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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ul 25. 2017

테마별 전국 섬 여행 6


인천 대이작도부터 제주 비양도까지. 바닷바람을 맞으며 전국 각지의 섬으로 모험을 떠나보자. 환상적 트레킹, 휴식, 미스터리한 유적 탐방 등 테마별로 준비했으니 이제 뱃멀미 약만 챙기면 된다.




테마별 전국 섬 여행 6







사도의 노을. © 강제윤


공룡을 찾아 떠나는 모험, 사도

백악기에 한반도 남부는 공룡의 왕국이었다. 여수시 화정면의 바다 또한 아득히 먼 옛날 공룡의 서식지였다. 여수의 섬 사도는 공룡 섬이다. 사도를 비롯한 여수 섬 지역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은 모두 3,546점인데 백악기 후기인 8,100만~6,500만 년 전 사이의 지층에서 발견된 것이다. 추도에서 1,759점, 낭도에서 962점, 사도에서는 755점이 발견되었다.


문화재청은 여수 섬의 공룡 화석지를 “전남 및 경남 지역 해안의 이미 발견된 공룡 화석지를 연결하고 일본과 중국 등을 연결하는 중생대 백악기의 범아시아 생태 환경 복원이 가능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공룡의 섬답게 사도 선착장 앞에는 거대한 공룡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사도의 공룡 발자국 화석은 2003년에야 천연기념물 434호로 지정됐는데, 섬 주민은 오랜 옛날부터 바위에 새겨진 흔적이 까마득한 과거 짐승의 발자국임을 짐작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도는 면적이 0.36제곱미터, 해안선 길이가 6.4킬로미터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지금은 40명 남짓 살아가는 한적한 섬이지만, 한때 500명 넘게 거주하던 융성한 시절도 있었다. 사도에서 바라보면 주위의 섬이 바다를 에워싸고 있어 마치 호수 안의 섬처럼 느껴진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사호(沙湖)’라 불리기도 했다.

사도는 공룡 발자국과 함께 진도 신비의 바닷길처럼 물이 갈라지는 바닷길로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월과 2·4·5월 보름의 썰물 때면 사도 인근의 바다가 쩍 갈라진다. 모세의 기적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것이다. 바닷물이 갈라지면서 사도 주변의 7개 섬이 하나로 연결된다. 사도와 추도, 중도, 장사도, 나끝, 연목, 증도 등 7개의 섬이 ‘ㄷ’자 모양으로 이어진다. 이때 바다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며 소라, 낙지, 꽃게, 고둥 등의 해산물을 거저 주워 담을 수도 있다.


물 갈라짐 현상이 아니더라도 사도는 늘 주변의 무인도와 연결되어 있다. 사도와 중도는 다리로, 중도와 증도(시루섬)는 모래톱으로 연결되어 무시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이다. 사도 여행에서 만나는 최고의 장관은 바로 증도 해변의 거대한 바위와 절벽. 증도 해변에 가득 들어찬 큰 바위는 멸종한 공룡의 화석이 아닐까 싶을 만큼 신비로운 모습이다.


증도에는 거북바위, 얼굴바위, 고래바위 등 온갖 이야기와 전설을 간직한 바위가 즐비하다. 귀를 갖다 대면 바위가 중생대 백악기 공룡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다. 섬 남서단에는 길게 바다로 뻗어나간 짐승의 꼬리처럼 생긴 용미암이 자리한다. 중생대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솟아오르다 급격하게 식으며 생긴 바위인데, 제주 용두암에서부터 이어지는 용의 꼬리라고 전해진다. 증도는 실로 이야기의 보고(寶庫)다.


사도행 여객선은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매일 6am와 2:20pm에 출항하며(2만3,000원, 061 662 5454), 여수 백야도 선착장에서는 8am, 11:30am, 2:50pm에 출항한다(1만7,000원, 061 686 6655). 사도와 중도, 증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언제나 쉽게 오갈 수 있다. 증도 뒤안 절벽 아래서 바다만 바라봐도 좋다.





관매도 장산평과 관매리 사이에 펼쳐진 유채꽃밭. © 강제윤


삶에 쉼표가 필요할 때, 관매도

진도의 보물섬, 관매도에는 방아바위나 꽁돌, 하늘다리 등 빼어난 풍경이 즐비하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는 단연 관매도 해변의 솔숲이다. 방풍림으로 조성한 10만여 제곱미터의 숲은 300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당시 이 섬에 최초로 발을 디딘 함씨가 숲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시대에 조성한 솔숲이 이처럼 원형을 잘 유지한 곳도 드물다. 덕분에 이곳은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솔숲의 존재만으로도 관매도는 이름값을 하고도 남는다.


관매도에는 관매리와 관호리라는 2개의 큰 마을과 장산평, 장산너머라 불리는 2개의 작은 마을이 있다. 섬 인구가 많을 때는 2,000명까지 거주했지만 이제는 180명 남짓 남은 한적한 섬이 되었다. 한때 관매도는 볼매도, 관호도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지금도 조도군도의 섬으로 둘러싸인 관매도 앞바다는 호수처럼 아늑하고 잔잔하다. 관호(觀湖)라는 이름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관매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많은 섬이 개발을 위해 국립공원 지구에서 해제되기를 요구할 때 자청해서 국립공원에 남았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관매도를 ‘명품 섬’으로 지정해 지원해주었고, 지금은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으로도 선정되어 섬 가꾸기 사업이 진행 중이다. 관매도 전체가 치유와 휴식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장산평과 관매리 마을 사이에 펼쳐진 수만 제곱미터의 밭에는 봄이면 유채꽃이, 가을이면 메밀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방아섬 가는 길’ ‘하늘다리 가는 길’ 등의 트레일은 가파르지 않아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걷는 내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돈대산 등산로도 크게 험하지 않아 추천할 만하다.


관매도의 특산물은 쑥과 톳, 미역 등의 해초다. 섬 할머니들이 쑥을 넣고 전통 방식으로 담그는 쑥막걸리는 관매도에서 꼭 맛봐야 할 토속 음식. 또 섬에서는 장대에 매달아 전통 방식으로 굴비를 말리는데 운이 좋으면 이 진귀한 굴비를 맛볼 수 있다.


진도 팽목항에서 관매도행 여객선이 평일에는 2회, 주말에는 4~5회 출항한다. 간혹 출항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으니 서진도 농협 조도지점(2만2,000원, 061 542 5383), 에이치엘해운(2만6,000원, 061 544 0833)에서 미리 확인하자. 관매도에서 트레킹을 할 계획이라면 하늘다리와 방아섬, 돈대산을 추천한다. 망연히 쉬고 싶다면 솔숲과 관매리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오른쪽, 대이작도 해변을 걷다가 국내에서 형성 시기가 가장 오래된 암석을 만날 수 있다. 왼쪽, 이작도 서남단 해역의 수중 모래섬인 풀등은 썰물이 이어지는 3시간여 동안만 모습을 드러낸다. © 강제윤


바닷속 신기루 위를 걷다, 대이작도

인천의 섬, 이작도는 한때 해적섬이었다. 이작도는 하나의 섬이 아닌,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두 섬을 함께 일컫는 지명이다. 이작도(伊作島)의 옛 이름은 이적도(伊賊島). 고려 말 이곳은 왜구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고려사> ‘변광수전(邊光秀傳)’에 다음과 같이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 말 왜구가 이 섬을 점거하고 삼남 지방에서 올라오는 세곡선을 약탈하던 근거지라 하여 이적(夷賊) 또는 이적(二賊)이라 불렀다.” <고려사>에는 공민왕 13년(1364년)에 현물세를 운반하던 배가 섬 근처에서 자주 왜구의 습격을 받자 무장 전선(戰船) 80여 척을 동원해 수송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 시대에 들어서도 소규모 해적 집단이 이작도를 은신처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이작도의 큰 섬, 대이작도는 면적이 2.57제곱킬로미터, 해안선 둘레가 18킬로미터다. 오래전 TV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2004)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곳이다. 대이작도에는 큰풀안, 작은풀안, 묵장불, 떼넘어(계남) 등 해수욕하기 좋은 모래 해변이 4곳이나 자리한다. 특히 작은풀안 인근에는 3만3,000제곱미터에 달하는 소나무 숲이 있어 고즈넉하게 쉬기 좋고, 간만(干滿)의 차가 크지 않아 언제나 해수욕을 즐길 수도 있다. 작은 풀안 해변을 따라서 뻗은 산책로 중간쯤에 이르면 약 25억1,000만 년 전에 형성된 한반도 최고령 암석을 만날 수 있다.


대이작도 여객선 선착장이 있는 큰말 부근에서 시작해 부아산(162m), 송이산(188m)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걸어서 돌아보기 좋다. 대이작도의 진짜 보물은 바다 한가운데에 자리한 모래 평원인 풀등이다. 풀등은 밀물 때면 사라져버렸다가 썰물이면 홀연히 나타나는 신기루 같은 모래밭. 동서로 2.5킬로미터, 남북으로 1킬로미터 뻗어 있는데, 마치 사막처럼 보인다. 썰물 때면 대절선이 선착장에서 풀등까지 여행자를 실어 나른다.


풀등은 한때 면적이 165만 제곱미터에 달했지만, 인근 해역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진 모래 채취로 지금은 약 99만 제곱미터만 남아 있다. 뒤늦게 풀등의 생태적 가치를 깨달은 정부가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나, 더 이상 모래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풀등의 규모는 계속 줄어드는 중이다. 안타깝고 소중한 자연 유산이다.


대이작도행 여객선이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매일 8am에 출항한다(1만3,200원, island.haewoon.co.kr). 대이작도 큰 마을 입구에서 부아산 등반로를 따라 송이산까지 트레킹을 떠나보자. 풀등에 가려면 대절선을 이용해야 한다(010 9135 1105).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에서 3km 남짓 떨어진 비양도는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기생 화산섬이자,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된 비양나무 자생지로 잘 알려져 있다. © 강제윤


에메랄드빛 지질학 박물관, 비양도

비양도는 고려 시대 화산 폭발에 의해 솟아난 ‘천년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에는 비양도 탄생 천년맞이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1530년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 38권 ‘제주목 고적’에는 “고려 목종 10년(1007년), 서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아오르니 태학박사 전공지(田拱之)를 보내 살피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 오름이 날아와 비양도가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실제로는 <암석학회지> 2016년 3월호에 실린 안웅산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퇴적층 연대 측정 결과 일출봉에서는 6,000~7,000년 전, 비양도에서는 4,500년 전에 화산이 분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양도의 화산 폭발은 1,000여 년 전 고려 시대가 아니라 신석기시대인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비양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섬이다. 그래서일까? 비양도에서는 어쩐지 신생(新生)의 활기가 느껴진다.


1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비양도는 해안선 길이가 3.5킬로미터에 이르는 타원형 섬이다. 섬 둘레를 따라 난 일주도로를 걷다 보면 화산섬의 속살을 관찰할 수 있다. 염습지인 펄랑 못을 지나 10여 분쯤 가면 해안에 ‘애기업개돌(負兒石)’이라는 이름의 바위가 있는데,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업고 서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 바위에 지성을 드리면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신통한 전설도 깃들어 있다. 비슷한 것끼리 감응한다는 일종의 모방 주술인 셈. 사실 애기업개돌은 화산체이자 호니토다. 호니토란 마그마의 휘발 성분이 폭발해 화구 주변에 마그마 물질이 쌓이면서 형성된 것을 말한다. 해변에는 고구마처럼 생긴 화산탄도 널려 있다. 화산탄은 급속하게 올라온 용암 덩어리가 허공에서 회전하다 고구마 형상으로 굳어진 뒤 바닥에 떨어져 쌓인 돌이다. 해변은 그야말로 생태 학습장인 듯하다.


비양도의 중심에는 비양봉(114m)이 있다. 섬에 비양봉이 있다기보다 섬 자체가 비양봉이라 할 수 있다. 섬이 곧 산이고, 산이 곧 섬이다. 마을은 비양봉 언저리 작은 평지에 다소곳이 들어서 있다. 비양봉 정상에는 2개의 분화구가 자리하는데, 분화구 안에는 제주도기념물 제48호인 비양나무가 자라고 있다. 국내에서 비양봉에만 자생하는 귀한 나무다. 제주의 축소판인 비양도는 화산섬 제주 탄생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섬이다.


비양도행 여객선은 제주 한림항에서 매일 9am, 12pm, 3pm에 출항한다(6,000원, 064 796 7522). 비양도 선착장에서 우측 해변을 따라 섬을 일주한 뒤 비양봉에 오르는 트레킹 루트를 추천한다.





‘한국의 이스터 섬’이라 불리는 여서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존된 돌담을 만날 수 있다. © 강제윤


남쪽 바다 위의 돌담 왕국, 여서도

 돌과 바람의 왕국, 여서도는 한국의 섬 중 돌담 문명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완도와 제주도 사이 장대한 바다에 홀로 우뚝 솟아 있는 여서도 주변에는 바람과 파도를 막아줄 무인도 하나 없다. 자연히 섬사람은 돌담에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섬 어디를 가도 온통 돌담 천지다. 돌담은 멀리서 보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성곽처럼 보인다. 주택뿐 아니라 밭이나 소를 기르는 막사까지 모두 돌담으로 연결되기 때문. 돌담의 보호를 받으며 들어선 마을의 집은 대부분 가파른 비탈에 서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돌로 지은 돌집이다. 마을한가운데에 서면 이곳이 실로 돌담의 왕국임을 깨닫게 된다.


마을의 빈 집에서 만난 고양이. © 강제윤

여서도 돌담의 역사는 주민 거주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여서도는 7,000년 전의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될 정도로 사람살이 역사가 깊다. 그러나 조선 시대 초 시행한 공도(空島) 정책으로 오랫동안 비어 있다가 1690년대부터 다시 마을을 이루며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했다.여서도에서 제주시 조천읍까지는 직선 거리로 불과 40여 킬로미터다. 그래서 옛날에 여서도는 제주와 육지를 왕래하는 배의 중간 기착지였다. 제주의 고기잡이배도 많이 들락날락했는데, 심지어 뗏목인 테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 자리돔을 잡아가는 제주 어부도 있었다. 이 때문에 여서도는 ‘작은 제주’라 불리기도 했다.


오늘날 여서도 사람들은 주산인 여호산 아래의 비탈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아간다. 산에는 적의 침략을 감시하던 요망대도 있고, 당숲도 있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산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뱀이 많기 때문이다. 아쉽게 산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돌담의 존재만으로도 여서도에 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여서도행 여객선은 완도항에서 3pm에 출항한다(8,800원, island.haewoon.co.kr). 여서도에서는 그저 골목을 따라 느릿느릿 걷자.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가거도 인근 해역에서 망부석, 칼바위 등 변화무쌍한 기암괴석을 만날 수 있다. © 강제윤


국토 최서남단의 섬을 걷다, 가거도

오죽하면 ‘중국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섬’이라 했을까?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 목포에서 배로 4시간 30분이나 걸리는 머나먼 섬이지만 한번 발을 디디면 떠나기 싫을 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가거도의 이국적 풍경은 여행자가 잠시나마 삶의 모든 무게를 내려놓게 해준다. 가거도 1구 마을(대리) 초입의 이정표는 국경의 섬에 왔음을 일깨워준다. 중국, 일본, 필리핀까지 거리를 표시하고 있는 것. 중국 390킬로미터, 서울 420킬로미터. 서울보다 중국이 더 가깝다.


가거도는 서남해의 어업 전진기지로 어부에게 친숙한 섬이었지만, 뭍의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오래전부터 가거도 바다는 유명한 참조기 어장이었다. 1960년대 말 인천 연평도나 영광 칠산어장의 조기가 멸종된 후에도 가거도를 비롯한 흑산도 바다에서는 조기가 잡혔다. 그 시절 가거도는 파시로 성황을 이뤘다. 여름철이면 멸치와 조기를 잡으러 전국에서 몰려온 수천 척의 어선이 가거도와 흑산도 일대 바다를 뒤덮었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태풍 소식이라도 있으면 가거도항은 피항 온 어선으로 빼곡하다.


가거도에는 걷기 좋은 트레일도 많다. 대리마을 선착장 부근에서 시작되는 하늘길을 택하면 내내 바다를 보며 능선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신안군에서 가장 높은 독실산(639m)은 정상 바로 아래까지 도로를 놓았고, 군 초소가 자리해 전망 또한 실망스럽다. 그래서 가거도 최고의 비경은 2구 마을(항리) 초입에서 조망하는 섬둥반도 풍경이다. 섬둥반도는 영화 <극락도 살인 사건>(2007)의 무대가 된 곳. 마을 입구 언덕에는 소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데, 소 떼와 함께 어우러지는 섬둥반도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가거도 여행의 화룡점정이다.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매일 한 차례 8:10am에 가거도행 여객선이 출항한다(6만1,300원, island.haewoon.co.kr). 가거도 1구 마을에서 하늘길을 따라 독실산까지 이르는 트레킹 루트를 추천한다. 차량 이용도 가능하다.



강제윤은 시인, 사진가이자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이다. <섬을 걷다> <섬 택리지> <당신에게 섬> <통영은 맛있다> 등의 저서를 펴냈다. 페이스북 @jeyoon.kang.7



글.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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