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7) 경기 안산시(대부도)의 '대부객주'
8년 만에 찾은 대부도. 오늘 먹기행의 주제도 대부도의 어느 맛집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래도 서해 특성상 대부도, 오이도, 제부도 등 섬 인근의 맛집은 칼국수, 조개구이가 단골손님으로 바닷가 길목에 자리 잡고 있기 마련인데, 뻔한 메뉴를 피하고픈 이들에게 추천하는 대부도의 맛집.
시화방조제를 넘어 대부도에 진입해, 차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섬 북쪽에 위치한 집. '대부객주'를 만나보도록 하자.
※ '대부객주'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0:00 ~ 19:30 (라스트오더 19:00) / 매주 수요일 휴무
* 토, 일 주말은 09:00 ~ 20:00 (라스트오더 20:00)
- 주차 가능 (가게 입구도 있으나 바로 앞이 '구봉도공영주차장'으로 이곳에 주차를 권장하고 있다.)
- 주차비는 무료로 주말을 제외하면 여유롭겠다.
- 실내, 야외 테이블식 구조 (야외 테이블 6개 정도 구비, 정자도 하나 있는데 손님맞이용으로 쓰는지는 모르겠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좁은 분리형에 가깝기에 남녀 공용)
- 디귿(ㄷ)자형 한옥스타일로 굉장히 넓은 편이고, 샹들리에 조명이 더해져 은은한 분위기가 좋다. (주말은 웨이팅도 있다고 한다.)
- 바지락쌈밥은 2인 이상 주문해야 한다.
- 직접 담그는 김치 (배추, 열무), 정갈한 찬, 적절한 간. 느끼기에 음식 솜씨가 상당하다.
- 대부도에서는 로컬의 집으로는 가장 권할만하겠다.
8년 전, 굉장히 독특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유명 인사들과 숙식을 하며 지냈던 안산의 대부도. 들어가다 보면 오래전 성행했던 '동춘서커스'의 상설공연장도 지나칠 수 있는 곳인데.
오래간만이지만 역시나. 타 관광지 대비 한산한 편이다. 섬 깊숙이 들어가 보면 적막하다는 것이 더욱 어울린다. 오이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렇게 물 빠진 '방아머리해수욕장'을 거닐다 보면,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음식점들을 여럿 만날 수 있는데. 가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칼국수다. 지도 앱으로 조회해 봐도 대부분 칼국수인데.
모처럼의 대부도이니 그래도 특별한 곳에서 한술 뜨고 싶은 기분.
독특한 한옥의 집 분위기로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 바로 '대부객주'다. 이름 또한 마음에 든다. 객주는 술(酒), 주인(主)의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주말 웨이팅이 있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입구에서도 메뉴판 확인이 가능하다. 특이한 건 도시락도 서비스 중이구나. 무엇보다 대부도의 좋은 점이라면 무료 주차 공간이 꽤나 많다는 점.
'대부객주'의 마당. 무협만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객잔의 야외 테이블이 여럿 깔려있다. 날이 좋을 땐 이곳에서도 손님을 응대하는 듯한데. 여름에 좋겠구나. 섬 외곽의 한옥집, 참 좋다.
들어가 보자. 오호, 상당히 은은하고 아늑한 내부. 천장의 샹들리에로 인해 바깥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내부. 큼직한 창들도 좋다.
가운데 마당이 보이는 곳으로 착석해 앉았는데. 장독들도 여럿 보인다. 독특한 바지락쌈장을 다루는 집이니, 음. 전반적으로 음식도 손맛이 어우러지지 않았을까 기대해 본다.
먼저 메뉴판. (메뉴판 촬영을 깜빡해 카운터의 메뉴판 사진으로 대체했다.) 무엇이 좋을까. 바지락쌈장이 굉장히 궁금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쌈밥은 자주 접하기에 장만으로 고르기엔 왠지 모를 아쉬움이 생기더라. 쌈밥 특성상 2인 이상 주문이 필수기에 여러 가지를 맛보기도 애매한 부분. 고민 후 주문한 것은 바지락소라무침 + 비빔밥(주먹밥)과 능쟁이(작은 게) 튀김이다.
그렇게 주문 후 기본 찬부터 등장. 역시나. 직접 담근 김치라 하는데, 배추김치 겉절이스럽게 적절히 익은 것이 맛이 상당히 좋다. 열무는 강한 맛 보단 고춧가루 적은 시원하게 익은 스타일의 열무김치, 통으로 나온 것이 보기 좋다.
연근 샐러드인데, 들깨 소스를 더한 듯하다. 당근, 호박씨와 함께 버무렸는데, 녀석 또한 무시하지 못하겠다. 손맛이 상당하다 거듭 느꼈다. 그러던 중 함께 나온 저 다슬기. 조금 뜬금없다 느끼고 있었는데.
오호라. 미역국을 맛보니 단번에 이해가 가는구나. 익숙한 쌉싸름한 향, 흡사 올갱이해장국스런 내음이 나는데, 다슬기로 맛을 낸 미역국이다. 처음 접해보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다. 새로운 발견이자, 좋은 접근이다. 국물만 우려낸 듯한데, 익숙한 충청도의 향이 코를 찔러 좋다.
메인인 바지락소라무침이 등장해 본격적으로 식사 시작. 알알이 틈새 요원으로 바지락들이 포진되어 있고, 큼직하게 조각낸 소라 숙회, 야채와 함께 새싹채소들이 멋들어지게 올라갔다. 맛은 물론 좋다. 굉장히 시큼하거나 양념이 강해 쉽게 젓가락을 내려놓는 경우가 많은데, 내내 느끼는 것이지만 간이 참 좋다. 마구마구 집어먹어도 자극적이지 않은 적절한 소라 무침.
소라도 살이 달달하니 맛나다. 더불어 아래에 깔린 초록의 해초면. 곤약면인가, 해초면인가? 가사리 같은 느낌도 드는데, 굉장히 부담 없는 식감의 가벼운 면. 시판면인 것 같지만 무침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좋다. 센스가 굉장하다.
함께 나오는 비빔밥이다. 말이 비빔이지, 주먹밥인데. 이런 표현을 쓰시나 보다. 조금 오바스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또한 간이 좋다. 주먹밥이 맛있다고 느끼는 건 흔치 않은데 말이다. 거듭 좋구나.
추가로 주문한 능쟁이튀김까지 더해져 제대로 된 한상 완성.
능쟁이, 박하지와는 다른 녀석으로 칠게다. 서해에서 썰물의 뻘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작은 게인데. 야무지다. 녀석은 저녁 맥주를 위해 남은 것들은 포장.
능쟁이튀김의 소스는 개인 취향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칠리소스 기반인데, 간장이면 했다.
그래도 참으로 근사했던 한상차림. 쌈밥과 같이 가짓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반찬, 국. 사소한 것에서도 정성과 손맛이 느껴져 참으로 맛있게 먹었다.
대부도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권장할 집이고, 그러고 싶구나. 대부도에 맛집 점 하나 제대로 찍고 만족스럽게 떠난 필자다.
고독한 먹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