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버는 특허 명세서
명세서를 잘 작성하는 것은 단순히 특허를 출원하여 등록받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 가능한 특허분쟁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리고 명세서 작성은 단순히 특허권을 취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권리행사’가 가능한 특허권을 취득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실제 특허등록이 되었어도 사업적 활용가치가 없어 사장되거나 소멸되는 특허가 상당히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업계의 현실은 이렇게 중요한 명세서 작성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데 인색한 것으로 보인다. 발명가나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특허를 출원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이후에 거절결정이 되거나 특허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그때에서야 대응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좋은 기술임에도 명세서가 부실하게 작성되어 추후 보정이나 정정으로도 살아남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특허권의 권리행사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특허권의 취득과 행사를 위해서는 명세서 작성의 중요성을 알고 그 작성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발명가 A는 뚜껑을 터치하여 쉽게 물걸레를 착탈시키는 물걸레 청소기를 개발하였다. 발명가 A가 명세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주의할 사항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특허출원서에는 발명의 설명·청구범위를 적은 명세서와 필요한 도면 및 요약서를 첨부하여야 한다(특허법 제42조 제2항). 그리고 명세서의 발명의 설명에는 1. 발명의 명칭, 2. 기술분야, 3. 발명의 배경이 되는 기술, 4. 발명의 내용(가. 해결하려는 과제, 나. 과제의 해결 수단, 다. 발명의 효과), 5. 도면의 간단한 설명, 6. 발명을 실시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 등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특허법 시행규칙 제21조 제3항). 이러한 명세서 작성에 있어서 핵심은 “청구범위는 명확하고 간결하게, 발명의 설명은 자세하고 풍부하게” 기재하는 것이다.
가. 발명의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1호) : 청구범위에는 보호받으려는 사항을 적은 항, 즉 청구항이 발명의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끔 청구항에 기재된 구성 중 일부가 발명의 설명에 누락된 경우(예 : 사례에서 청구항에 ‘내부물림부재’의 구성을 기재하였으나 발명의 설명에 이에 대한 설명을 누락한 경우) 기재불비로 거절이유 또는 무효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청구항의 모든 구성과 대응되는 설명이 발명의 설명에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나. 발명이 명확하고 간결하게 기재(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2호) : 발명의 보호범위를 명확히 확정하고, 특허요건의 판단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이 명확하고 간결하게 기재되어야 한다. 위 요건을 위배하여 거절이유 또는 무효사유가 되는 대표적인 예들로서는, ① 장치 발명에서 복수의 구성요소간 결합 및 작동관계의 기개가 없는 경우(예 : 사례에서 청구항에 제1, 2수평기어, 결합작동부, 스프링, 중간기어, 내외부물림부재의 구성만 나열되고 그 결합관계에 관한 기재가 없는 경우), ② 발명의 카테고리가 물건의 발명인지 방법의 발명인지 불분명한 경우(예 : 사례에서 청구항의 말미에 ‘~물걸레 청소기 및 그 제조방법’ 또는 ‘~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라고 기재하는 경우), ③ 지시대상이 불명확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재현할 수 없는 경우(예 : 사례에서 수평기어가 제1, 2 수평기어로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청구항에 ‘상기 수평기어’, ‘전기 수평기어’로 기재되어있어 어느 수평기어인지 불명확한 경우), ④ 청구항에 도면의 기재를 인용하는 경우(예 : 사례에서 핵심 구성인 내부 스프링의 구성과 관련하여 청구항에 ‘도면 1과 같은 형상의 스프링’으로 기재한 경우) 등이 있다.
다. 가장 주의할 사항은 청구범위에 지나치게 상위개념이나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출원인으로서는 청구범위를 넓게 작성하여 자신의 보호범위를 넓히고 싶을 것이나, 이 경우 선행기술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게 되어 선행기술에 의해 거절되거나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따라서 사전에 검토한 선행기술들을 고려해서 청구범위를 차별화하여 구체적으로 기재할 필요가 있다.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적혀있는 사항에 의하여 정하여진다(특허법 제97조). 아무리 발명의 설명에 해당 기술의 특징과 구성이 자세히 기재되어 있더라도 청구범위에 이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이를 자신의 권리로 주장할 수 없게 되므로, 그 작성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청구범위를 작성할 경우 해당 발명의 과제해결수단을 위한 최소한의 기술적 구성만을 갖는 최소단위부터 최종제품형태에 이르도록 구성을 추가시켜 나가는 방법으로 복수의 청구항을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소단위 ⇒ 최종제품의 필수구성 ⇒ 추가구성(다양한 실시예 반영)
이때 반드시 고려할 부분은 거래계에서의 물품의 실시형태에 부합되게 청구범위를 작성하는 것이다. 사례의 물걸레 청소기가 최종제품뿐만 아니라 그중 일부 구성이 부품으로도 거래되고 있다면 해당 부품으로 한정한 청구범위를 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이유는 특허권의 권리행사에 있어서 문언침해 내지 균등침해를 주장하는 것이 이용침해, 간접침해를 주장하는 것보다 그 증명 및 손해배상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명가 A는 경쟁업자라면 자신의 발명을 어떻게 회피하여 설계할 것인지 검토하여 그러한 회피설계를 하지 못하도록 청구범위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쟁업자는 판례가 생략침해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청구범위 중 일부 구성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제품을 제작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경쟁업자는 특허침해를 피하기 위하여 청구범위 중 일부 구성과 유사한 기능 및 작용효과를 갖는 다른 구성으로 치환하여 제품을 제작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발명가 A로서는 필수구성 또는 상위개념으로 된 청구범위를 작성함으로써 회피설계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사례에서 물걸레 청소기는 하부본체, 뚜껑 및 핸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제1, 2 수평기어, 결합작동부, 내외부물림부재, 중간기어, 스프링을 필수구성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청구항 1에 위 필수구성과 함께 핸들 고정 수단을 추가하였다면, 경쟁업자로서는 핸들 고정 수단만을 생략하고 나머지 구성을 그대로 인용하여 물걸레 청소기를 제작하여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부 구성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회피설계하지 못하도록 필수구성만 기재된 청구항을 작성하고, 추가구성은 이를 인용하는 종속항에 기재하여 보호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건발명이 방법발명보다 선호되는 이유는 첫째 방법발명에 비하여 보호범위가 넓고, 둘째 실시입증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방법발명은 특정 물건의 생산 방법만을 그 보호범위로 한정하는 반면, 물건발명은 물건이 동일하다면 이러한 물건을 특허발명과 다른 방법으로 제조하였더라도 이에 대하여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특허권자는 침해를 주장하기 위해서 상대방이 이를 실시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물건발명은 제작 및 판매되는 물건을 확보하면 그 실시 증명이 쉬우나, 방법발명은 다양한 방법으로 물건의 제작이 가능하기에 해당 물건이 특허권자의 방법대로 제조된 것인지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게 된다. 이를 위해 특허법 제129조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에 관하여 특허가 된 경우에 그 물건과 동일한 물건은 그 특허된 방법에 의하여 생산된 것으로 추정한다.’는 생산방법의 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특허권자와는 다른 생산방법으로 실시한다는 점을 증명한다면 생산방법의 추정이 번복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되도록 방법발명이 아닌 물건발명으로 청구항을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명의 구성이 작용, 기능, 성질 또는 특성에 의하여 표현된 것을 기능식 청구항이라고 하고, ‘검출수단’, ‘제어수단’, ‘착탈수단’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청구범위에 기능을 기재하는 것은 허용되고(특허법 제42조 제6항), 기능식 표현으로 다양한 수단을 포함할 수 있는 넓은 청구범위를 가질 수 있으므로 종종 사용된다. 그러나 기능식 표현을 과제해결수단에 관한 구성에 사용할 경우, 선행발명에 이에 포함되는 수단이 개시된 경우 진보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되도록 기능식 표현을 자제하고 구체적인 구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기능식 표현으로 청구범위를 작성하였다면, 발명의 설명에 이에 관한 다양하고 풍부한 수단을 실시예로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행발명에 이에 포함되는 구체적인 수단이 개시된 경우 발명의 설명 중 이와 다른 수단인 일 실시예로 청구범위를 보정 내지 정정하는 방법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이후 특허권의 권리행사에 있어서, 경쟁자의 제품에서 사용된 수단이 특허 명세서 중 발명의 설명에 기재되지 않았다면, 경쟁자는 발명가가 인식하지 못한 수단이므로 그 권리범위로 주장할 수 없다고 다툴 수 있고, 이 경우 권리행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기능식 표현에 있어 무효사유를 피하고 권리행사에 어려움이 없도록 다양하고 풍부한 수단을 실시예로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