, 참으로 콩나물국밥에 필요한 반찬들만 모아뒀다. 김치는 기본으로 두고 오징어젓갈이 그렇고 장조림이 그렇다. 맑고 얼큰한 탕에 찝질하게 한두 점 먹기 좋은 찬들.



핵심은 바로 이 수란이다. 빠질 수 없는 콩나물국밥의 수란. 김가루+콩나물+국밥 국물 3스푼에 수란 슥슥 비비면 그 많던 콩나물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성의 맛.

넷길이콩나물국밥은 전주식 콩나물국밥 방식 그대로 서비스하는데, 재료 본연의 맛까지 좋아 인기가 좋은 집으로 추정된다. 확실히 수란만 봐도 신선함을 느낄 수가 있다. 수란에는 참기름을 살짝 넣어 고소한 향도 올라온다.



테이블 좌측으로는 수란에 곁들일 김가루가 한가득, 국물의 시원함을 가미해 줄 새우젓과 청양고추도 만날 수 있으니 기호에 따라 조미해 먹으면 된다. 조미 재료들도 확실히 전주식이다.



먹기행의 감성으로 가게와 찬을 즐기는데 갑작스러운 인공지능 이모에 당황한 순간이다. 이모는 어디 간 것인가. 오르는 물가만큼이나 세상도 변한다. 언젠가 콩나물국밥이 3만 원쯤 되는 세상이 온다면, 그땐 앞에서 로봇이 수란을 제조해 주고 있지 않을까? 여하튼 국밥을 받아 테이블에 두고 '완료' 버튼을 누르니 제 갈 길을 알아서 간다.



필자의 속을 치유해 줄 넷길이콩나물국밥의 콩나물국밥, 부담 없는 속풀이 해장엔 가히 최고.

드디어 나왔다. 이미 수란은 김가루를 얹은 상태. 콩나물국밥은 토렴해 나오는 곳도 많은데 넷길이는 밥이 별도로 나온다. 전주 남부시장 방식이라고들 하는데, 서울에도 분점으로 곳곳에 자리 잡아 상암동에서 가끔 들렸던 현대옥이 대표적일 것이다.


안에는 콩나물 한가득, 쫑쫑 썰어낸 오징어, 파, 고춧가루, 시원한 육수가 함께 한다. 필자의 경우 중반부터 청양고추를 넣어 얼큰함을 가미하는 편이다.



넷길이에서도 추천해 주는 방식 대로, 그리고 익히 아는 대로 수란, 김가루, 콩나물, 국물을 섞어 한 입. 크, 살아나는 기분이다. 필자의 온몸 곳곳의 혈이 뚫리는 듯한 기분. 전혀 부담되지 않고, 숙취+허기짐에 술술 들어가는 조합이다.

국물 또한 말해 무엇하랴. 후루룩 마시는 순간 그 시원함과 뜨거움에 정신이 번떡하고 든다. 잠시 걸어 치료받고, 음식을 즐길 수가 있으니 참으로 기특한 집이다.


그렇게 콩나물 건져내 수란과 먹기를 반복, 어느새 콩나물은 사라져 버리고, 국물에 청양고추 살짝 넣고 밥과 슥슥 말아 그대로 들이키듯 먹는다. 제대로 풀리지 않던 무언가가 풀리고 뚫리는 기분.



바로 살아난 기운으로 인해 모주를 주문한다. (2,000원) 

독한 술이 아닐까? 싶겠지만 모주의 경우 막걸리에 약재 넣고 끓인 해장술의 일종이다. 도수도 1도대로 상당히 낮은 편인데, 마시면 살짝 시큼하고 텁텁한 맛에 계피 은은한 향이 깊게 올라온다.


인목대비의 어머니(母)가 빚은 술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고, 필자같이 술 많이 마시는 자식 위하는 맘에 어머니가 만들어주어 위의 이름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고독한 먹기행

콩나물국밥 한 그릇 해치우고 나니, 생기 넘치는 하루가 다시 시작됐다.

인근에 살면서 숙취에 앓는 이들은 최대한 빨리 지체 없이 방문해 치료받고, 맛 좋은 음식으로도 치유받기 좋은 곳이다. 멀리서 와도 한 번쯤 방문하기 좋은 맛집이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작가의 이전글 파다대기로 시작해 끝나는, 대전의 '천복순대국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