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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발적아싸 Nov 24. 2022

맞을까 봐 겁먹으면 몸이
뻣뻣해져요

힘이 잔뜩 들어간 가드 

4개월 전부터 격투기를 배우고 있다. 빡빡한 회사업무와 고립된 인간관계에 너무 지쳤던 나는 돌파구가 필요했었다. 무엇보다 매일 실수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살아가는 내가 격투기를 배우면서 대범하게 바뀌길 바랐다.

지금은 한 대 맞는 것도 겁나지만, 운동하면서 많이 맞다 보면 주먹 한대쯤 별거 아니네 하듯 운동을 통해서 정신도 맷집을 기르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종합격투기. 처음엔 많이 어설펐지만 이제 동작이 조금 익숙해진 거 같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관장님께서 다른 관원과 스파링을 시켜주셨다. 나는 생각했다. 격투기는 안 맞고 많이 때리면 되는 거고 스파링은 그걸 연습하는 거야. 그런데 상대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우리는 서로 한 대도 안 맞으려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고,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덕분에 동작은 과장되고 뻣뻣했다. 


관장님은 우릴 보고 답답하다며 얘기하셨다. 몸에 힘 빼고! 몸에 힘 들어가면 뻣뻣해져요. 싸워야 하는데 각목처럼 뻣뻣하면 어떻게 싸웁니까? 그리고 지금은 두 분 다 연습하는 단계니까 이기려고 하지 말고, 적당히 막는 연습도하고, 공격하는 연습도 해보세요.


운동이 끝나고 집에 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사회생활이 마치 스파링 할 때 같다고

나는 한 대도 안 맞고 싶었다. 그 누구에게도 욕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서 내 약점을 가리려고 했고, 긴장했고, 방어적이었으며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특히 후배나 나이 어린 동료 앞에서는 더욱 업무적으로 까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보단 능력이 부족했다. 내 성격보다 훨씬 더 꼼꼼함을 요구하는 업무가 맞지 않았고, 실수했고, 긴장하고, 사람들로 부터 고립됐고, 나를 싫어하는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나의 약점을 노출시켰다. 나는 의도치 않게 간간히 욕먹었다. 나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더 긴장하고, 사소한 일도 건더기를 주지 않기 위해 신경 썼다. 


그래서 회사에 다녀오면 녹초가 됐었다. 종일 긴장하고 있어서. 


격투기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운동이다. 계속 힘주고 있으면 얼마 뛰지 못한다. 힘을 빼고 부드럽게 움직여야 공격도 수비도 제대로 할 수 있다. 나도 힘을 좀 빼야 할 것 같다. 내가 완벽하고 남을 이겨야 하고, 잘나야 한다고 생각하면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뻣뻣해진다. 이제 완벽함이란 힘을 빼고 실수할 수도 있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누가 나를 좀 무시하면 어때 그렇다고 내가 못나지는 건 아니야.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이렇게 힘을 빼고 부드럽게 연습하는 마음으로 사회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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