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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Nov 08. 2019

레드벨벳은 스위스 어디를 여행했을까?

우리는 모두 처음이었다


We all did  the First time

세상 너머의 풍경을 바라본다.

하늘과 맞닿은 알프스 정상에 올라 거품처럼 부푼 구름을 내려다보고, 

짙푸른 초원 위에 누워 세상을 잠재우는 듯한 워낭 소리에 귀 기울인다. 

첫 번째 스위스 여행. 스위스 프렌즈 레드벨벳과 함께한 

일주일에 우리가 간직한 첫 여행의 여운이 남는다.





City Break : 장크트갈렌

누군가에겐 결코 변하지 않을, 누군가에겐 낯선

장크트갈렌 근교 언덕에서 바라본 장크트갈렌 도심 전경. © 신규철

중앙역 앞, 매끈한 곡선을 그리는 라인을 따라 미끄러지듯 트램이 오간다. 단정한 슈트 차림의 직장인과 후드 점퍼에 아이팟을 귀에 꽂은 대학생이 뒤섞여 막 도착한 트램에 몸을 싣는다. 현지인의 평범한 일상을 관찰하면, 새로운 여행지와 좀 더 가까워지는 듯하다. 사람이 모두 빠져나간 조용한 구시가를 향해 발길을 돌린다. 영화 세트장처럼 16~18세기 건축물 사이로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 스위스 북동부 최고의 문화 도시 장크트갈렌(생갈렌)은 수백 년의 역사를 그대로 재현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도원을 중심으로 조성된 구시가는 골목 곳곳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른 아침이라면 장크트갈렌 수도원 지구로 먼저 향하는 게 좋겠다. 비교적 방문객이 적은 오전 시간대는 중세 영혼이 숨 쉬는 듯한 건물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으니까.



수도원 부속도서관에서 묵직한 고서를 조심히 펼쳐보는 아이린. 슬기가 도서관 입구에 걸려 있는 영혼의 약국 현판을 가리킨다. © 신규철

‘영혼의 약국’이라고 적힌 장크트갈렌 수도원 부속도서관(Stiftsbibliothek St. Gallen)의 묵직한 문이 열린다. 천장을 가득 메운 프레스코화 장식과 사방에 빼곡하게 꽂힌 장서들. 도서관이 아닌, 8세기부터 숨 쉬고 있는 역사책 안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이곳이 소장한 장서는 무려 17만여 권으로, 8세기부터 18세기까지 세월을 간직한다. 수도사가 직접 쓴 필사본부터 최초의 악보, 2,700년 된 이집트 미라까지. 과거의 시간을 그대로 박제해놓았다. 어디 책뿐인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코코 양식의 건축은 2층 난간과 책장의 기둥 장식까지 감탄을 자아낸다.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주어진 30분의 시간은 금세 달아나 있을 것이다. 




장크트갈렌의 역사와 낭만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수도원 지구는 레드벨벳 여행의 시작점이었다. © 신규철
장크트갈렌 대성당을 중심으로 도서관과 정원이 자리한 수도원 지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 신규철

도서관을 빠져나오니, 2개의 쌍둥이 첨탑이 나란히 뻗어 있는 장크트갈렌 대성당(Stifskirche St. Gallen)이 보인다. 웅장한 건물 앞에서 일단 카메라를 꺼내 들지만, 건물 전체를 앵글에 담기는 쉽지 않다. 대성당은 수도원 건축물 중 가장 마지막으로 완성돼 후기 바로크 양식이 드러난 걸작으로 꼽힌다. 실내에는 강렬한 프레스코화와 에메랄드빛 스투코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았는데, 도서관과는 또 다른 웅장함으로 방문객을 압도한다. 밖으로 나와 대성당 앞 잔디밭에 잠시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도시를 깨우는 묵직한 종소리와 어우러진 아침 햇살이 유독 따스하다.













장크트갈렌은 저에게 뜻밖의 도시예요. 비행기 착륙 전, 창문 너머로 나무가 빽빽한 숲이 보이길래 막연히 스위스의 자연만 떠올렸는데, 장크트갈렌은 반전의 매력을 보여줬죠. 역사의 흔적이 짙게 밴 중세 건축물과 거리의 사람들, 골목 구석구석을 채운 아기자기한 숍과 레스토랑, 디저트 카페로 가득한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 다닌 시간이 무척 좋았어요.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달콤한 디저트를 맛보기도 하고 쇼핑도 하고요. 낯선 도시의 문화를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고 싶었거든요.
by 레드벨벳 슬기





장크트갈렌 구시가를 걸어서 돌아보는 레드벨벳 멤버들. © 신규철

“10명 중 9명이 초콜릿을 좋아한다고 답한다. 물론 나머지 1명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여행자의 실험 정신을 자극하는 스 위스의 농담은 우리의 발길을 쇼콜라테리 쾰베너(Chocolaterie Kölbener)로 이끈다. ‘악마의 작품’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의 수제 초콜릿과 다채로운 디저트를 맛보고 나면, 농담 속에 등장하는 나머지 1명이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입 안에 달콤함을 가득 안고, 구시가를 천천히 걸으니 어느새 레드 카펫이 깔린 광장 앞. ‘스위스의 가장 큰 야외 거실’이라고 일컫는 슈타트라운지(Stadtlounge)는 건축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Carlos Martinez)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가 협업한 설치미술 작품이다. 5층 건물로 둘러싸인 골목 한복판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인 야외 라운지는 낮보다 밤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어스름한 저녁, 달빛을 연상시키는 은은한 조명이 비치면 그때는 레드 카펫을 걷는 여배우를 재현해볼 수 있겠다.


장크트갈렌 수도원 부속도서관 10am-5pm, Klosterhof 6D, 9000 St. Gallen, stibi.ch

장크트갈렌 대성당 7am~6pm, Klosterhof, 9000 St. Gallen, bistum-stgallen.ch

쇼콜라테리 쾰베너 8:30am~6pm, Gallusstrasse 20, 9000 St. Gallen, chocolaterie-koelbener.ch

슈타트라운지 Schreinerstrasse, St. Gallen.





유미정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였다. 스위스 여정의 마지막 밤, 레드벨벳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눈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이규열신규철은 스위스 여행을 두 번째 함께한 사진가다.





글. 유미정       사진. 신규철, 이규열





'레드벨벳의 첫 번째 스위스 여행'에 이어진 이야기

▶ 그라우뷘덴

▶ 그랜드 투어

▶ 루체른

▶ 필라투스 & 체어마트

▶ 레드벨벳의 스위스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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