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모터스포츠 사이의 가교 역할로 시작한 아트 카 프로젝트. 이제는 단순한 연결 고리 역할을 넘어 하나의 당당한 아트 피스로서 자동차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자동차 브랜드의 아트 카들을 꼽아봤다.
프로젝트 겔렌데바겐은 패션, 예술, 자동차 세 가지 분야를 ‘미래의 야망을 예상하는 뛰어난 럭셔리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열정으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이번에 공개한 예술 작품은 프로젝트 최초의 컬래버레이션 기획으로, 2019년 40주년을 맞이한 브랜드의 상징적 오프로더인 G-클래스를 기반으로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 총괄 고르덴 바게너와 패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함께했다. 버질 아블로는 예술가, 건축가이자 엔지니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현재 오프-화이트 창립자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루이 비통에서 남성복 아트 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작품은 G-클래스의 상징적 실루엣을 강조하기 위해, 외관은 가급적 깔끔하게 유지하면서 단일 구조의 모놀리식(monolithic) 특성을 살렸다. 구조체를 그대로 드러낸 외관 디자인은 수작업이 만들어낸 미완성의 미학으로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차체 도장은 시간을 초월한 간결함을 나타내기 위해 부분적으로 사포로 문지르는 수작업을 진행했다. 용접 부분은 장인 정신을 디자인 모티프로 작업했는데, 방향 지시등, 사이드미러, 범퍼 바 등을 제거해 차체가 한층 넓고 낮아져 강인하고 스포티한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G-클래스의 차별화된 개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타이어와 스페어 휠을 부각함으로써 독보적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는 실내는 레이싱에서 받은 영감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실내의 모든 요소는 안전 프레임이 중심 모티프가 되었다. 대시보드 대신 깔끔하고 절제된 버전의 아날로그 속도계와 연료 게이지가 클래식 자동차를 연상시키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티어링 휠과 좌석은 포뮬러 1 머신에서나 볼 수 있는 면모를 갖추었다.
BMW는 1975년부터 세계적 아티스트와 함께 자동차를 이용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다. 예술가들의 손에서 재창조된 BMW 아트 카는 프랑스의 경매인이자 열렬한 레이서인 에르베 풀랭(Hervé Poulain)이라는 아티스트가 처음 구상한 것이다. 이 재미난 발상은 1975년 그의 친구인 알렉산더 칼더가 레이싱카인 BMW 3.0 CSL에 페인팅하면서 실현되었다. 예술과 모터스포츠 사이의 공존 관계를 수립한 최초의 결과물인 이 자동차는 후에 24시간 레이싱을 펼치는 르망 경기에 참여했고, 이 같은 자동차 예술에 자극을 받은 BMW는 이후 아트 카 컬렉션을 실행에 옮겼다. BMW 아트 카는 매년 루브르, 구겐하임, 상하이 아트 박물관 등의 전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뮌헨 BMW 박물관에 전시되었고, 상당수 작품은 아시아, 러시아, 아프리카, 인도, 미국, 멕시코 등 세계 투어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는 2007년 5월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켄돈,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품의 아트 카 4대를 전시해 자동차와 예술의 매혹적인 만남을 보여줬다.
그림은 물론 건축, 조형, 설치미술 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맹활약 중인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다니엘 아샴이 포르쉐와 함께 전 세계 단 한 대뿐인 ‘다니엘 아샴 포르쉐 911’을 올해 초 선보였다. 8세대 신형 911 카레라 4S를 기반으로 하는 이번 작품에는 고고학과 시간 침식을 콘셉트로 하는 다니엘 아샴의 작품관이 조화롭게 반영되었다. 보닛과 차량 곳곳에 크리스털 결정체가 침식된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며, 차체 패널 곳곳의 기하학적 석영(수정)과 무광 마감의 화이트 컬러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견딘 차량의 내구성을 강조했다.
미니는 톡톡 튀는 개성과 강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많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안겨준 아이콘이다.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통해 단순히 이동 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넘어 시대정신을 이끄는 문화의 아이콘으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미니는 패션계와 문화계에서도 독특한 개성을 지닌 스타들과 협업해 선보인 아트 카들이 유명하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모던하고 화려한 색상을 결합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디자이너 폴 스미스 에디션부터 영국의 전설적 뮤지션인 데이비드 보위 에디션까지 다양하다. 그뿐이 아니다. 미니는 2001년부터 유럽 최대 에이즈 퇴치 기금 마련 자선 행사 ‘라이프 볼’에서도 캘빈 클라인, 로베르토 카발리 등의 디자이너와 작업한 미니 아트 카를 경매로 내놓아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등 아트 카 활용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아트 카를 전시, 관람하는 방식도 변화했다. 현대자동차는 라틴아메리카 미술관(MOLAA), 가브리엘라 우르티아가, 엘리시움 미술(AoE)의 수석 큐레이터와 함께 히스패닉 유산의 달을 기념해 드라이브스루 아트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10월 초에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팔라듐 극장에서 열렸으며, 팰리세이드, 쏘나타, 엘란트라 등에 라틴아메리카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작품을 차를 타고 돌아나가는 드라이브스루 미술관이다. 가이드 맵에 있는 QR 코드를 이용하면 작품데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글. 안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