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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Feb 15. 2021

두보부터 마르코폴로까지,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 청두

천년 고찰과 현대적 건물, 100년 이상 된 야외 찻집과 명품관, 작은 맛집들과 3,000여 곳 이상의 서점이 어우러져 있는 도시 청두(成都). 이 도시는 전통극 속 변검처럼 색다른 매력이 가득하다.




예술가들의 오래된 도시

대형 쇼핑몰 IFS 건물에 매달린 판다 조형 너머로 보이는 춘시루. ⓒtbc


4,500여 년 전 문명이 시작된 청두는 2,300년 전부터 지금의 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성의 이름과 도시명 역시 그때 불리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보돈(寶墩) · 금사(金沙)시대의 유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거대한 제방 두장옌(都江堰) 그리고 중국의 도시에서 가장 많은 무후사(武侯祠, 제갈량을 모신 신당)가 위치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청두의 벽돌 하나하나에는 신비로운 역사 이야기가 담겨 있다.

3000년 전 청두에 최초의 문명인 고촉(古蜀) 문명이 발생했을 때, 고촉 사람들은 하늘에 해와 새, 빛과 자연만 있다고 생각했다. 세계 5대 문명의 발상지에서 모두 태양을 숭배했듯, 고촉인들에게도 태양은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금사 유적에서 출토된 태양신조(太陽神鳥) 금박(金箔)은 청두를 상징하는 표지가 되기도 했다.



해발 5364m로 청두 제1의 설봉 서령설산. ⓒtbc

‘촉’이라고 하면 대개 삼국시대 유비와 제갈량의 촉나라를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5대 시기 전후 촉나라야말로 청두 역사상 가장 빛나던 때였다. 당시 청두는 ‘천하가 혼란에 빠지기 전에 촉이 먼저 혼란스러워진다’는 옛 모습을 바꿔 국경을 잘 지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했으며, 노역을 줄이고 조세를 낮추는 등의 정책을 통해 “천하가 다 혼란에 빠져도 촉만 안정되고 평화롭다”라고 할 만큼 태평성대를 유지했다.



2000년이 넘은 수리시설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두장옌. ⓒtbc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 두보(杜甫)도 48세에 촉(蜀)에 들어와 초당(草堂)에서 한동안 살며 240편 이상의 시를 지었다. 지금도 초당(草堂)에서는 수많은 학생의 시 읊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매년 음력 1월 7일이면 두보의 제사 의식 ‘인일유초당(人日遊草堂)’이 열리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이어진 이 같은 학구적 분위기 덕분에 항일전쟁 시대에 청두에는 시난연합대학(西南聯大)만큼 유명한 연합대학(聯合大學)이 있었다. 1938년에 진링대학(金陵大學), 진링여자문리학원(金陵女子文理學院), 치루대학(齊魯大學), 연경대학(燕京大學) 등 대학이 전쟁 지대에서 청두 화서댐(華西壩)으로 이전해 화서화합대학(華西協和大學)과 함께 연합대학을 구성했다. 구제강(顧頡剛), 첸무(錢穆), 천인커(陳寅恪), 예사오쥔(葉聖陶), 핑유란(馮友蘭) 등을 비롯한 엘리트들은 피비린내 나는 전방의 전쟁 지대가 아닌 청두에 모여들어 화서댐 후방에서 중국 문화를 계승 · 발전시켰다.



등불이 환한 안순랑교. ⓒtbc


여행가 마르코 폴로도 이 도시를 찾아왔다. 그가 본 청두는 이미 시장이 번영하고 방직업이 발달하며, 유럽의 사치품까지 도입한 세련된 도시였다고 한다. 마르코 폴로는 진강(錦江) 위의 안순랑교(安順廊橋)를 보고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다리가 돌로 지어 너비 여덟 걸음, 길이 250m가 된다. 위 양쪽 대리석 기둥이 다리 꼭대기까지 이어지고, 나무로 만든 꼭대기는 다리 양쪽을 연결하고 있어 매우 견고하며, 새겨 넣은 그림도 색이 선명하다.” 안순랑교는 오늘날에도 청두의 랜드마크 야경 명소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답고 예술적인 문화유산이 많아서인지 청두는 유명한 예술가도 수없이 배출해냈다. 현대미술 작가 허둬링(何多苓), 장샤오강(張曉剛), 저우춘야(周春芽), 건축가 류자쿤(劉家琨)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청두에 거주 중인데, 생생하고 흥미로운 이 지역은 문인들에게 끊임없는 창작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허왕뤄는 <론리플래닛 차이나>의 편집자다. 청두는 이국적인 모습과 전통적인 것이 공존하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포용하는 양면성이 있는 곳이다. 여행은 자아를 찾는 가장 정상적인 방법이라 믿으며, 청두는 벌써 몇 해 째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다.



글. 허왕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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