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와 서대문구에 걸쳐 흐르는 불광천은 존재 자체로
동네 주민에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선사한다. 하천에 따라 놓인 산책로를 걷거나 그 곁에 들어선 개성과 철학으로 무장한 공간을 돌아보며 그 이유를 알아보자.
러브원어나더는 유별난 구석이 많다. 커피를 시키면 주인장이 “제 방식대로 할까요, 아니면 정통 방식으로 해드릴까요?”라고 되묻는 주문 과정부터 소련 시대 빈티지 장난감으로 꾸민 인테리어, 자율 계산 방식까지. 게다가 지역 아티스트가 즐겨 찾다보니 자연스레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오디오 장비가 설치된 지하 공간은 뮤지션과 디제이가 공연을 하는 아지트이자 전시 공간. 조만간 코로나19 시국에 맞춰 프라이빗한 관람 형태의 실험적 전시도 열 계획이다. 커피 메뉴는 딱 네 가지인데, 손님의 취향을 반영하면서 주인장의 차별화된 레시피로 제조해준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차가운 우유에 에스프레소를 띄우듯 부어 바로 마시는 플랫 라테가 인상적.
ⓘ 플랫 라테 3,500원, 2pm~8pm, 일·월요일과 비정기 휴무, @loveoneanother_cafe
불광천길에 자리 잡게 된 계기는?
2017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러브원어나더를 오픈했어요. 그 전까지 5년 넘게 카페를 준비하며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였죠. 그러던 어느 날, 버스를 타고 우연히 이 동네를 지나게 됐어요. 햇살이 비치고 불광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이 골목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이 골목의 문화 예술적 기류는?
예전에 홍대 신에서 밀려나온 예술가들이 망원동이나 연남동, 연희동으로 향했어요. 그러다 또다시 밀려 성산동과 불광천 일대로 모이게 됐죠. 카페를 찾는 손님들을 보면 뮤지션이나 미술 작가, 큐레이터, 공연 기획자 등 문화 예술 분야에서 종사하는 분이 많습니다. 또 주변 상권에서 일하는 분도 자주 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생기고 있죠. 덕분에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전시나 의류 제작 등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면서 놀 듯이 일상을 보냅니다.
이 일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홍대를 거점으로 서브컬처를 이끈 라이브 공연장 ‘채널1969’에서 초반에 메인 디제이로 활동한 DJ 호도리라는 친군데, 저희 카페 지하 공간에서 종종 잼을 하고 있어요. 곧 공연도 할 계획입니다.
로컬로서 바라본 골목의 특색은?
불광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몇몇 다리 아래에 전면 거울이 있어요. 매일 저녁 7~8시면 이곳에서 핑크색 운동복을 입은 아주머니들이 에어로빅을 합니다. 젊은 친구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노인분들이 노상에서 바둑과 장기를 두는 곳도 있고요. 서울 도심에서는 찾기 힘든 모습이죠. 저는 이렇게 다양한 세대의 문화가 자연 스럽게 형성돼 있는 이 골목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기성세대가 즐기는 문화가 존재하는 동시에 청년들이 들어와 슬럼화가 아닌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거죠. 이 또한 도시 재생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낡은 빌딩 3층, 오후 햇살이 스미는 아담한 공간에 두 브랜드가 작업실 겸 쇼룸을 공유하고 있다. 먼저 작업실0515는 새뮤얼 울먼(Samuel Ullman)의 시 ‘청춘’에서 영감을 받아 푸른색의 생활 자기를 빚는 도자 공방이다. 천연 소이 왁스를 담은 도자 캔들 홀더와 유리, 크리스털, 자개 같은 다양한 소재를 접목한 도자 액세서리 등 실용적이면서 아기자기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 초롱문구에서는 김초롱 작가만의 ‘초롱체’를 활용한 캘리그래피 작품과 디자인 문구를 만날 수 있다. 책갈피, 엽서, 액자, 굿즈 등 어떤 제품이든 원하는 문구를 손 글씨로 써줘 세심함을 더한다. 캘리그래피로 꾸미는 표지부터 링, 내지까지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는 커스텀 노트도 흥미롭다.
ⓘ 커스텀 노트 8,000원부터, 11am~8pm, 작가별 휴무일 상이(인스타그램 공지 참고), @workroom0515, @chorong_stationery
페이퍼넛츠는 지속 가능한 건강과 삶을 추구하는 견과 상점이다. 매일 아침, 유통 과정에서 쌓인 불순물을 깨끗이 세척한 뒤 120~160도의 오븐에서 구워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한 신선한 견과를 선보이는 것. 여기에 설탕, 버터, 오일을 일절 배제하고, 찻잎과 향신료로 만든 천연 시즈닝으로 맛과 건강의 균형을 살렸다. 은은한 향이 일품인 얼그레이 호두, 청유자와 고추, 천일염을 첨가한 유자후추넛 등 시즈닝 견과 종류는 총 다섯 가지. 유기농 오트밀과 견과 6종을 구워 만든 수제 그래놀라와 제주 재래종 금귤 같은 제철 과일과 그래놀라를 듬뿍 얹은 그릭 요구르트도 별미다. 참고로 이곳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매장이므로 포장 시 개인 용기를 지참해야 한다.
ⓘ 견과 세트 2종류 2,500원, 10:30am~8:30pm, 일·월요일 6pm까지, 둘째·넷째 주 월요일 휴무, @paper_nuts
“우연히 포트와인과 쇠고기를 함께 먹은 적이 있는데, 그 조합이 가히 환상적이었죠.” 김한주 대표는 가게를 열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게명 또한 소 우(牛)와 술 주(酒)를 합친 것. 우주에서는 손님이 요청한 굽기 정도에 맞춰 굽는 쇠고기 숯불 구이를 주력 메뉴로 내세운다. 새우살, 채끝 등심 등 다양한 부위의 육우와 1++등급 한우 안심을 선택할 수 있으며, 차돌박이 미소 크림 파스타나 오징어순대 등 함께 곁들이기 좋은 요리도 선보인다. 강한 단맛으로 고기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포트와인을 비롯해 내추럴 와인, 싱글몰트위스키 등 주류의 라인업도 예사롭지 않다.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플레이 리스트는 혼술하기 좋은 분위기에 일조한다.
ⓘ 채끝 등심 2만 원, 7pm~3am, 일요일 휴무, @inyourcosmos
온종일 리드미컬한 레게 음악이 흘러나오고, 벽에 빼곡히 붙은 유명 레게 뮤지션 포스터와 공연 팸플릿이 눈길을 끄는 곳. 국내 레게 뮤지션 스마일리 송(송영우)이 운영하는 레게바 로옥 얘기다. 그는 고심해서 선별한 레게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리거나, 15년간 모은 레게 수집품을 전시하는 식으로 레게의 매력을 방문객에게 알린다. 대표 메뉴 역시 자메이카식 저크 치킨. 청양고추와 열 가지 향신료를 혼합한 수제 저크 시즈닝으로 매리네이드한 뒤 그릴에 구워,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이와 함께 샐러드나 필라프, 짜파게티를 취향껏 곁들일 수도 있다. 5월부터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과 음악 애호가의 설명과 함께 LP 음악을 감상하는 음감회를 진행할 예정이니 기대해봐도 좋을 듯.
ⓘ 저크 치킨 샐러드 1만3,000원, 5pm~12am, 금·토요일 1am까지, 일·월요일 휴무, @reggaebar_lo_ok
<Easier To Love>, Sister Sledge
“로맨틱한 사운드와 가사를 강조한 레게의 하위 장르 러버즈 록(Lovers rock) 중 하나로, 레게의 기본을 두루 갖춘 동시에 누구나 듣기 편한 스타일이라 입문자에게 추천합니다.”
<Back When Tigers Smoked>, 노선택과 소울소스
“한국적 레게를 선보이는 국내 레게 밴드의 음반입니다. 저도 함께 만들었는데요, 차세대 소리꾼 김율희가 참여해 레게 장르에 판소리를 융합한 곡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글/사진. 문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