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네마 천국

성장이 주는 아픔, 시간이 주는 치유

by any

영화에 그리 조예가 깊지는 않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시네마 천국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영화다. 대부분의 서사는 해석하느라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단순한 내용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도 않고 그냥 물 흘러가듯이 내용이 전개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멀고 먼 남부 이태리다. 우리나라와는 멀리도 떨어져 있고 언어도 다르다. 허나 신기할 정도로 친근감이 느껴지고 공감된다. 전쟁에 끌려가서 전사한 아버지, 어렵게 남매를 키우는 홀어머니, 장난치는것을 좋아하는 개구쟁이 아들, 영화관이 단 하나의 오락거리인 시골 마을... 징병당해서 군대에 간 동안 고무신 꺾어신은 여자친구(?) 까지, 우리네가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공감이 되는 것은 성장에 따른 아픔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과거의 모습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치유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혼내고 때리던 무서운 어머니는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젊은 나이에 의지할 남편을 잃고 홀로 어린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막막하고 가련한 여성일 뿐이었다. 어린 시절 세상의 전부였던 마을은 바깥 세상에서 크게 성공하고 돌아온 토토의 눈에는 작은 시골마을에 불과하다. 고작 이 마을의 무엇이 그렇게 마음의 멍에가 되었었는지, 왜 그렇게 알프레도는 비장하게도 절대 뒤돌아보면 안된다, 돌아오면 안된다고 한건지... 지나고보면 참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도 여전히 아픈 것이 하나 있으니 젊은 날 온몸과 마음을 바쳤지만 영문도 모른 채 꺼져 버렸던 사랑의 불꽃이다. 사람이 살면서 겪는 많은 아픔과 상처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인과 인과관계를 알게 되면 자연히 무뎌지고 치유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납득할 이유 하나 듣지 못하고 끝났던 실연의 상처는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 애잔한 아픔을 준다.


결국 시청자나 토토나 왜 엘레나가 아무 말 없이 떠나갔는지에 대한 해답은 얻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을 맞는다. 알프레도가 소중히 간직했던 필름 짜투리들은, 과거 어린 토토가 그렇게 보고싶어 했는데도(?) 절대 보지 못하게 했던 영화의 키스신들이었다.

굳이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보면서 즐겨도 좋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중 하나이다. 하지만 (병사와 공주 이야기와 더불어)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하기 나름인, 이 영화의 몇 안되는 장면 중 하나이니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다. 중년의 살바토레가 그 장면들을 보며 울고 웃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보면 저게 뭐라고... 싶은 마음이어서 웃었을수도 있고 (요즘의 자극적인 영화들에 비하면 키스신 정도야 아무것도 아닐테니) 또 그게 뭐라고 지금까지 고이 간직했다가 토토에게 마지막 선물로 남긴 알프레도의 마음씀씀이 때문에 울었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옛날에는 그렇게 서러웠지만 어느 새 그 아픔은 잊혀졌더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시 튀어 나와 이번에는 반짝이는 감동을 남겨주는 인생이라는 선물에 대해 울었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아픔으로 남겨져있는 엘레나와의 사랑도, 먼 훗날 예기치 못한 선물이 되어 토토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니.





+) 물론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사실 영화의 완본에는 중년이 된 엘레나와의 재회가 담겨 있으며 알프레도로 인해 엘레나가 떠났어야 하는 이유까지 나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은 없는 편이 더 영화의 여운이 깊게 남았다고 생각했기에 인터내셔널 개봉판 기준으로 감상을 작성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아픔과 상처에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