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시간관리

by 이틀

언젠가 워킹맘의 시간관리라는 글을 쓰면 어떨까 선배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선배는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 건방지지 않니? 워킹맘의 시간관리라니. 워킹맘이 시간관리 할 게 어디 있어.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시간관리라는 말은 잔혹해.”


맞는 말이었다. 시간관리라는 말은 뭔가 시간을 낭비하거나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워킹맘들은 타임 푸어의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늘 시간이 없고, 늘 바쁘고, 늘 초 치기하듯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아침에 출근 전쟁을 치르고,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뛰어가듯이 퇴근해서는 집안일을 했다. 남편이 집안일과 육아를 등한시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바쁘고 힘들었다. 쳇바퀴 돌듯 하루를 빠듯하게 살아내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들이 매일 힘들게 할 뿐이다.

또한 워킹맘의 휴가는 쉬려고 내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 볼 일이 있어 휴가를 내는 것이므로 하루에 2~3가지 일을 처리한다. 가령 오전엔 아이들 수업참관을 했다가, 점심약속을 잡고, 오후엔 미뤄둔 검진을 하는 식이었다. 모든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회사에서 퇴근할 시간을 훌쩍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좀 쉬겠다고 연차를 내거나 막상 쉴 타이밍이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눈에 보이는 집안일 하다가 아이들 픽업시간 되어 바빠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나의 시간은 어디로 도망간 걸까?


몇 번의 고민 끝에 스스로 내린 결론은 시간관리에 앞서 무엇을 위해서 그 시간을 얻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글쓰기를 하고 싶다거나, 책을 읽고 싶다거나,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거나……. 무엇을 하고 싶어서 시간을 원하는지 알아야 해야 시간관리가 효율적이었다.


나의 경우는 글을 쓰고 싶었다. 매일 1개의 블로그 글을 쓰기로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어디서 쪼갤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러려면 현재 내가 어디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지 알아야했다. 시간이 없고 바쁘지만, 우선순위를 정해 어떤 것을 내려놓으면 분명히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때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시간 단위로 기록을 한 적이 있다. 의외로 흘려버리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를 낳고 복직을 하고 시간부족에 허덕이면서 다시 시간체크를 해 봤다. 알람을 맞추어놓고 시간 단위로 내가 무엇을 하는지 수첩에 적는 것이다. 오래 할 필요는 없고, 하루 이틀 해보면 안다. 시간이 어디서 누수 되고 있는지.


물론 혼자일 때보다는 시간이 많이 없다. 그러나 타임푸어 워킹맘에게도 새는 시간은 있었다. 관찰해보니 어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나왔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돈에만 국한 되는 말은 아니었다. 가령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이후 10분,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 새벽시간 등이 생각났다. 독서와 글쓰기를 원했던 나는 라는 목표를 정하고, 출퇴근 시간에 독서를, 새벽시간에는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


간혹 주위 워킹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면, 퇴근하고 집에 가서 매일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와 설거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척 놀랍고 진심으로 존경했다. 나는 요리하는 것 이외에 집안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빨래를 한다. 하지만, 그것도 힘들면 주말에 몰아서 하기도 하고, 최근엔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받았다. 청소는 주로 남편이 하거나, 로봇 청소기를 활용하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를 활용한다. 참고로 나는 집안이 지저분해져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천성적으로 지저분한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편이다. 청소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게으르다. 나에게 청소는 우선순위에서 제일 밀리는 항목이다.


이렇게 해서 남는 저녁시간은 아이들과 학습을 하면서 보내거나 책을 읽거나 아이들과 같이 영화를 보기도 한다. 글쓰기는 주로 새벽시간에 할애하기 때문에 저녁은 오로지 아이들과 같이 하는 활동을 주로 한다. 출퇴근 시간에 주로 독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말에는 독서량도 떨어진다. 주말에는 되도록 아이들과 행동반경을 같이 합니다. 가끔, 전업주부가 더 책을 읽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워킹맘보다 시간 변수가 더 많으니까.

나에게 중요한 글쓰기를 위해서 시간을 조금 더 끌어 모을 수는 없을까를 생각했다. 가끔 새벽기상을 못할 때도 있었으니까.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수시로 메모하기다. 수시로 메모하기의 좋은 점은 항상 글을 쓰기위한 워밍업 상태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회의 중에도, 사람들과 이야기 중에도 ‘잠시만’하고 메모를 한다.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퍼뜩 떠오른 아이디어들은 휘발되기 쉽기 때문에 바로 적어놓는다. 요즘엔 스마트폰이라는 훌륭한 도구가 있어서 수시로 메모하고 저장할 수 있다. 저장해놓은 메모는 주말 혹은 시간이 날 때 다시 활용하여 글감이 된다. 물론, 글이 되지 않고 그냥 묻히는 메모도 많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타이트한거 아니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내가 항상 시간을 알뜰하게 쓰는 건 아니다. 기계가 아닌이상 분명 흘려보내고 멍때리는 시간도 있다. 메모를 한다고 스마트폰을 켰다가 쇼핑에 시간을 뺏기기도 한다. 삶이라는 것이 여백이 필요해서 멍 때리는 시간도 분명 필요한 법이다. 이 시간들이 처음엔 무척 아까웠다.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나이가 든 만큼 쉼도 중요하고 천천히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즐겨하는 것, 목표로 하는 것 독서, 글쓰기, 언어공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이미 누리고 있으니까. 나머지는 좀 여유롭게 흘려보내도 좋지 않을까.


시간 관리는 딱 3가지 원칙을 생각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을 하루 중 가장 먼저 하는 것, 즐겨하는 것을 자투리 시간에 해내는 것, 나머지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쉬는 것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각자의 몫이고 다른 사람의 활용사례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다. 워킹맘들은 조직문화에 길들여온 사람들이 많다보니 성과나 비교에 능숙하다. 시간을 찾는 것, 시간 부자가 되는 것, 모두 나만의 방법과 기준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오늘부터 관찰해보자. 분명 어딘가 나의 시간이 활용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꿈으로 활용되던, 멍 때리는 시간으로 활용되던 모두 의미를 가지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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