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72) - 강남구 논현동의 '진미평양냉면'
오래간만의 평냉 깨기였을 것이다. 필자에겐 흔치 않은 강남 방문과 더불어 1박까지 하게 되었으니, 아침은 당연히 평양냉면으로 정해졌다. 유독 들려보자 들려보자 했으나 방문하지 못했던 집이었으니, 논현동에 위치한 진미평양냉면이다.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로 평양냉면 홍보주자인 성시경씨의 이야기를 듣기도 해서이다. 평소 TV를 통해 접하면 필자와 유사한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자주 느꼈었는데, 필동과 더불어 이곳 진미평양냉면도 자주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렇다면 분명 필자에게도 맛날 것이다. 하는 기대감이 이유다.
※ 진미평양냉면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11:00 ~ 21:30 (라스트오더 21:10)
- 주차 가능 (다만 골목에 위치한 탓으로 협소해 보인다.), 때문인지 역시나 강남스럽게 발렛 비용이 발생하는 듯하다.
- 필자의 경우 오픈 시간에 방문하여 웨이팅은 없었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 '의정부평양면옥', '필동면옥', '을지면옥'류의 평양냉면, 때문에 필자의 경우 고춧가루를 조금 얹었다.
- 만두는 평양냉면집들 중 가장 인상 깊지 않았나? 싶은 맛.
그렇게 웨이팅이 심하단 소리도 들어 호텔 체크아웃 후 오픈 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방문한 진미평양냉면이었다. 먼저 배추김치, 무절임 기본찬이 나왔고. 아, 익숙한 녀석을 여기서 만났다. 제육의 소스일 것이다. 의정부평양면옥, 필동, 을지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그것들보다는 조금 되직하다. 고추냉이의 매콤쌉싸름함도 느껴지는 마성의 소스다.
입을 가셔줄 면수다. 면수는 구수한 메밀향도 메밀향이지만, 반찬에 물든 입 안을 헹구는 역할로 참 좋다. 한 번 입을 가셔준 후에 다시 평양냉면 육수를 접하면, 처음 느낌 그대로의 육수 맛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평양냉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한 반복작업이다.
우선 냉면 2인분과 만두를 시켰는데 나온 것은 만두 양념장으로도 쓰이는 것 같다. (간장과 식초, 고춧가루가 따로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등장한 진미평양냉면의 평양냉면. 딱 보기에 깔끔한 육수다. 면을 풀지 말고 형태 그대로 한 모금 들이마시니, 음. 필자의 경우 필동과 살짝 같은 결의 육수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언가 간이 굉장히 좋다. 적당하다. 간이 세고 육향이 진한 초심자용 평양냉면이 있고, 굉장히 맑고 슴슴한데 육향이 은은하게 도는 평양냉면이 있는데 그 중간계다.
필동면옥이 후자의 평을 많이 듣는 편인데, 필동보다는 간이 좀 있으나 마찬가지로 육향이 돌고 깔끔한 그런 정석의 맛. 상당히 맛있게 먹었다. 고명이 다름에도 어찌 비슷한 결의 맛이 나지? 싶었던 것 같다.
때문에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는 필동마냥 고춧가루를 살살 털어 넣어 육수를 즐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추가로 등장한 만두 반 접시가 등장했다. 호오, 평양왕만두라기엔 예쁘게 빚어낸 것이 무언가 중식 만두 같았다. 피도 꽤나 두꺼운 편이었는데 한 입 베어 물어보니,
오호, 녀석. 평양냉면집의 만두 중에서 가장 큰 감동을 선사했다. 참기름향인지 꼬소하고 쌉싸름한 향이 만두 속에 한 가득.
군더더기 없고 고소하면서도 풍미 진한 만두소 덕에 술술 들어간다. 냉면집에서 만두를 맛있게 먹은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진미평양냉면이 처음일 것이다. 핵심 요원이 조용한 백업을 돕고 있었다.
이때부터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제육 반을 시켜볼까? 말까? 하는 고민. 평소였다면 냉면 한 그릇에 서포트 요원 (만두, 제육, 수육, 녹두전) 한 가지를 곁들임으로 마무리했을 테지만, 오래간만의 강남이었으니까.
제육 반을 주문해보기로 했다. 눈으로 봐도 야들야들한 것이 필동의 시원한 뭉텅뭉텅 제육과는 다르다.
양념장에도 찍어 한 입. 음,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필동만큼의 취향은 아니어서 아쉽다. 그리고 이내 스치는 데자뷔.
분명 어딘가의 냉면집에서 "난 이제 필동 제육이 아니면 좀 그런 것 같어. 딴 집에선 그만 시켜야겄어, 제육은." 이와 같은 말을 하고, 값도 값이니 필동이 아니면 시키지 않기로 다짐했었는데.
역시 제육은 필동면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 같다. 진미평양냉면도 준수한 맛이지만 특유의 매력과 중독성까지 겸비한 제육은 필동만한 것이 없다.
여하튼 아주 평양냉면해소감, 포만감 두둑히 장만한 채로 버스에서 꿀과 같은 단잠을 보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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