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8) - 용산구 용문동의 '창성옥'
유독 방송과 미쉐린 가이드의 유명 맛집보다도 필자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 집들은 '백년가게' 타이틀을 달고 있더라. 때문인지 더욱 해당 타이틀을 달고 있는 집들을 찾아 방문하는 편인데. 다른 집에 없는 독보적인 메뉴와 함께 이어진 역사로 검증된 식당으로 볼 수 있겠다. 오늘도 '백년가게'다. 변해 가는 용산역과 효창공원역 사이, '용문전통시장' 인근에 위치한 집.
비주얼도 맛도 생소하지만 깊이 있는 만큼 진짜배기다. 필자에겐 다른 의미로 익숙한 용문동에 위치한 '창성옥'을 만나보도록 하자.
※ '창성옥'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06:00 ~ 23:00
* 시장 인근, 더불어 이른 시간에도 찾는 해장국집답게 오픈 시간이 임팩트 있다.
- 주차는 가게 입구 쪽 1대 정도인데 불가하다 보는 게 맞겠다.
* 그마저도 경차 1대가 들어갈 수준.
- 대중교통 이용 시 효창공원역에서 도보 10분가량 소요.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인데 깔끔한 편이다.)
- 메뉴는 오로지 해장국과 뼈전골. (+가게의 상징과도 같은 계란후라이)
- 정말 술안주 겸 맛있는 해장국을 찾는다면 이곳이 적절하지 않을까? 전형적인 시장 인근 맛집이다.
- 물론 해장용 해장국으로도 맛이 드세지 않아 훌륭할 듯싶다.
- 갈비탕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우육탕스럽기도 한 달큰한 진한 국물이 이곳의 매력.
- 모든 메뉴에 선지가 포함되므로 선지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다들 불이 꺼진 우측의 별관을 보고 아차 하는 듯싶더라. 필자도 그랬다.
그리고 좌측에 위치한 본관의 모습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이기도 해 더욱 다행이다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지금까진 큰 실망이 없었던 '백년가게'. 아무래도 식당을 이어온 내공 때문인지, 중박 이상은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유독 이곳의 특징이라면 그림이 많다는 점. 70년 전 식당의 모습을 표현한 듯한 그림도 그렇고, 별관 외부의 만화까지. 무슨 연관이 있는진 모르나 보기 좋더라.
들어가 보자.
내부다. 이른 시각 방문해 손님은 한 테이블 정도였지만, 이내 한창 저녁시간이 되자 만석이 되어버렸다. 외부의 대기 순번 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웨이팅도 발생하는 집인 듯하다. 판단이 괜찮았던 것 같아 만족스러웠는데.
먼저 메뉴판이다. 음, 슬프게도 10,000원 해장국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위안 삼자면 그래도 옆 동네 공덕 대비 나쁘지 않은 가격대. 포장 관련 안내가 꽤나 디테일하다. 그리고 메뉴는 오로지 해장국과 뼈전골뿐. 상당히 마음에 든다. 후라이는 가게의 상징격으로 서비스 중인 듯한데.
너무 뜬금없이 끼어있는 500원의 후라이. 왜 메뉴판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인가? 했는데. 이해가 간다. 나름 기념비적인 후라이였던 것.
뼈전골 中짜에 더해 후라이도 한 알 주문했다.
해장국에 가미하는 듯한 조미 가루들.
기본 찬은 김치, 깍두기. (이후 추가 시 셀프서비스다.) 그리고 뼈전골의 살코기를 위한 고추 베이스의 간장.
계란후라이는 음, 그냥 계란후라이였다. 모양새가 꽤나 아쉽다.
허나 바로 등장한 뼈전골에 압도 당했으니. 오호라, 한눈에 봐도 보통내기가 아닌 듯한 느낌. 선지해장국은 익숙하지만 조합이 새롭다. 푹 삶아진 배추와 선지, 양념장의 역할을 하는 듯한 파다대기까지.
그대로 국물을 풀지 않고 한 번. 음? 아, 이거 굉장히 진하구나. 우육탕스러운 진한 감칠맛. 단맛도 상당하다.
이때까진 이 진하고 헤비한 감의 국물, 맛은 좋으나 느끼함 없이 오래갈 수 있을까? 했는데. 웬걸, 다대기를 풀고 나니 전혀 다른 녀석으로 탈바꿈. 역시나 가장 가운데에 선봉장에 얹어진 녀석답게 저 파다대기 상당한 임팩트가 있었다.
본격적인 식사 시작. 소뼈는 조금 아쉬웠으나 선지는 만족스럽고, 푹 끓여진 달달한 배추도 좋다. 무엇보다도 국물. 익숙한 것들이 모여있는데도 처음 느끼는 맛과 같이도 느껴지는데, 굉장히 매력적이다. 정말 해장 아닌 술안주 해장국을 찾는다면 제격일 녀석. 주당들은 웬만하면 좋아할 맛이다. 특히나 자극적이지 않은 맛으로 해장으로도 일품일 듯한데.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아니다. 희망 사항이라면 다진 청양고추도 있었음 필자에겐 더욱 좋을 뻔했다. 어쩔 수 없이 깊은 국물과 선지, 달달한 배추로 인해 느끼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여기에 매콤한 청양고추 한 움큼 넣어줬다면 더욱 길게 이어갈 수 있을 듯한 느낌.
그래도 오래간만에 좋은 발견. 역시 '백년가게'. 전형적인 시장 인근 맛집.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겨 칭찬하기까지 한 필자였다.
자주 찾는 '서부감자국'과 다른 의미, 다른 결, 다른 맛으로 비등비등한 각을 세우는구나. 그 격은 비슷한데 결이 너무 달라 대척점의 관계라 할 수도 있겠다. 정말 동네였다면 자주 들렀을 법한 집이다.
이런 독보적인 내공을 가진 집. 참으로 보물 같구나. 같은 지명이지만 다른 용문동. 여러모로 맛과 의미를 찾을 수 있어 참 좋았다.
용산 인근 재개발로 분주한데, 이곳은 꿋꿋하게 있어줬음 좋겠구나. 그나저나 꽤나 내공 있어 보일 법한 맛집, 술집들이 많아 보였던 효창공원 인근 이곳. 탐험심을 자극하는 동네였는데, 꼭 다시 한번 더 찾아봐야겠다.
더불어 '창성옥'에 방문한다면 바로 좌측의 '용문전통시장'도 가볍게 살펴볼 수 있으니.
선지에 불호가 없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독특한 해장국의 맛에 숟가락 담가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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