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은 제주이도한일베라체아파트 인근의 단정한 골목을 줄여서 ‘베라체’라 부른다. 제주에서 가장 큰 화방과 고급 레스토랑, 문화 공간 등이 들어선 골목이 품격 있는 로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다(製茶)를 배우며 손끝에 느껴지는 열과 차의 향미가 변화하는 과정이 정말 매력적이었죠.” 송주연 대표는 몇 년 전 건강 때문에 차를 마시게 된 걸 계기로 제다를 익히고 오온을 열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직접 제주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블렌딩한 차를 선보인다. 제주에서 채취한 재료를 가미하거나, 효능을 고려해 조합한 ‘오온대용차’가 그것. 직접 찻잎을 덖거나 특별한 숙성 과정을 거친 호지차나 녹차 또한 향긋함이 남다르다. 차 입문자를 위해 특색 있는 차 음료도 준비했는데, 제주 차광 녹차나 쑥차 등에 우유를 더한 ‘오운차’가 대표적. 공간에 여백을 두고 국내 신진 작가의 가구나 다구를 전시한 것 또한 차를 일상에서 가까이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 오온대용차 7,000원, 구운 가래떡 5,000원, 11am~7pm, 일·월요일휴무, @ 인스타그램 ooooon.official
<풀 숲, 제주>
비가 온 다음 날, 안개 낀 제주의 숲을 거닐던 순간을 담은 차. 우엉이나 생강 같은 뿌리 식물로 젖은 땅에서 올라오는 흙 향을, 조릿대와 박하로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표현해 맑고 개운한 향미를 느낄 수 있다.
재료 : 조릿대, 하수오, 뽕잎, 우엉, 생강, 박하
효능 : 당뇨 예방, 혈액순환 개선
<바람, 향>
노을 질 때 부는 제주 바람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제주 하면 떠오르는 감귤 잎을 사용했으며, 호박으로 부드러운 노을빛을 표현했다. 유자와 목련의 새콤달콤한 향미에 허브를 더해 제주의 로맨틱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재료 : 감귤잎, 호박, 유자, 로즈메리, 수국, 목련
효능 : 피로 해소, 감기 예방
차에 대해 영감을 얻는 방법은?
순간에 느낀 단상을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실제로 ‘풀 숲, 제주’는 제주 절물을 걸으며 느낀 감정을 적은 글귀를 보며 영감을 떠올렸다. 또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근차근 아이디어를 정리해가는 편이다.
대용차를 블렌딩하는 과정은?
차나무잎을 제외한 식물의 잎이나 뿌리, 과실 등을 우린 차를 대용차라 부른다. 특히 대용차는 효능이 중요해서, 서로 효능이 맞는 재료를 조합해야 한다. 그 다음 차의 향미를 비롯해 재료의 조화, 차를 우린 뒤 수색 등을 살펴보며 섬세하게 배합을 조율해 차를 완성한다.
차 입문자를 위한 팁
자신의 생활 패턴에 적합한 다구를 골라 차를 가까이에 두고 마시자. 탈착 가능한 거름망이 있는 머그컵을 사용하면 일상에서 손쉽게 차를 즐길 수 있다. 더불어 한국 차를 권한다. 국내에도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하는 분이 많은데, 가격이 적당하고 유기농 제품도 다양하다. 아무래도 토양과 기후에 따라 차의 향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익숙한 한국 차가 부담없이 마시기 좋다.
봄, 빛 청수
꽃향기가 나는 제주와 하동의 홍차와 스리랑카의 우바 차를 블렌딩한 홍차에이드를 병에 담고, 벚꽃과 장미로 만든 코디얼(Cordial)과 꽃을 얼린 얼음을 유리잔에 넣어서 함께 낸다. 봄에 빛이 드는 따사로움을 꽃 얼음이 든 잔에 홍차에이드를 따르는 행위로 표현한 것이라고.
세계 유수 화랑에서 이제 막 전시를 마친 화제의 작품을 책으로 만나보자. 제주 유일의 예술 전문 서점 캔북스에서 말이다. 이곳은 현재 활동하는 동시대 미술가의 서적을 주로 다룬다. 이행석〮안소희 주인장 부부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작가는 일상의 관찰을 일러스트풍으로 화폭에 담는 조나스 우드(Jonas Wood)와 레바논 출신의 시인 겸 추상 화가 에텔 아드난(Etel Adnan). 요새 한창 색면 추상에 빠졌기 때문인데, 이렇듯 주인장의 관심사가 서가 구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부부의 본 직업은 화가다. 책방 뒤쪽의 작업실에선 부부가 가르치는 미술 관련 수업이 평일 내내 열린다. 특히 흥미로운 수업은 각각 13주간 동시대 미술과 현대미술사를 망라하는 미술사다.
ⓘ 10:30am~7:30pm, 토요일·공휴일 12pm~7pm, 일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canvooks
박공지붕을 얹은 예쁜 벽돌집, 따스한 빛이 드는 아늑한 실내, 유럽 빈티지 찻잔과 우아한 나무 가구, 여기에 은은한 물감 향까지. 아뜰리에 효는 머무는 자체로 힐링을 선사한다. “공방에 오는 분들이 그림을 그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길 바랐어요. 그래서 프랑스 여행 중 지베르니(Giverny)에서 본 모네의 집을 연상하며 공방을 손수 꾸몄죠.” 김효경 작가의 말이다. 정규 수업은 최대 5인 정원의 소규모로 운영하는데, 아크릴과 색연필, 오일 파스텔 등 다양한 도구를 선택할 수 있다. 다루기 어려운 유화의 경우에도 물감 조색부터 붓 세척까지 유화 전공자인 작가가 세심하게 알려준다고. 2시간 30분간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는 오일 파스텔로 작품을 완성해볼 수 있다.
ⓘ 원데이 클래스 6만 원, 화~토요일 정규 클래스와 일요일 원데이 클래스 운영, 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atelier_hyo
여행자와 현지인 모두 애정하는 레스토랑은 보기 드물 터. 더스푼의 인기 비결은 제주의 특색을 가미한 수준급 요리를 선보이는 박기쁨 셰프의 내공 덕분이다. 그는 제주의 진귀한 먹거리를 이탤리언 요리에 접목하고, 파스타 면 하나도 라 파브리카(La Fabbrica) 제품을 사용할 만큼 최상급 식자재를 고집한다. 이를테면 성게 어란 스파게티가 대표적. 구좌 해녀가 채취한 말똥성게와 시칠리아산 숭어 어란이 절묘하게 응축된 바다의 풍미가 그야말로 일품이다. 입맛을 돋우는 치케티(Cicchetti)로는 훈제 고등어와 마스카포네 치즈를 갈아 만든 파테를 올린 부르게스타가 제격이다. 3일 전에 테이스팅 코스를 예약하면, 제주 제철 식자재로 만든 10가지 코스 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 성게 어란 스파게티 2만5,000원, 12pm~10:30pm(우선 예약제), 브레이크 타임 2:30pm~5:30pm, 월·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thespoonjeju
제주에서 나고 자란 주인장이 제주의 사계를 접시에 담아내는 가게. 현무암을 쌓아 오픈 주방을 만들고 제주에서 나는 제철 식자재로 요리하는 요리 주점 느루, 온穩 얘기다. 주목할 점은 식자재 수급에 따라 메뉴가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동문시장에서 들여온 신선한 해산물로 오늘의 추천 요리를 내거나, 물 좋은 제철 생선으로 숙성 회를 구성하는 식. 제주 향토 음식과 일식이 주를 이루는데, 현재 리뉴얼을 하며 메뉴의 선택지를 확장하는 중이다. 첫 방문이라면 두툼한 갈치와 단호박을 넣고 한소끔 끓여, 시원한 국물이 매력적인 제주식 갈치 냄비를 권한다. 이때 한라에일을 꼭 곁들이자. 주인장이 개발한 레시피에 따라 한라산 소주 1잔과 레몬 2개를 넣고 진저에일을 가득 넣어 마시면 된다.
ⓘ 제주식 갈비 냄비 2만6,000원, 한라에일 세트 9,000원, 5:30pm~1am, 일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jeju_neuru_on
글/사진. 문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