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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Nov 25. 2023

기본기로 시작하는 깔끔한 생태탕, '청진생대구탕'

고독한 먹기행 (74) - 마포구 상암동의 '청진생대구탕'

추위의 계절이 갑작스레 찾아와 코를 간질간질하게 한다. 한 때 이런 추위면 뜨끈하게 몸을 달래기 위해 자주 들렀던 집이 있으니.


겨울의 별미를 느끼기 위해서, 또는 몸이 으슬으슬하면 시원하게 땀을 빼기에도 좋은 곳, 상암동 MBC인근 외곽으로 조용하게 한 구석 자리 잡고 있는 청진생대구탕의 생대구탕이다.



※ 청진생대구탕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월~금 11:00 ~ 22:00 / 토, 일 휴무

- 테이블식으로 테이블 수가 꽤 된다.

- 주차 가능 (상암동 빌딩은 지어진지 얼마 안 되어, 대부분 주차장이 잘 마련되어 있다. 다만 차를 끌고 가본 적이 없어 할인권이 지원되는지는 문의가 필요할 듯 하다.)

- 화장실은 건물 내의 외부 (상가처럼 입점해 있어 빌딩 화장실을 이용)

- 직장인들의 점심 가장 붐비지 않나 싶다.

- 청결하다. 운영하시는 사장님, 사장님 따님분 모두 위생모까지 착용하고 계시다.



상암 IT타워 안까지 들어오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을 이곳은 빌딩 2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벽면쪽에 위치해 있는데, 먹지리학적으로 레어한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 (소위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집.)

빌딩은 입주 업체 외에도 같은 층에 학원이 자리 잡고 있어, 가게로 들어가는 길에 중, 고등학생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입구 흡연장소의 아재들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모습이다.



대략 10개월만에 방문. 퇴근시간 전으로 방문해 사람들은 없었다. 하지만 익숙한 사장님은 계셨다. 필자 홀로 내심 반갑더라. 상암동에 거주하던 그 당시로 돌아간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가게 내부는 굉장히 청결한 편인데, 운영하시는 두 분만 뵙게 되어도 알 수 있다. 위생모도 착용해 조리하시거나 음식을 내다주시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오래간만에 방문이지만 그 짧은 시간에 가격이 조금 올랐다. 이 집 뿐만 아니라 쭉쭉 오르고야 말았으니, 물가 상승의 시대는 여전히 슬프구나.



그래도 녀석을 잊을 순 없었다. 오래간만에 마주한 녀석. 생대구탕 2인분이다. 제철보다 이르지만 날이 추워서인지, 이번엔 알(곤이)와 함께 실한 이리도 듬뿍 들어있다. (곤이=알, 이리=내장이나, 대중적으로 이리를 곤이라 표현하고 알은 알이라 별도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곳도 메뉴판에 알 추가가 있고 곤이 추가가 있는 것을 보면 곤이를 내장으로 부르는 것이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어찌되었든간 실한 녀석들 한가득에 미나리가 듬뿍 쌓여있다. 녀석은 서서히 두면 숨이 죽는데, 식감이 살아있을 때 와사비장에 툭 찍어 먹어도 좋다.



기본찬도 함께 등장 김치, 다시마초장, 마늘장아찌, 꼴뚜기젓이다. 마지막 방문 때와 변화는 없다. 와사비 그릇에 간장을 붓고 이제 익기를 기다리자. 아, 물론 소주 한 잔이 빠질 수 없지.



완전 무장을 마친 상태. 국물을 살짝 음미해 보는데, 크. 그 맛이다. 변함 없는 맛. 변함 없는 보증 수표. 시원하면서도 칼칼하게 탁치고 오는 생물이 팔딱이는 바다 향기.

상암동, 한 때 필자의 익숙한 주 무대였던 이곳은 직장인들을 위주로 상대하고 장사하기 때문에, 엥간한 맛으로는 명함을 내밀기 힘든 곳이다. 그것이 인정되면 머리 희끗한 부장님, 그 아래 과장, 대리 등 삼삼오오 모여 자주 방문하는 집이 되는데. 이곳이 그러하다. 


이곳 생대구탕 맛은 퇴근을 부르게 하는 맛.



유독 이리가 실하니 맛이 좋았던 날이었다. 한 가득이니 마음도 편안하다.

곤이와 이리. 누군가에겐 곤이와 알일테고, 그냥 편히 부르고 먹자. 오늘 따라 실한 녀석이 와사비장과 함께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부드럽고 크리미한 식감의 이리와 함께, 푸석푸석해도 꼬숩게 다가오는 곤이의 맛.

생대구탕, 생태탕엔 없어설 안될 테이블 세터다.

국물과 함께 떠먹어도 좋고, 와사비장에 찍어먹어도 좋다.



어느 정도 익기 시작할 때 찍어둔 생대구탕이다. 그 아래로는 큼직한 대구살도 2, 3토막 깔려있으니 조심스럽게 살살 꺼내도록 하자. (살이 부드러워 부서지기 쉬운 대구이니 말이다.)



싱싱한 생대구 재료 외에도 이 집의 시원한 육수를 추천하고 싶은데, 이곳의 시원한 국물이 몸을 쫘악 하고 개운하게 풀어준다고나 할까?


보리새우로 보이는 녀석들이 한 가득 국물 맛을 내준다. 더불어 마늘도 들어가 툭 끊기는 시원칼칼함이 아닌 진하게 치고 올라오는 시원칼칼함이 느껴지는 기분. 보약이 따로 없다.

바닥으로는 무도 깔려 있어 푸욱 익힌 후 후후 불어가며 맛을  보자. 생선조림의 무와 생태, 대구탕의 푹 익은 무는 숨은 보석같은 존재이다.


본래 육수와 함께 시판 감자수제비를 넣고 또 한 소끔 끓여 술 안주 삼았었으나, 간만의 상암동 방문이니 또다른 집을 방문하기로 해, 그렇게 저녁 반주로 마무리 했다.



고독한 먹기행

청결함 만큼이나 재료가 싱싱하고 맛도 정갈한 집이다.

그래서인지 맛 보면 속도 더 시원하고 깔끔하게 풀린다. 기본을 시작으로 맛이 나오는 집.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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