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81) -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심야식당 텐조'
이자카야는 필자 개인적으로 굉장히 선호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친구와의 만남에서도 '어디 갈려?' 한다면 '여긴 이자카야 좋은 곳 없는겨?' 라고 자동 답변이 나오고, '이자카야 지겹지도 않은겨?' 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편인데. 오늘 소개할 곳은 불광천 안쪽에 위치한 이자카야, 심야식당 텐조다.
※ 심야식당 텐조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6:00 ~ 새벽 02: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장은 따로 없으며 불가해 보인다.
* 가게 앞 갓길로 댄 차들만 조금 있었던 것 같다.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해 있다.
- 금요일 17시 50분 기준 여유 있게 자리 잡았다. 18시가 넘어가자 급히 자리가 차고 손님들이 많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소 웨이팅이 있는 듯하니,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방문하면 좋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친구들과의 가벼운 만남도 점차 줄어 이자카야에 방문하게 될 일도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그래서였을까? 오래간만의 방문에 굉장히 설레는 마음이었고, 욕심 보태 일반적이지 않은 보다 심도 있는 이자카야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입장한 심야식당 텐조의 내부. 오호, 오래간만의 정취다. 흡사 일본에 와있는 듯한 기분. 메뉴판의 한글을 제외하면 소품부터 부착물까지 모두 일본어. 밖에선 못 느꼈는데 안에서 보는 출입문도 일본스럽다. 들어갈 땐 북가좌동이었는데 나가면 츠텐카쿠가 보이는 신세카이의 상점가가 나올 것만 같다.
잠시 일본, 그것도 오사카 어딘가에 있을 법한 식당 내부를 연달아 둘러보자.
필자는 이자카야 방문 시 선호하는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테이블도 있고, 단체를 위한 룸 구조의 테이블도 있다. 참으로 옹기종기, 아기자기 잘 짜여진 일본스러운 구조와 인테리어다.
메뉴판도 인상적이구나. 사장님 내외를 표현한 것일까? 서빙을 돕는 직원분의 메뉴 설명이 이어졌는데, 허허. 엄청난 암기력이었다. 속사포로 끊기지 않는 메뉴와 새로 들어온 술에 대한 설명, 흡사 랩과도 같았는데 굉장히 성실한 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설명력에 뭔가 직원분께도 일본스러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자 아직 먹기도 전이지만 둘러볼 것이 많은 이자카야. 인상 깊은 메뉴판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메뉴판 책자에는 가게에 대한 설명도 있는데 대기자가 많을 경우 3시간 제한이 있나 보다. 책자 메뉴판과 함께 담지 못한 메뉴들을(새로 생긴) 따로 모아둔 듯한 메뉴판도 있다.
기본 안주로는 옥수수콘샐러드가 나온다. 식빵을 다져 넣었나 보구나. 옥수수 외의 진득한 식감도 느껴진다.
오사카가 맞는가 보다. 전반적으로 오사카풍이 지배적이다. 신세카이 상점가의 향수가 관통한 것이 아주 틀리진 않았다. 필자의 먹개론으로 첫 방문 이자카야는 야키토리. 그리고 추가로 BEST를 고르려 했으나, 국물이 필요하다는 연인으로 인해 나베류의 만만한 오사카풍커리나베를 시켰다.
오키나와 생맥주가 있는 것도 포인트. 안주뿐만 아니라 술도 다른 이자카야 대비 구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인데,
니혼슈(일본주, 사케)와 쇼츄(일본 소주)가 있다는 것이 그러했다. 사케야 그렇다 쳐도 그리운 고구마 쇼츄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오이타현의 벳푸 홈스테이 시절, 그곳의 할아버지와 함께 접한 감자 쇼츄의 그리운 향수도 불러일으켰다. 감자 소주에 유자 얼음을 희석시켜 잔술 마시던 당시의 기분.
참으로 일본 감성 자극 포인트들을 세트로 무장한 곳이구나.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하이볼과 대표격으로 무난한 칵테일도 고를 수 있다. 하이볼과 칵테일을 표현한 메뉴판 일러스트가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없다.
어쨌든 간 안 마실 수야 없다. 고독한 미식가의 쿠스미 선생이 매일 물이라 지칭하는 그것. 고구마 소주와 함께 기본 안주를 음미하니, 아련한 추억에 젖는다.
마시며 다시 가게 내부 정취를 둘러보았다. 필자에겐 익숙한 일본어, 잊고 산지 오래인데 오래간만이다.
야키토리에 찍어 먹을 S&B시치미, 소금과 야마사 간장. 소금의 브랜드는 잘 모르겠다. 쓰인 말 그대로 식탁염, 곁들여 먹는 테이블 소금인데 흔히 이자카야에서 야키토리(닭꼬치)를 먹을 때 자주 등장하는 3인방이다.
야키토리는 시간이 좀 소요된다 하여 먼저 등장한 커리나베. 피망, 소고기, 우동면, 양파, 토마토가 함께 한다. 보기 좋은 색감이다. 우동면과 끓이는 부르스타로 인해 조금은 말갛게 나왔다. 구석에 함께 나온 식빵도 인상적이다.
극상의 맛은 아니지만 이자카야의 술안주로 속 따뜻하게 뎁히기엔 좋을 것이다. 고체카레를 집에서 끓였을 때와 같은 맛이 난다.
이후 나온 야키토리다. 염통, 연골, 소갈비살 등. 필자 개인의 취향으로 염통과 소갈비를 제외하곤 조금 더 구워졌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다. 앞서 기술한 시치미, 소금 등의 꼬치 양념이 사이드에 뿌려져 있는데 빠질 수 없는 녀석, 와사비. 와사비만 있다면 닭꼬치는 무제한으로 들어간다.
소금 살짝, 와사비 한소끔에 꼬치를 베어 물어 씹으면 즙처럼 나오는 기름이 입안을 맴도는데, 그때 필요한 이가 또 있으니.
입안을 가셔줄 생맥주다. 꼬치의 등장과 함께 주문할 수밖에 없는 녀석이다. 오키나와 나마비루. 간혹 맥줏집에서 이따금 만났던 녀석인데, 오래간만이다. 입안을 기름으로 채웠다가 가셔냈다가 반복하는 행복한 작업, 오로지 이자카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3,000원에 창난젓도 추가가 가능하더라. 이 부분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오키나와 생맥 몇 잔 더 추가해 마지막 안주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나가려니 밖은 순식간에 웨이팅이 생겨있더라. 이자카야가 간절한 때 또 한 번 들러봐야겠다.
고독한 먹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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