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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Nov 23. 2023

아쉬운 성산의 밤, 든든한 원군. '느랑'의 크림파스타

고독한 먹기행 (73)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의 '느랑'

저녁이 상당히 아쉬웠다. 필자의 판단 미스로 인해 부족하다 느끼는 곳을 방문해 버렸고, 성산 일출봉 주변으로는 로컬이 아닌 관광객 대상으로 유명해진 맛집이 꽤나 많구나 하는 걸 느꼈다.


아쉬웠으니 당연히 금방 나와버려 아직 배를 더 채울 수 있는 상황. 곧 하루가 끝나가는 늦은 저녁 싸늘한 시각에 원군이 되어 지원사격해 준 이가 있었으니. 성산의 느랑 새우크림파스타이다.



※ '느랑'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7:00 ~ 새벽 01:00 (라스트오더 00: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을 권장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으로 기억한다.)

- 2층에 위치한 분위기 있는 퓨전 감성주점.

- 흡연자들에겐 반가울 소식으로 2층 테라스에서 흡연이 가능.

- 제주의 재료들을 기반으로 한 고등어사시미, 스시, 파스타 등 다양한 메뉴들을 선보이는 집.

- 손님 중 익숙하게 찾는 듯한 높은 연령층의 손님들도 있어서 꽤나 놀라웠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주점인 것일까? 웹상의 정보가 꽤나 부족하다. 더군다나 로컬 음식만 찾던 제주이기에 갑작스런 파스타라는 도박이 영 심장을 쫄리게 만드는 것도 있었는데.

그래도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신생 가게에서 기댈 점이라면 깔끔함이다. 그리고 초심을 갖추고 있는 점도 있다.



가게 화환이 보이면 빼도 박도 못하는 신생이지만, 오픈한지 조금 된 것인지 손님들도 꽤 있었다. 역시나 굉장히 가게 내부가 깔끔하다. 그리고 분위기 있다.



다소 안심이 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니 심상치 않은 메뉴들이다.

숙성고등어사시미부터 고등어스시까지 아차 싶다. 거나했던 저녁이 아쉬워 단출한 안주와 맥주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곳인데, 이곳을 타깃으로 정했어도 될 법 했다. 아쉽다, 아쉬워.

이곳은 제주의 재료와 근사함을 컨셉으로 잡은 감성주점이었구나.



이미 고등어회를 어정쩡하게 접한 후라 예정대로 생맥주를 시켰고, 포만감을 마무리해 줄 새우크림파스타를 시켰다. 그리고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도 이곳을 찾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고 고등어사시미를 시키는 모습에 굉장히 부럽게 바라봤었던 것 같다.



기본으로 나오는 단무지무침, 피클, 푸실리&콘마요샐러드인지 함께 나왔고.



등장한 지원군이다. 오, 플레이팅이 근사하다. 파스타면이 한쪽에 치우쳐져 있어 새우를 소스에 찍어 먹기도 크림소스만 한 스푼 떠먹기에도 좋다. 든든한 백업요원이었다. 그리고 꾸덕감이 굉장히 좋다.



크림파스타와 생맥주가 하이파이브하는 소리가 들린다. 협공으로 치고 들어가 화가 난 위를 달래주자. 하는 화이팅이기도 하다.



꾸덕함도 좋았고 면과 함께 자박한 소스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필자의 작은 바램으로 청양고추 잘게 다저 한쪽에 한소끔 얹어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채 썬 파들이 외모적으로는 빛나게 해주나 크림의 꾸덕감으로 맛의 서포트가 다소 약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느끼함도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홀로 생각해 보았다.



메뉴 스펙트럼이 넓고 분산된 느낌이라 운영이 어려울 것 같은데, 더 큰 성장의 기대가 보이는 집은 확실한 듯하다. 이후 향방은 가게의 이름처럼 쭈욱 운영될지가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느랑'은 '늘'의 제주 사투리라 하니 말이다.



고독한 먹기행

제주도에서 파스타는 처음인데, 짧지만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느랑 지금과 같길 응원하며, 다음에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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