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80) - 은평구 불광동의 '구룡포막회'
어쩌다 보니 요즘의 글은 겨울 음식 릴레이구나. 팔은 안으로 굽듯 음식도 계절 따라 굽나 보다. 다음 바톤을 이어받은 다음 주자. 겨울에 빠질 수 없는 곳이 또 '구룡포'인데, 오늘의 주인공은 과메기 아닌 막회다. 불광역 먹자골목에 위치한 막횟집 '구룡포막회'가 그 주인공이다.
인상적인 조명, 먹자골목 외곽에 위치해 있음에도 조명으로 상당히 돋보이는 가게다.
※ '구룡포막회'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11:40 ~ 22:00
- 주차는 불가하다 보는 것이 맞겠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겨울철 별미 가자미 막회와 과메기를 주력으로 하는 곳.
- 무엇보다도 막회에 곁들이기 위해 나오는 넉넉한 초장이 참 맛있다. (횟감 다음으로 이등공신쯤 되지 않을까?)
- 금요일 18시를 기준으로 순식간에 만석이다. 한창의 시간대엔 웨이팅이 발생하기도.
- 불광 먹자골목이란 점도 있지만 동네의 사람들도 상당수가 찾는 집으로 추정.
메뉴는 골라 왔으니 바로 막회 中짜를 주문한다. 식사류도 다루고 있는데 참으로 구룡포스러운 메뉴다. 막회에 과메기에 물회까지. 일반적인 횟집과는 간판부터 메뉴판까지 확실히 구분선을 지은 '구룡포막회'. 주문과 함께 포항과의 텔레파시 교신을 시작해 본다.
그렇게 자리에 앉자마자 막회 전용 초장 한 그릇이 떡하니 등장한다. 메인이 막회여서인지 빠르게 나오는 편. 위의 초장을 덜어 슥슥 비벼 먹거나 쌈에 활용해 먹어도 좋은데.
초장과 함께 등장한 기본 찬들. 오이와 쌈장, 무생채와 더불어 막회쌈에 활용할 김도 함께 한다.
맑은 콩나물국도 이어 등장.
그리고 얼마 기다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 순식간에 막회도 등장. 막회, 유독 겨울철에 활어, 숙성회보다 구미가 당기는 녀석이다. 겨울의 찰진 식감이 생각나 찾게 된 녀석. 당시의 구성은 참가자미와 물가자미의 조합이었다. (이곳의 막회는 횟감에 따라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도 대표하는 격의 가자미가 등장해 주니 좋구나.
비빔을 위한 국수도 함께 등장했다. 중면을 삶아 4개의 작은 뭉티기로 등장.
제대로 된 FM 막회 한 상이 뚝딱하고 차려졌다. 막회라는 이름 탓에 마구 썰어 내와 빠른 것이다, 라고 할 수 있겠으나, 막 잡은 가자미류회를 비벼 먹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시회 빼곡한 설명 글귀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음식점 설명글은 항상 살피는 필자다.
지원군, 꽁치구이. 대만에서 온 꽁치다. 주문과 함께 교신한 텔레파시가 통하기 시작했나 보다. 구룡포 상호 안에서 만난 꽁치여서인지, 포항에서 원 없이 먹은 싱싱한 학꽁치회의 추억이 스윽 지나쳤다. 동백꽃 촬영지인 일본인 가옥거리도 스윽 지나갔다. 영일만의 육전집은 안녕한가?
이제 본격적인 시식 타임이다. 막회는 막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온갖 조합을 시도할 수 있어 좋은데, 가볍게 세꼬시회의 아작아작한 식감을 느끼기에도, 이 조합 저 조합으로 쌈을 싸기에도, 비벼 국수처럼 후루룩 먹기에도 좋다.
고급스런 어른의 소꿉놀이와도 같은 느낌. 필자의 경우 부먹고 찍먹의 경계로 이곳에서 제조한 초장을 즐겼다. 아주 달콤한 초장이다. 끝맛이 달달한 것이 국수면을 그대로 비벼도 비빔국수가 될 것 같은 비빔 양념장이다.
양념장이 좋은 것도 좋지만, 가자미의 맛 또한 좋다. 술술 들어가 1시간도 안 돼서 접시가 동났었는데, 뼈째 씹히는 고소한 맛의 물가자미회가 그랬고, 조금 더 식감이 부드럽고 단맛이 도는 참가자미회가 그랬다. 필자의 경우 참가자미는 그대로 살짝 적셔 회로만, 물가자미를 쌈으로 활용하게 되더라.
야채와 함께 비빔회국수 스타일로도 한 번. 불광에서 만난 '구룡포막회', 성공적이다.
회가 소량 남았을 땐 마무리 비빔으로 모두 비벼버렸다. 김가루마저 잘게 부숴 첨가. 행복하다. 저 한데 섞이는 행복한 맛 때문에 추운 겨울임에도 구미가 당기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추운 겨울 제철을 맞이한 생선의 맛과 식감 때문인가? 그렇다기에도 잘게 썰어낸 것인데, 뭔가 필자에겐 납득할 만한 설명이 부족한 듯하다.
한 겨울만 되면 막회가 생각나고 당기는 이유가 말이다.
고독한 먹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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