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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Oct 16. 2023

이순신 장군께서 즐기셨다는, '20번집'의 금풍생이구이

고독한 먹기행 (65) - 전남 여수시 교동시장의 '20번집(평춘집)'

금풍생이. 군평선이, 딱돔 등 부르는 표현이 참 많은 생선인데,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도 여수 인근을 제외하고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생선이기도 하다. 텔레비전의 음식 프로를 보다 보면, 꼭 여수의 어느 포장마차에서 이 금풍생이 구이를 뜯는 장면이 자주 송출되곤 했었는데. 그림의 떡과 같은 녀석, 모니터를 통해 바라보기만 하던 한을 드디어 풀게 되었다.


'20번' 포장마차의 금풍생이 구이.

목표했던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해 헤매다가 사람이 붐비는 곳들은 다 만석이었기에, 그중 가장 한적한 포차를 찾아 들어가게 되었다. '여수교'에서 '조입교'로 향하는 길 초입에 위치한 포장마차인데, 메인 시장 거리에서는 조금 벗어난 곳인 듯하다. '20번(삼합전문)' 포장마차를 가볍게 살펴보도록 하자.



※ '20번(삼합전문)' 포장마차 요약 정보 ※

- 영업시간은 알 수 없었다. (필자의 경우 일요일 19:30분경 방문)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 화장실도 마찬가지. 외부 어딘가 있는 듯했으나 이용하진 않았다.

- 카드 결제는 불가능, 현금 또는 계좌이체.

- '낭만포차거리'보단 현지 사람들은 '교동포장마차촌'을 추천하는 듯해 찾아 방문.

- 목표했던 것이 포장마차의 금풍생이 구이였기에, 집의 유명세를 따지지 않고 한적한 곳으로 착석.

- 30,000원에 큰놈 2마리, 중간놈 1마리, 작은놈 2마리를 내어주셨다.

- 이 집의 안주의 가짓수는 다른 집 대비 적은 편.



'이순신광장'에서 출발. '낭만포차거리'와 마찬가지로 '교동시장포장마차촌'도 광장을 기준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된다. 숙소를 이곳으로 잡길 잘했구나. 남해 여행 첫날 소주 한 잔의 회포도 풀 수 있게 되었고, 날씨도 좋고, 가는 길이 좋다.

해가 저무니 조명들이 켜져 또 색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이순신광장'. 장군님이 맛있게 잡수셨다는 평선이가 상에 올렸다는 생선. 군평선이. 지금 만나러 가보는 길입니다.



그렇게 얼마 걷지 않아 '교동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시장의 점포들은 거의 다 문을 닫은 상태지만, 포장마차의 불빛은 이제 트기 시작했더라. 보니 여수교를 중심으로 위아래로 포장마차들이 퍼져있고, 연등천 너머로 또 한 라인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도통 어딜 가야 할지 몰라 헤맨 필자다. 목표했던 집은 닫은 것인지, 어디 다른 데서 장사를 하는 것인지 찾지도 못했고 말이다.



그나저나 참 오래간만의 풍경. 천변으로 줄지어 나란히 장사 중인 포장마차. 요새 참 드물지. 그런 생각을 하며 가게들을 살피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사람이 많은 곳은 다 만석이고. 없는 곳은 없어도 너무 없어 갭이 크구나.

만나러 온 것은 금풍생이 구이뿐이니, 굽기만 하면 되는 녀석 별 차이 있을까 싶어 무작정 초입의 집으로 입성.



메뉴는 다른 집 대비 상당히 적어 보인다. 20번. 이곳 말고 20번집이 또 있는 듯한데, 구분을 위해 '평춘집'이라 하자.



좌측은 구이용 금풍생이. 우측은 마찬가지로 구이를 위한 볼락 같다.

금풍쉥이라고도 불리는구나. 동네 머슴아 부리는 듯한 말. 뭔가 더욱 강렬하다. 매대엔 적당한 양의 생선과 해물 등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샛노란 빛이 도는 노랑가오리도 보이고. (이후 추가 글로 노랑가오리회 후기 서술 예정) 그림의 떡과 같았던 금풍생이도 드디어 실물로 영접하게 되었다. 연예인을 본 것과 같은 기분. 금액은 30,000원으로 주문했는데, 꽤나 무서운 가격이다. 이거 자칫 안주 2개 이상이면 8~10만 원대는 훌쩍 넘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물가가 무서운 건지, 원래 비싼 금풍생이인지, 관광지 시세라 그런 건지 혼란스럽구나.



어쨌든 간 첫날 저녁이니 지역 소주 보해 잎새주도 장착해 주고. 깍두기, 마늘종 볶음, 오이 및 고추. 방울토마토로 기본 안주는 세팅.



금풍생이 구이도 함께 등장했다. 이거 정말 시세가 맞는지는 모르겠구나. 그래도 다른 백반집의 1~2만 원 대의 금풍생이보다 마릿수는 많아 적절히 내주신 건가 싶은데. 조금 큼직한 녀석 2마리, 중간만 한 녀석 1마리, 작은 놈 2마리. 총 5마리의 금풍생이가 등장했다.


이후 '낭만포차거리' 일대를 살펴만 본 필자인데, 그곳은 이곳보다 더욱 금액이 덜덜한 가격이었으니. 관광지 포장마차의 시세, 참으로 무섭구나.



여행 첫날의 기분 좋음은 리듬을 끊지 않기 위해 나름의 위안으로 포장마차의 금풍생이 시식을 시작한 필자다.

보니 생각보다 작은데 도톰한 크기의 생선. 왜 서울에는 이게 없는 것인지 여쭈어보니, 여기 사람들 먹기에도 부족하단다. 어획량이 현저히 적어 비싼 것인가? 인터넷쇼핑을 통해 검색해 봐도 지금까지 주문했던 생선들 대비 가격이 있는 편.


으음. 맛을 보니 얼추 이해가 간다.



'금풍생이 구이', 꼭 포장마차가 아니더라도 여수의 일반 백반집에 1~2만 원대 생선구이 메뉴로 두루 포진되어 있는 듯하다. 몇 마리가 나오는지는 각자의 조사가 필요.

도톰한 요 녀석. 그대로 살을 결대로 떠 한 점 먹어보는데. 음, 오묘하다. 필자가 느끼기엔 굴비의 짭조름한 맛도 나는 듯했고, 가자미 같은 살의 식감, 발라먹기 좋은 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맛이 꽤나 훌륭한 편.

다만, 그 살점을 바를 면적이 가자미 같다 그러기엔 현저히 적고, 굴비라 하기엔 조금 넘는 느낌. 때문에 애매하다 표현했다.


정말 관광지 특성상 이곳의 시세 탓일지, 어획량 탓일지 모르겠으나 현재 이 값에 전국으로 퍼진다면 장사하는 이들은 유통비용을 감안해 값을 더 매길 텐데, 이거 처음 먹는 사람들이 그리 달갑게 여기진 않겠구나. 그나마 여수에 머물러 있는 것이 나을 생선. 그래야 매력이 사는 생선이다.



그래도 맛은 참 있다. 저렴한 가격에 넉넉하게만 즐길 수 있다면, 자주 들었던 말처럼 쉽고 편하게 뜯을 수만 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래도 오묘한 굴비와 가자미의 중간계로 묘한 맛을 자아내는 녀석.


기술했다시피 살을 바르기가 참 편해 나머지 모두 아낌없이 싹싹 살점을 발라 잎새주와 함께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니.

역시, 이 녀석도 한 번쯤은 찾아 방문해 봐도 나쁘진 않겠다. 여수에서만 흔하게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관광객 타깃의 포장마차촌이나 횟집보단 조금은 외지에 위치한 일반 식당의 금풍생이 구이도 알아보시기를. 마릿수까진 알 수 없지만 사이드메뉴 격으로 등장하는 듯 하니, 필자의 글을 참고해 주문과 함께 마릿수를 꼭 문의해 보면 참 좋겠다.


이후 가격 대비 만족스럽다면 주문. 여수 '교동시장포장마차촌'의 금풍생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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