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67) - 전남 여수시 봉산동의 '두꺼비게장'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게장 글이 나올 듯싶구나. 게장을 좋아하는 필자와 연인이다 보니 무수한 게장집을 방문해 왔는데, 막상 집필을 시작하니 사진을 제대로 남겨둔 집이 없더라. 여수에서 굵직한 맛집으로는 마지막 글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전 글들과 마찬가지로 여수 여행을 통해 만난 게장집이다.
이미 여수 여행에서는 빠지지 않는 공식 맛집인 듯한데. 만나보자. 봉산게장거리에 위치한 '두꺼비게장'이다.
※ '두꺼비게장'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08:00 ~ 20:30 (라스트오더 20:00)
- 주차 가능 (가게 앞도 여러 대 가능하지만, 가게 주변으로 전용 주차장이 2개 정도 있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돌게장은 리필 1회 가능
- 간장 및 양념게장이 비슷한 수준으로 두 대접 나온다.
- 획기적인 집게를 제공해 주는데, 때문인지 먹기 어려운 돌게장인데 먹을 맛이 나더라.
- 기본적인 찬들 풍부한 구성, 리필이라는 요소로 확실히 가성비집이라 할만하겠다.
- 다만 메인이 게장인 탓에 많은 찬들에 손이 가진 않았는데, 그래도 유독 빛났던 것이라면 갈치속젓. 참 인상적이었다.
점심에 맞춰 도착한 두꺼비게장. 아무래도 게장거리라 그런지, 이거 게장 먹으러 오는 차들인지 좁은 골목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많더라. 갓길 주차 차량까지 더해 조금은 혼잡할 수 있으니 안전 운전하면 좋겠다. 필자는 가게 바로 옆 전용 주차장에 여유롭게 주차를 했다.
그렇게 가게 앞까지 도착. 신기한 구조더라. 2, 3층은 일반 가정집으로 보이는 집 같은데, 또 식당 전용 건물이라기엔 애매한 모습의 건물.
그나저나 제천에도 유명한 두꺼비집이 있는데, 여수에도 하나가 있었구나. '두꺼비식당'은 안녕한가?
들어가는 길로 포장 판매 중인 녀석들이 보이는데, 냉장고에 그 종류가 진열되어 있는데 가짓수가 상당하다. 게장도 게장이지만, 갈치속젓, 액젓, 전복장에 멍게젓까지. 이야, 멍게젓 참 궁금하다. 더해 김치까지도 판매 중이구나.
하긴, 관광객 다수가 방문하는 집 같은데, 이해가 간다. 이렇게 포장품을 구애 중인 게장집은 또 처음이다.
들어가 보자.
역시나 넓은 내부. 필자가 방문했을 시기엔 평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진 않았다.
먼저 포장 및 택배의 메뉴판. 쏙새우장은 무엇인가 하고 보니 생긴 게 딱새우의 모양새. 방언인가? 여하튼 간 참 지방 여행에 오면 참고할 정보들이 참 많아 좋구나.
그런데 보니, 아뿔싸. 메뉴판을 찍지 못했다. 다만, 다행히 위의 사진 속 작게 주요 메뉴들이 나와 있으니.
돌게장 정식 14,000원. 갈치조림+돌게장 정식 20,000원. 꽃게장 정식 30,000원으로 모두 2인 이상이다. 필자의 경우 돌게장 2인으로 주문.
그렇게 기다리며 내부를 또 살펴보는 필자다. 음? '달마새우'는 또 무엇인가? 찾아보니 '대롱수염새우'라는데, 수염. 달마대사를 연상케 해 그런 이름이 지어진 새운가 보다. 녀석 이름 참 재미나다.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구나.
더해 돌게장은 리필 가능. 이곳의 치명적인 메리트이지 않을 수 없겠다. 아무래도 꽃게보단 만만한 것이 조금은 작은 돌게인데, 그만큼 많아서인지 모르나 이곳은 리필을 1회 제공 중이다. 돌게장을 좋아하는 필자에겐 이끌릴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향수와도 같지.
괜스레 외할머니가 직접 담아 보내주신 돌게장도 얼핏 생각이 난다. 주홍빛 알 풍성한 꽃게에 비하면 화려하지도 든 것도 많진 않지만, 참 그 녹진한 딱지 속 긁어 김과 함께 싸 먹는 맛. 나름의 매력이 있는 녀석이다.
주문 후 한 번에 세팅된 돌게장 백반 한상. 역시나 여기도 반찬 가짓수가 많구나. 내내 느끼지만 풍족한 반찬. 이래서 전라도 밥상 하는구나 하고 끼니마다 수긍하는 필자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새우장, 돼지불고기, 방풍나물 같았는데 여수에서 참 많이 만나는 듯하다. 그나저나 새우장. 가게에서 포장/택배 판매 중인 달마새우장일까? 보는 것만으론 모르겠는데 꽤나 튼실한 새우.
양념장을 얹은 큼직한 꼬막 (피꼬막 같다.) 새송이버섯.
그 외에도 감태무침. 나물이 또 등장했는데, 당시 게장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밑반찬이 임팩트 있게 기억나진 않는구나. 좋아하는 갈치조림, 게장집에 가면 특히 더 그런 듯하다. 밑반찬을 철저한 단역 배우로 전락시키고, 집어삼켜버리는 강력한 메인 탓에 이거 원 기억이 없다.
그래도 한 가지 특출나게 기억했던 것이 있었으니. 쌈 채소로 나온 알배추에 그 힌트가 있다. 게장 정식에 웬 쌈배추가 등장한 것인가 하고 봤더니.
이 갈치속젓을 위한 쌈 채소였던 것. 필자가 느끼기에 단역으로 전락한 반찬들이지만, 저 속젓은 참 인상 깊더라. 서울에서 이따금 고깃집에서 만나는 속젓과는 풍미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 (왜 갈치속젓을 포장 판매하는지 이해가 단번에 간다.)
꼬릿꼬릿함과 입안에 퍼지는 특유의 풍미. 그냥 맨밥 위에 툭 한소끔 얹어 먹어도 맛날 정도. 게장만큼이나 손이 많이 갔던 게 저 갈치속젓 녀석이다. 돌게장도 맛났으니 게장, 김치, 속젓까지 그냥 담그는 건 다 잘하는 집인가 보다.
꽃게 된장국을 마지막으로 기본 찬들 소개는 마친다. (게가 들어가 단맛의 비중이 큰 된장국.) 참 여수의 식당은 반찬 소개로만 분량을 넘기는 기분이구나. 이제 본격적으로 돌게장을 만나볼 시간.
중 사이즈 정도 되는 그릇에 담겨 나온 간장 돌게장. 이어 양념 돌게장이다. 간장만 등장할 줄 알았는데, 양념도 간장게장만 한 양으로 두 접시가 등장.
육안으로 보기에도 단단한 게장. 역시 이래야 돌게지. 아무래도 꽃게에 비해 단단한 감. 또 이게 살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 몸통 외에는 선뜻 먹기 어려워 보일 수 있는데.
요 묵직한 장비가 아주 간편하게 해결을 해준다. 웃긴 건 감탄하는 손님들이 많은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껍질을 부수는 저 집게도 판매 중. (아마 5,000원인가? 했을 거다.) 때문에 단단하고 큼직한 돌게의 집게발의 살도 쉽게 발라 먹을 수가 있다. 좋구나. 게장 먹을 맛 나게 하는 장비다.
이제 돌게의 내장과 함께 밥부터 쓱싹할 시간. 간장만 슥 맛보는데 음, 필자 개인적으로는 조금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더라. 게장은 갈치조림만큼이나 필자가 유일하게 밥을 몇 공씩 비워내는 음식. 때문에 아직까지 인생 게장이랄 집까진 없었던 것 같고 특별히 구분할 필요도 못 느꼈으나. 그래도 느끼기에 가장 맛있게 먹은 서울 강서구의 게장보다는 조금 약했다. (개인적으로 간장 단맛이 적은 게장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에.)
그래도 좋다. 돌게장 특유의 진한 내장. 꽃게장보다도 유독 돌게장에 김이 더욱 어울리는데, 그 그윽하고 진한 맛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만 이곳의 김은 조금 아쉽더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구운 김과 같이 함께 나오는 김에 힘을 더 실어줬으면 어땠을까? 아쉽게도 게장에 집중한 탓에 많은 반찬 가짓수에 손을 대지 못한 필자였으니 말이다.
특히나 게장에 불고기.(가족 단위의 어린이 손님들을 위한 불고기라면 또 얘기가 달라지긴 하지만.) 귀한 고기가 팽 당할 수밖에 없는 게장집의 현실이니 말이다. 게장과 겹치는 묵직한 반찬 몇 종은 물러도 좋으니, 차라리 시판으로 보이는 '바다愛 재래구이 김'보단 아주 고소하게 구워진, 입에 쩍쩍 들러붙는 그런 김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양푼이에 담긴 차조밥과 함께 아주 슥슥 비벼댔을 거다. (2공을 하긴 했으나 3공까지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뭔들. 구구절절하게 이런저런 얘기 보태도 게장은 게장이었으니. 전날 생긴 감기 기운은 금세 잊고, 입맛이 살아난 필자였다.
외할머니가 보내주신 돌게장, 필자와 돌게의 연결고리. 맛과 함께 그 기분을 느끼는 것만으로 좋았다. 덕분에 여수에서의 마지막 끼. 든든히 채우고 서울로 복귀한 필자다.
그나저나 게장거리라니. 오래전 서울엔 이런저런 음식 거리, 골목이 많아 참 좋다라고 기술했던 것 같은데. 게장거리라니. 이건 좀 많이 부럽다.
여기까지. '두꺼비게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고독한 먹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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