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골목 여행

세월을 품은 을지로 골목 여행

by 온더로드
인쇄소와 철공소, 호프집, 스피키지 바 등 을지로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다양한 면면은 이 동네가 얼마나 많은 매력을 품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1970년대의 흔적, 제조와 판매가 어우러진 거친 골목에서 세월을 품은 멋과 맛, 정을 나누는 공간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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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WITH LOCAL


을지로 4가에 자리 잡게 된 계기는?


구가도시건축 사무소에서 함께 일하던 최지희 소장과 함께 2014년 ‘어번디테일 서울’을 차렸습니다. 처음에는 명륜동에 있다가 5년 전 이곳 을지로에 사무실을 잡았어요. 을지로가 서울의 중심에 있어 이동하기에 좋고, 임대료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정착하게 됐죠. 허름한 가죽 공장이던 곳을 직접 리모델링해 지금의 사무실로 완성했어요. 창호, 가구, 전기 배선, 페인트칠 등을 다시 하는 데 1년 정도 걸렸네요.


이 골목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을지로3가와 4가는 원래 거주지였는데, 1960년대에 산업 지역으로 바뀌었어요. 그때 들어온 철공소와 공방들이 아직 운영되고 있죠. 조선 시대부터 한약제를 팔던 곳이라 현재 건어물로 유명한 중부시장에서는 일부 한약제 로 쓸 수 있는 건약초들을 살 수 있죠. 목공소와 인쇄소, 건축 마감재를 파는 가게가 몰려 있는 골목도 있고요. 과거부터 이어져온 분야별 가계나 사업들이 모여 있어 다른 어떤 지역보다 특별해요.


image_250998121595412626806.jpg?type=w1200 다니엘 텐들러. ⓒ 임학현


이 일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공예 공방을 운영하는 엄윤나 작가, 식물 기반 갤러리를 운영하는 이종호 작가 모두 을지로에 기반을 두고 지역

주민과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청년 디자인·예술가들의 작업장을 찾아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거나 작가들을 만나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을지로3가와 4가 사잇길 여행 시 팁이 있다면?


을지로 골목길에는 1960~1970년대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일제강점기 때 생긴 일식 가옥이 을지로만큼 많이 남아 있는 곳도 드물죠. 건물뿐 아니라 골목의 형태도 마찬가지예요. 당시 지은 건물은 사라졌어도 조선 시대 때 긴 길은 아직 옛 형태 그대로 남아 있죠. 큰 도로 안쪽으로 난 작은 골목을 걸으며 옛것과 새것이 혼재된 분위기를 느껴보면 재미있을 거예요.







1. 어번디테일 서울


image_9885212131595412626807.jpg?type=w1200 어번디테일 서울. ⓒ 임학현


미로처럼 이어진 을지로4가 골목길을 지나 4층 건물 안 토끼 굴처럼 좁다랗게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일순간 시야가 환해진다.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 초록빛을 뿜어내는 싱그러운 식물이 제일 먼저 반기는 곳이다. 한옥 전문가로 알려진 다니엘 텐들러가 5년 전 자리 잡은 건축 사무소 어번디테일 서울은 옛것과 새것이 혼재된 을지로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기 좋은 곳이다. 이상훈 작가의 흑백사진, 화려한 꽃과 식물이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모던한 카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료 건축가와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어번디테일의 기업 가치를 공유하며 건축 상담 은 담소를 나누러 오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텐들러가 직접 내려주는 진한 커피 한 잔이면 카페에서 누리는 여유가 부럽지 않다.


ⓘ 서울시 중구 을지로4가 132, 070 4369 0481, @urban_detail_architecture





2. 은주정


image_6586555681595412913089.jpg?type=w1200 김치찌개 안에 넉넉하게 들어간 돼지고기. ⓒ 임학현


김치찌개 안에 넉넉하게 들어간 돼지고기를 쌈 싸 먹는 은주정에서 점심 식사를 즐겨보자. 김진숙 대표의 변함없는 30년 손맛으로 허기진 몸과 마음을 채우기에 좋다. 돼지고기뿐 아니라 버섯, 김치, 두부가 푸짐하게 들어 있어 1인분도 2인분 같아 보인다. 단돈 8,000원에 갓 지은 잡곡밥과 싱싱한 쌈 채소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된장찌개의 칼칼한 맛도 진국이다. 된장과 멸치젓은 따로 구매도 가능하다. 저녁에는 김치찌개, 된장찌개에 삼겹살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직접 방문이 어렵다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다. 전국 어디서든 은주정 메뉴를 배달해 먹을 수 있다. 매장에 내는 요리와 밑반찬 그대로 냉동 포장해 안전하게 배송한다.



ⓘ 점심 쌈 싸먹는 김치찌개 8,000원, 저녁 삼겹살+김치찌개 1만2,000원, 점심 11:30am~5pm, 저녁 5pm~10pm, 일요일 휴무, @eunjujeong1986




3. 루이스의 사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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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취향껏 직접 고른 잔과 접시에 음료와 디저트를 담아 먹을 수 있다. ⓒ 임학현


시작부터가 모험이다. 루이스의 사물들이 있는 건물에는 층마다 철물점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초행길에는 건물 안을 몇 번 왔다 갔다 하게 된다. 비로소 안으로 들어서면 무심히 놓인 작품, 석고상, 각종 오브제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루이스의 사물들은 공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의 인연을 깊이 연구하는 루이스 박이 익선동 카페, 을지로 와인바에 이어 세 번째로 기획한 공간이다. 본인의 취향껏 직접 고른 잔과 접시에 음료와 디저트를 담아 먹을 수 있다. “만든 사람이 궁금해지는 공간이 좋은 공간”이라고 말하는 이곳의 루이스 박 대표는 곳곳에 자신만의 힌트를 남겼다. 이곳에 놓인 평범한 사물들에서 나만의 영감을 얻어보자.


ⓘ 잔라떼 5,500원, 케이크 7,000원부터, 12pm~12am, 일요일 휴무, @louis_collections




3. 르템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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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에는 간판 없는 가게, 독특한 스타일의 바가 곳곳에 숨어 있다. 나만의 아지트 바를 찾아보자. 노가리 맥주 거리 맞은편의 르템플에서 바 투어를 시작해도 좋다. 지난해 6월에 문을 연 이곳에서는 이제 막 도착한 낯선 나라에서 느껴지는 묘한 설렘을 만끽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국적인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박재홍 대표가 발리에서 공수한 찬단 향 인센스다. 이곳에서 이번 시즌 음료인 템플 체리시에를 맛보자. 진과 테킬라 베이스에 패션 프루트를 얹어 싱그러운 칵테일로, 창가에 앉아 초여름 날씨를 만끽하며 음미하기 좋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색다른 요리도 함께 맛보자.



ⓘ 템플 체리시에 9,000원, 와인〮샴페인 각각 3만8,000원부터, 수제 맥주 4종 8,800원, 5pm~1am, 금〮토요일 2am까지, 일요일 11pm까지, @le_temple_euljiro




5. 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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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임학현


나른한 오후, 종묘를 한 바퀴 둘러보자. 경복궁, 창경궁의 화려함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종묘는 조선 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국가 최고의 사당이다. 제사 외에 국가의 중요한 일을 알리거나 기원하는 의식을 행하기도 했다. 한국의 종묘는 제례와 제례악의 본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실천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종묘의 모든 건물은 장식과 기교를 배제해 단순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풍긴다. 삶과 죽음의 경계, 조선왕조의 신성한 권위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산책의 하이라이트는 고전적 건축미의 극치라 불리는 정전을 둘러보는 일이다. 종묘제례가 이루어지는 정전은 19칸에 이르는 긴 목조건물이다. 거친 바닥 위로 육중한 지붕이 떠 있는 모습이 숭고하다.



ⓘ 6~8월 9am~6:30pm, 9~10월 9am~6pm, 11~1월 9am~5:30pm, 2~5월 9am~6pm, 화요일 휴무, @chf_jongmyo2020



글. 김남주 사진. 임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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