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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Dec 17. 2023

동네 매운 쭈꾸미집은 이제 여기, '독도쭈꾸미'

고독한 먹기행 (78) - 은평구 대조동의 '독도쭈꾸미'

요 며칠 맛집 공략에 실패했다. 실패의 기분으로 어쩔 수 없이 위장에 담는 기분은, 참으로 처참하다. 입담 또한 제대로 살아나지가 않는다. 야장(야외테이블) 분위기와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화끈한 매운맛의 무언가가 없을까. 하던 중 방문한 이곳.


은평구 대조동 불광역 먹자골목 건너편 NC 백화점 쪽에 위치한 '독도쭈꾸미'이다.



※ '독도쭈꾸미'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1:00 ~ 23:00 / 매주 화요일 휴무, 매달 마지막 주 월, 화 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가게 앞으로 임시 주차를 해놓는 것도 보이지만 그리 권장하고 싶진 않다.)

- 원형 스테인리스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반 외부로 건물 2층에 위치 (남녀 구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 천막을 친 테라스 구역과 내부 구역으로 야장 아닌 야장의 느낌도 어느 정도 난다.

- 가성비가 좋은 편으로 동네 주민들이 자주 찾는 듯한 집. 사장님도 친절하시다.

- 맵기는 총 4단계로 선택이 가능.

- '나정순할매쭈꾸미'에 천사채샐러드가 있다면, 이 집은 시원한 데친 양배추.

- 고구마 사리가 기본으로 들어가 있어, 맵단의 힐링 조합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특징.



천막이 조금 아쉽지만 차가 많이 지나다녀서일 것이다. 야 느낌이 어느 정도 나서 다행이었다.

들어가니 틀리지 않은 느낌이다. 일요일 초저녁, 테라스 구역으로 자리를 잡자마자 순식간에 만석이 되었다. 동네 분들 위주로 방문하는 집인 느낌인데, 그리 시끄럽지 않은 수다로 가득 찬 활기찬 느낌이었다.



독도쭈꾸미의 메뉴판. 포장도 가능한데, 가격이 다른 집 대비 상당히 싼 편이다. 가성비의 집인 느낌이다.



매운맛 조절 또한 가능하다. 쭈꾸미볶음은 매콤한 게 맛이고, 연일 실패의 스트레스를 날릴 캡사이신이 필요했다. 4번은 두려워 3번으로 선택해 보았다.



그렇게 등장한 녀석. 방문 예정인 나정순할매쭈꾸미와 같이 머리가 통으로 나오진 않고 손질되어 나온다. 생물의 신선도 탓인 듯한데, 그래도 양념이 좋다면 괜찮다. 가성비 대비해서도 괜찮다 생각한다. 이렇게 쭈꾸미와 고구마, 쌀떡, 콩나물, 양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주와 함께 완성된 한 상. 데친 양배추도 나와 마음에 든다. 나정순할매의 천사채와 같은 역할로 매운맛 중화를 위해 이 집은 마요네즈 기반의 소스를 다루는 듯하다.



콩나물의 수분이 나오며 쭈꾸미와 함께 걸쭉한 국물을 만들어 내고, 팔팔팔 끓기 시작한다.



계란찜도 추가로 주문해 이젠 본격적으로 몸을 풀 준비가 완료되었다. 국물을 스윽 한 숟갈 하는데 목구멍 천장을 탁 치는 칼칼함이다. 

필자는 깊고 넓은 맛을 탐구하던 30대부터 과거 매운맛과 MMA 승부를 펼치던 때를 뒤로하고, 점점 요샛말로 '맵찔이'가 되어가는 중인데, (지금은 불닭볶음면 1개를 소화하는 정도다.) 

어쩌면 맵찔이라기보단 맛의 궁극을 추구하다 보니 매운맛의 감각을 더 잘 느끼게 된 것이 아닐까?

여하튼 이러한 단계의 이들에겐 상당히 매운맛일 것이다. 땀을 흠뻑 뺐는데, 이 집 양념 상당히 강렬하니 맛있고, 마음에 들었다. 시원하게 땀 빼기 좋은 맛이다.



깻잎에 쭈꾸미에 마요네즈 소스를 찍고 콩나물을 얹어, 날치알을 얹은 후의 쌈으로도 접해보자. 상당한 매력이다. 중화의 역할도 있지만 맵싹함과 새콤달콤이 공존하는 맛은 중독성 있는 맛이다. 어느 정도 연일 실패의 스트레스까지 해소시켜주었다. 나름의 내공이 있는 집이다.


데친 양배추에 쌈을 싸 먹어도 좋고, 깻잎에 소스 얹어 중화시킨 맛으로 접해도 좋다. 땀을 흠뻑 빼며 접하던 중 아차 싶어, 푹 익어가는 고구마를 건져냈다.

※ 고구마가 너무 익어버리면 전분이 흘러나와 볶음밥의 까슬까슬한 맛이 덜해지고 질척해진다. 볶음류에 들어가 있을 경우 볶음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어느 정도 익어갈 때 건져내면 좋다.


슬슬? 볶? 의 타이밍에 사장님이 먼저 찾아와주셔서 마무리의 볶음밥이 시작되었다.



볶음밥 또한 훌륭했다. 화끈한 맛의 쭈꾸미를 맛본 후여서 느껴지는 맛은 덜했지만, 필자에겐 약간의 내상을 입은 치열했던 위를 달래주기엔 좋은 볶음밥이다. 볶음밥을 제조해 주시는 사장님의 엄지손톱을 보며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고, 순간 짠하기도 했었다.


이른 시간 방문하게 된다면 차로 주변으로 펼쳐진 주변의 대조시장을 방문해 눈요기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로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고독한 먹기행

지도 검색만 해도 수두룩하게 나오는 독도쭈꾸미 집들.

더불어 쭈꾸미세계관의 최강자 격인 나정순할매만큼은 아니겠지만,

수많은 상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정할 만한 가성비 집이다.

앞으로 인근 쭈꾸미는 이곳으로 해야겠다, 싶었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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