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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린 Sep 02. 2017

대화 그리고 머문 자리. 영화 '더테이블'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 주연, 김종관 감독의 '더테이블'

ㅁ스포일러가 일부 있습니다. 


영화 '더테이블'은 잔잔한 영화다. 일단 주인공들 모두 앉아있으며 영화 속 등장인물의 적극적인 몸짓이라곤 화나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게 전부다. 관객들도 앉아있고, 영화 속 배우들도 앉아 있으니 모두가 앉아서 편안하게 쉬듯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할까. 


일단 영화를 보는 내내 김종관 감독이 드디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는 장편보다 단편 영화에 최적화된 감독이다. 러닝타임이 길어질수록 늘어진다는 평을 인식한 걸까. 그런 면에서 4개의 이야기를 묶어 표현한 점은 긍정적이다. 꽃이 담긴 물 잔의 물이 점점 줄어든다는 설정과, 같은 자리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콘셉트도 작위적이지 않았다. 잔잔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평온한 공기, 항상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외딴섬처럼 동떨어져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영화가 배우들이 평소 보여주던 매력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는지 말이다. 영화 '더테이블'에서 여자 주인공들을 그리는 형식은 그의 전작인 단편영화'폴라로이드 작동법'에 가깝다. 배우 정유미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폴라로이드 작동법'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고 실루엣으로만 표현되고, 여자 주인공인 정유미만 화면에 등장한다. 여자 주인공은 남자가 알려주는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수줍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관객은 보이지 않는 남자 주인공 입장에서 여자 주인공을 바라보고 그녀의 매력을 느낀다.


영화 초반 2개의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전 남자 친구에게 바보처럼 보이는 정유미나 철벽 치는 정은채 이야기에서는 남자 주인공들이 상황을 이끌고, 여자 주인공들은 그들의 행동을 받아들인다. 에피소드의 신선함이나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하나 여자 배우들의 매력이 영화에 충분히 묻어 나왔는지는 의문이다. 그 부분이 아쉽다.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 그렇지 않은 배우가 이끄는 영화 캐스팅도 적합한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후반부 에피소드를 이끄는 한예리와 임수정 에피소드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어서 좋았다. 특히 한예리 배우의 대사 전달이 명확해서 집중이 잘 됐다. 배우 한예리는 흥분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진짜 사랑이 찾아왔음을 알릴 때도 마치 그 일이 당연한 것처럼 차분히 감정을 표현한다. 수줍어하는 표정이나 과한 몸짓도 없이 남의 소식을 전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더 인상 깊었다.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더테이블'은 절반 조금 넘는 성공을 거둔 영화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고, 개저비엘(혹은 알탕) 영화에서 여자 배우들이 영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지만 아쉬운 면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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