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69)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의 '드럼통돌구이'
꼭 대학가 앞에 그런 집들이 있다.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꽤나 가성비집의 고깃집, 닭갈비집 말이다. 필자도 그런 집이 하나 있었는데, 나이가 들고 다시 찾아 방문하니 입맛도 경험이 쌓인 건지. 마냥 모르고 먹던 그 시절처럼 맛있게 먹을 수가 없더라. 때문에 번화한 대학가 인근의 식당은 가급적 피해 버릇하는 편인데.
이 집도 그러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었다. 서울로 복귀하는 중 들린 수원. 성균관대 근처에 위치한 맥반석 구이 닭갈비. 가평, 춘천에서나 볼 법한 메뉴가 있길래 관심을 끌었다. 수원에서 맥반석 닭갈비라. 왕갈비와 통닭이 유명한 수원이니 적절히 섞였다고 생각하면 나쁘진 않겠구나.
시간이 늦기도 했고 영업시간이 1시간 남짓 남아 주문이 불가하면 다른 집으로 가려 했는데 다행히 착석할 수 있었고, 그렇게 만나보았다. 소개할 곳은 수원 성균관대역 근처에 위치한 구이 닭갈비집. '드럼통돌구이'다.
※ '드럼통돌구이'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4:00 ~ 23:00 (라스트오더 22:00) / 매달 1, 3번째 일요일 정기휴무
* 주말의 경우 22:00 까지로, 라스트오더는 21:00
- 주차 가능 (가게 앞 공간으로 4~5대 정도 가능해 보인다.)
- 화로 중심의 사각 스테인리스 테이블식 구조
- 날씨에 따라 테라스의 야장 자리도 개방하는 듯하다. 방문 당시 기준으로 야외 테라스석을 제공 중에 있었다.
- 화장실은 반 외부 (건물 화장실로 남녀 구분)
- 볶음 형태 아닌 숯불구이 형태의 닭갈비.
- 필자의 경우 2인 세트를 주문했는데, 물가 대비해서는 전반적으로 가성비집이라는 느낌이다.
- 제주돈창소세지라는 독특한 메뉴를 포함하는 것도 인상적.
- 무엇보다도 맥반석 돌 위에서 2차로 굽는 닭갈비, 살도 연한 것이 매력적이다. 근방으로는 추천하고 싶은 집이다.
도착한 '드럼통돌구이'. 수원 외곽의 고속도로, 상당히 깜깜해 꽤나 애먹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을 수용 가능한 내부였는데. 이제 풀려가는 날씨.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테라스 자리도 구비되어 있더라.
그렇게 내부 입장. 마감까지 1시간 15분 정도 남은 시간이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주문할 수 있었다. 한차례 손님들이 가득 찼다가 나갔는지, 도처에 손님들의 흔적이 있었는데. 이때까지도 대학가인데 괜찮을까? 라는 우려가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학과 잠바를 입고 여기저기 앉은 대학생들. 이제 개강한지 한 달 되었을까? 젊은 청춘이 그저 부럽기만 한 필자다.
메뉴판을 살펴보자. 음, 어느 정도 인상이 있었나 본데. 그래도 역시 대학가. 필자의 동네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 (다만 이후 나오는 품을 보자면 맥반석 돌도 그렇고 보다 가성비 있다고 느낄만하겠다.)
특이한 것이 제주돈창수제소세지. 굉장히 허기진 상태이기도 해 먹어보고 싶었다. 2인 세트 (35,000원)으로 주문. 소금/간장/매운 중 선택이 가능한데, 소금으로 택해도 매운맛의 소스가 별도로 나온다 하시더라. 때문에 소금1, 간장1로 선택한 필자다.
양파 소스와 함께 매운 고추 소스 도착. 매운 소스는 참 마음에 들었다.
파채 무침, 별도로 만든 것일까? 양념이 뭉쳐있는 것이 독특하다. 슥슥 비벼주면 된다.
보글보글 끓여져 나온 차돌된장찌개. 참 진한 것이 준수하고 좋더라. 다만 필자 개인적인 취향으론 달달한 닭갈비도 함께니 살짝 맵싹했음 더 좋았을 법했다. 차돌 기름의 느끼함도 잡아주니 말이다.
그 외에 깻잎지. 돌판용 김치, 샐러드 찬과 함께 숯이 화로로 들어왔다.
그 위로 등장한 등장한 맥반석. 흔히 달걀을 굽는 용도로 익숙할 보리밥(麥飯) 문양의 돌이다. 춘천, 가평 등지에서 맥반석에 구워주는 닭갈비가 많은데, 여행 중 경유지였던 수원. 그것도 대학가 앞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맥반석, 당연히 먹을 수 없는 돌들이지만 보기엔 좋구나. 들어간 품이 있을 테니 동네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더 높은 가성비점을 주고 싶은 이유다.
자, 소금구이 먼저 시작. 더불어 함께 올라간 제주돈창소세지. 소세지 크기가 토실토실한 것이 이거 조금 기대가 된다. 선택에 조금 안심이 되는 순간. 돌판 위에 닭갈비니 맛이 없을 수가 없겠구나. 닭은 구이집 닭갈비와 다르지 않게 넓적다리를 부위를 쓰니 참고.
슬슬 익어가는 녀석들. 돌들 사이로 짱박아 두니 돌의 열기까지 더해져 금세 구워진다. 초벌이 어느 정도 된 듯해 살짝 구운 후에 바로 접하면 되는데. 저 긴 이름만큼이나 요란한 소세지 녀석. 제주돈창수제소세지도 잘라 구워주는데 참 먹음직스럽다.
그렇게 한 점. 너무 굽지 않은 상태에서 맛을 보는데. 음 좋다. 별도 연육 과정을 거치는 것인지 굉장히 부드럽구나. 닭갈비의 결 따라 부드러운 식감이 야들야들이란 말이 참 어울리는 식감이다. 그리고 소세지.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인데. 이 녀석은 그렇지가 않다. 일반적인 소세지보다는 단연 이상. 흡사 떡갈비를 먹는 느낌도 들더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좋았던 닭갈비와 소세지의 의외의 묵직한 펀치. 좋은 화력, 더불어 돌의 열기로 구이도 연기 심하지 않게 금세 먹을 수 있어 참 좋다. 돌들 사이로 기름이 빠지는 이점도 있겠구나. 고된 운전길로 피로해 그저 들어갈 수 있는 집만 있으면 좋겠다였는데, 그 와중 스스로의 선택을 칭찬하기까지 한 필자다.
다만 소금 2인으로 할 것을 하는 후회는 조금 있다. 간장. 역시나 양념 짙게 밴 닭갈비는 굽기도 고될뿐더러, 진하게 달달한 맛이 아이들이 많이 좋아할 법한 맛. 그래도 매운 소스가 있어 취향적인 부족함은 메꿀 수가 있었다.
수원, 왕갈비도 왕갈비지만. 이 집 덕에 갈비는 그냥 수원이 되겠다.
가게 내부에 적힌 사장님의 신념대로 오래오래 꾸준한 마음과 함께 번창하시길 기원해 본다.
고독한 먹기행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