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95) - 제주시 연동의 '올래국수'
너무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기에 필자가 글을 쓰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 여행 첫날의 첫 번째 음식은 나름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글로 옮기는 집. 제주공항 근처 올래국수의 고기국수이다.
※ 올래국수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08:30 ~ 15:00 (라스트오더 14:5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한 듯하다.
- 메뉴는 고기국수만 있다. / 주류 주문은 불가
- 영업시간이 짧기도 하고, 워낙 유명해 웨이팅은 기본이다.
* 카운터에서 이름을 말하면 몇 시쯤 방문하라 안내 → 시간에 방문 → 이름 호명 → 식당 입장
- 가게 앞 주차 불가. 인근 유료주차장을 가게에서 권장하나, 골목을 조금 돌면 갓길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더러 나온다.
제주의 첫번째 음식을 크게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 다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웨이팅 집은 선호하지 않는 필자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지만, 한 번쯤은 방문해 보자 했던 곳이었고 여행 직후 허기를 달래기엔 적합한 메뉴라 생각해 방문을 했다.
번호표를 받고 약 30분 후 방문하라는 카운터 지긋하신 사장님의 말에 주변 동네를 가볍게 산책하고 온다.
시간에 맞춰 다시 찾아왔고 필자의 이름이 호명되어 가게 안으로 입장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명성에 맞는 유명인들의 싸인이 벽면 한 가득이다. 메뉴판은 고기국수 9,000원으로 끝. 심플하면서도 멋진 이상적인 장사다. 주류 없는 단일 메뉴로 이러한 유명세를 얻은 집이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에 맞춰 방문하니 맞춰 준비되었다는 듯 고기국수와 찬이 떡하니 등장한다. 갓 담근 듯한 맛의 진한 겉절이 김치 / 청양고추와 함께 얼큰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고춧가루. 다대기가 아닌 것이 마음에 들었다. 돼지고기 우린 국물을 보다 깔끔하게 접할 수 있으리라.
대파 쪽파가 송송 썰려있고 깨가 뿌려져 있으며 약간의 고춧가루도 첨가된 듯하다. 그리고 고기국수의 선봉장격인 수육이 꽤나 실하게 들어있다. 국물을 한 숟갈 떠 먹는데, 음. 좋다. 아주 깔끔하다. 약간 단맛이 도는 칼칼하고 시원한 맛. 느끼함이 생각보다 적었는데, 흡사 아주 깔끔하게 잘 끓인 잡내 하나 없는 돼지국밥의 국물 맛이다. 면은 대면 정도.
탁한 국물 색깔 대비 찐득하지 않은 생각보다 맑고 깔끔한 맛인데, 마치 돼지국밥 국물에 면을 한 사발 말아 먹는 느낌도 받았다.
대개 명성을 기대하고 방문했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이었는데, 왜 유명세를 떨치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한 마디로 너나, 옆집, 앞집 남자, 앞집 남자의 아들, 조카 할 것 없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맛이라 생각되니 말이다.
제주도에 막 도착한 가족들이 함께 허기를 달래기에도 좋은 음식이라.
칼국수와 잘 어울릴 익지 않은 진한 겉절이 김치는 느끼함을 잡아주기에도 적절하다. 필자는 얼큰 스타일을 좋아해 맑은 국물을 음미하다 고춧가루를 한 수저 타서 얼큰으로 흡입 태세를 갖추었다.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면보다 사이즈가 큰 면이어서 인지 국물이 딸려오는 느낌이 약한 감이 있었다. 잘 끓인 국물과 면이 서로 다소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것도 같아, 계속 먹으니 쉽게 물리는 느낌도 조금 받았는데, 끝맺음이 무언가 굉장히 아쉽다.
조금 더 칼칼한 맛이 있었다면 좋았을까? 청양고추를 손으로 쪼개 넣어볼까 했으나 말았다. 청양고추 토핑이 별도로 구비되어 있다면 어떨까 싶었는데,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평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래도 많은 이들의 입맛과 인기를 사로잡은 집이니 개인의 평으로만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어찌되었든 도착하자마자 제주를 몸에 담기 시작한 기분이다. 고기국수로 워밍업한 위장, 본격적인 제주의 미(味)를 담기 위해 정한 첫 선발음식. 만나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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