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소송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건은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를 출원하기 전에 특허를 공개한 경우이다. 대체로 교수나 연구원 발명의 경우 과학기술(SCI) 논문에 등재하면서 공개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의 경우는 제품을 출원 전에 먼저 출시하는 경우이다.
특허법 제29조 제1항은 특허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된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신규성 요건이라고 한다. 특허발명을 출원하기 전에 동일한 발명이 공개되었다면 신규성 요건 위반으로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대체로 신규성 요건 위반 사례로는 제3자가 공개한 발명과 동일한 발명을 출원한 경우보다는 자신의 발명을 실수로 공개한 이후에 동일한 발명을 출원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자신의 특허라고 하더라도 이를 출원 전에 공개하는 경우에는 신규성에 위반되어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되고, 설령 특허등록을 받더라도 추후 등록무효가 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공개행위에 의하여 자신의 특허가 무효가 되는 경우이므로 상당히 억울할 수 있지만 이는 특허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해 벌어진 실수인 것이다. 특허발명을 출원하기 이전에 시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에는 신규성 요건 위반으로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되므로 특허발명의 공개나 실시는 출원 이후에 이루어지도록 주의해야 한다.
신규성 요건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해양경찰청 함정에 설치된 '절연저항 감시장치' 사례(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5후239 판결)가 있다.
<해양경찰청 함정에 설치된 ‘절연저항 감시장치’ 사례>
A는 절연저항 감시장치에 관한 발명을 2015. 1. 1. 출원하여 등록하였다. 동종업자인 B는 절연저항 감시장치가 그 출원 전에 해양경찰청 함정에 설치·인도되어 공지 또는 공연실시된 것이므로 특허법 제29조 제1항(신규성 요건 위반)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이에 A는 위 함정은 외부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도 아니고, 위 절연저항 감시장치는 케이스에 봉인되어 있어 그 내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공지 또는 공연실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다투었다. 법원에서는 A의 절연저항 감시장치가 출원 전에 공지 또는 공연실시되어 신규성 요건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특허법 제29조 제1항은 특허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공지되었거나 또는 공연히 실시된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공지되었다’고 함은 반드시 불특정다수인에게 인식되었을 것을 요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불특정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 것을 의미하고, ‘공연히 실시되었다’고 함은 발명의 내용이 비밀유지약정 등의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양도 등의 방법으로 사용되어 불특정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후4011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5후239 판결 등 참조).
가. 소수의 사람이 그 발명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경우 ~ O.K.
법원은 비록 소수의 사람만이 그 내용을 알았다 하더라도 특허발명의 출원 전에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된 발명이라고 보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6. 25. 선고 2000후1290 판결 참조).
나. 관계인들만 접근 가능하고 외부인은 접근할 수 없는 경우 ~ O.K.
‘절연저항 감시장치’ 사례에서, 법원은 해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위 장치에 대하여 비밀로 해야 할 직무나 계약 또는 상관습상의 의무는 없으므로, 해양경찰청 함정에 설치되어 인도된 것만으로 불특정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였다고 할 것이고, 해양경찰청 함정이 외부인 누구나가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5후239 판결).
다. 해당 장치의 구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분해가 필요한 경우 ~ O.K.
‘절연저항 감시장치’ 사례에서, 법원은 통상의 기술자가 간단한 공구를 이용하여 쉽게 분해할 수 있고, 기본적 회로분석 장비와 회로도 작성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내부 부품의 결합관계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장치이므로,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인정하였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5후239 판결).
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 등을 고려하여 ‘절연저항 감시장치’는 공연실시된 발명으로 신규성이 부정되어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사례는 특허권자가 제품을 먼저 출시한 다음에 뒤늦게 특허출원한 경우이다. 과거에는 상품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물건을 제작하고 거래처에 납품하는 것에만 치중하여 특허권 취득을 뒤늦게 하여 문제된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허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출원 전 특허공개를 막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