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16
너와 나는 한 몸에서 태어났는데,
네가 이곳의 주민이 다 된 것을 보니 우리가 정말 떨어져서 살고 있었구나 싶다.
네가 평일 동안 언니에게 가 있으면 방을 나 혼자 쓴다고 좋아했었다. 평생을 한 방을 쓰다가 일주일에 5일은 나도 혼자만의 방이 생긴 것 같아 뭔가 뿌듯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5일을 떨어져 지내는 것이었어서 허전했어야 됐다.
우리가 함께 먹은 야식을 치우는 게 당연히 너의 일이라고 말하며, 내가 치우는 모습에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너를 보니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던 지난날들이 스쳐서 죄책감이 밀려왔다.
스물 끝자락을 달리는 우리가 이렇게 우리 셋이서 스노우보드를 타고 한 집에서 야식을 먹고 드라이브를 갈 수 있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이 슬프다.
나는 아직도 우리가 철없는 고등학생 같은데 세월은 이런 마음을 모르는지 너무나도 빠르게 달려가고 있어 애속하다. 서울 속 매일같이 바쁜 시간 속에 지내면서 이런 것들은 까맣게 잊은 채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물 후반이 되어버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곤을 느끼고, 더러워진 집안을 보면 누구나 청소와 설거지를 한다. 그래서 내가 피곤해하는 모습에 미안해하지도 말고, 집안일이 온전히 너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패드를 사고 싶어 돈을 조금씩 모으고 있다. 사고 나면 그림을 실컷 그릴 예정이다. 그렇지만 너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들고 다녀주면 내가 더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이곳에 오면 꼭 새벽에 감수성이 터져서 언니와 너에게 미안했던 일들만 떠올라 내일은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늘 고맙고 미안하다. 그러니깐 내일은 좋은 곳에 놀러 가서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재밌게 놀다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