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고 이 상품이 인기를 끌게 되면 이와 유사한 상품들이 우후죽순 나타나는 현상은 너무나 익숙할 것이다. 모방자 입장에서는 특허 제품을 그대로 따라 만들지 않고, 핵심 부분은 모방하되 최대한 다르게 보이기 위하여 노력한다. 즉, 침해제품은 특허침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특허발명의 구성을 그대로 모방하는 경우는 드물고,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일부 변경하는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와 같이 특허발명의 기술적 핵심을 그대로 따르면서 일부 구성요소를 변경하는 것을 '균등침해'라고 한다.
침해제품이 특허제품과 달라 보이면서도 핵심적인 기술은 동일한, 즉 다른 듯 같은 듯한 제품들의 등장은 특허 제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지만, 기업으로서는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하였음에도 정작 시장에서는 다른 유사 제품들의 등장으로 수익을 제대로 얻지 못한다면 너무나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균등침해와 관련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물걸레 청소기' 사례였다.
발명자 A는 발로 뚜껑을 터치하여 쉽게 물걸레를 착탈 시키는 물걸레 청소기를 개발하여 이를 특허등록하였다. 이 제품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게 되자 그와 유사한 제품들이 등장하였고, 경쟁업자 B도 발명자 A가 만든 제품과 유사한 물걸레 청소기를 출시하였다. 양 제품 모두 뚜껑(발판)을 터치하면 기어(링크)가 겹쳐지면서 내·외부 물림 부재(내·외측 그립 부재)가 조여져 물걸레를 포집하고, 뚜껑(발판)을 다시 터치하면 스프링의 탄성력에 의하여 내·외부 물림 부재(내·외측 그립 부재)가 다시 펼쳐지면서 물걸레를 해체하도록 작동하는 것이다. 다만,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전환함에 있어서, 발명자 A의 제품은 ‘랙-피니언 기구’로 구성된 반면, 경쟁업자 B 제품은 ‘슬라이더-링크 기구’로 구성된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보통 물걸레 청소를 교체하기 위하서는 손으로 물걸레를 끼워 넣거나 떼어내어야 하는데, 위 제품들은 모두 물걸레 청소기 몸통을 발끝으로 터치하기만 하면 손쉽게 물걸레를 포집하거나 해체시킬 수 있어 사용자 편의성이 뛰어났다.
안타까운 것은 발명자 A의 제품은 정말로 좋은 기술이었음에도 유사한 제품이 시장에 많이 등장하면서 시장점유율과 판매액이 줄어들었고, 얼마 되지 않아 로봇청소기의 등장으로 시장에서 급속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기술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 사건이었다.
이러한 경우 발명자 A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판매액을 높이기 위하여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경쟁업자 B가 시장에서 물걸레 청소기를 판매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방법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 주된 전략이 바로 균등침해를 이유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고 판매수익을 높이는 일등 공신은 균등침해 전략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허소송을 지탱하는 두 개의 큰 기둥은 바로 진보성과 균등침해이다. 특허소송은 이 두 가지만 이해하면 90% 정도를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진보성은 특허무효를 주장하는 쪽에서 특허발명이 진보성이 없어 무효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용하는 핵심 무기이다. 반면, 균등침해는 특허권자 쪽에서 상대방이 생산하는 제품은 특허발명의 기술사상의 핵심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일부 구성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여 특허발명을 균등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용하는 핵심 무기이다.
특허를 공부하는 많은 분들이 균등침해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진보성을 정복하였음에도 균등침해에서는 포기하거나 스킵하는 등으로 거너 뛸 준비를 하는 분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특허법원에서 특허소송을 오랫동안 담당했던 내게도 균등침해는 여전히 판단이 쉽지 않고 난해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균등침해는 특허소송의 두 개의 큰 기둥 중 하나라는 점과 특허침해소송에서 균등침해라는 핵심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절대로 승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 이 부분만 정복하면 특허 전문가의 토대를 갖추게 된다. 다시 한번 김 OO 기술심리관의 주문을 사용해 본다.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이젠 다음 단계를 이해하시면 됩니다!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가. 분쟁의 내용
균등침해에 있어서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사건은 '김 절단기' 사례이다.
특허발명은 김을 절단하여 포장용기에 수납하는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김 절단기에 관한 것이다. 절단된 김들이 포장용기 내의 수납공간에 정확히 위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간극을 두고 이격 배치된 포장용기의 정 중앙 위치에 절단된 김이 하강하도록 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절단된 김 사이를 상호 이격 시켜주는 동작이 필요한데 종래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장치가 없었다.
발명가 A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오랜 연구 끝에 가이드케이스 하부에 고정 배치되어 아래로 갈수록 그 두께가 선형적으로 넓어지는 격자형의 절단날이 형성된 김 절단기를 발명하였다. 이 장치는 김을 위 절단날 위에 적층해 놓고 위에서 가압판이 적층 김을 누르면 적층 김들이 위 절단날에 의해 절단되면서 절단된 김이 격자형 절단날의 외측 경사면을 따라 서로 사이가 벌어지게 됨으로써 포장용기 정 중앙에 하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동종업자 B도 그 후 절단된 김 사이를 상호 이격 시켜주는 김 절단기를 고안하였고, 이는 적층 김 상부에 격자날이 위치하고 적층 김 하부에 아래로 갈수록 그 두께가 선형적으로 넓어지는 경사면을 구비한 격자형 박스가 위치하여 상부의 격자날이 아래로 이동하여 적층 김을 절단하면 절단된 김이 하부의 격자형 박스의 경사면을 따라 서로 사이가 벌어지게 됨으로써 포장용기 정 중앙에 하강하게 되는 것이다(이하 ‘실시제품’이라 한다).
특허발명과 실시제품은 ‘절단된 각각의 적층 김들이 하강하면서 가이드케이스의 하부에 고정 배치되는 격자형 부재의 외측 경사면을 따라 서로 사이가 벌어지도록 유도’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특허발명은 이러한 기술사상을 ‘하부에 위치한 아래로 갈수록 그 두께가 선형적으로 넓어지는 격자형의 절단날’에 의하여 달성하는 반면, 실시제품은 ‘상부에 위치한 격자날’과 ‘하부에 위치한 아래로 갈수록 그 두께가 선형적으로 넓어지는 경사면을 구비한 격자형 박스’에 의하여 달성한다는 점에서 세부 구성이나 작동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발명자 A는 동종업자 B를 상대로 실시제품은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하였고, 사례에서는 위와 같은 세부 구성이나 작동방식에 차이에도 특허 균등침해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나. 균등침해의 5가지 요건
균등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5가지 요건으로 대법원 2000. 7. 28. 선고 97후2200 판결은 ① 과제해결원리의 동일성, ② 작용효과의 동일성, ③ 치환의 자명성, ④ 자유실시기술이 아닐 것, ⑤ 의식적으로 제외된 것이 아닐 것을 제시하였다.
실시제품에 특허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구성 중 변경된 부분이 있는 경우에도 특허발명과 과제 해결원리가 동일하고(① 요건: 과제해결원리의 동일성), 특허발명에서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작용효과를 나타내며(② 요건: 작용효과의 동일성), 그와 같이 변경하는 것이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정도(③ 요건: 치환의 자명성)에 불과하다는 것은 균등침해의 적극적 요건으로 특허권자가 주장·증명해야 한다. 반면, ④와 ⑤ 요건은 균등침해의 소극적 요건으로 그 상대방이 주장·증명해야 한다. 균등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 적극적 요건 모두가 충족되어야 함과 동시에 위 소극적 요건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실무에서는 적극적 요건이 주로 쟁점이 되고 있다.
다. 김 절단기 사례 검토
김 절단기 사례에서 대법원은 특허발명의 과제해결원리를 ‘절단된 각각의 적층 김들이 하강하면서 가이드케이스의 하부에 고정 배치되는 격자형 부재의 외측 경사면을 따라 서로 사이가 벌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보고 특허발명과 실시제품의 과제해결원리가 동일하다고 판단하였다(① 요건 충족). 그리고 이러한 기술사상의 핵심이 공지되지 않았기에 작용효과가 서로 동일하고(② 요건 충족), 실시제품처럼 상부에 배치된 칼날이 상하 이동하면서 하부에 고정된 물체를 절단하도록 하는 것은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쉽게 그와 같은 구성의 변경을 생각해 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보았다(③ 요건 충족). 결국 실시제품은 특허발명을 균등침해한 것으로 인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