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에서 촬영까지
창작일 경우는 대본만 나와있는 경우가 있다.
대본을 읽는다. 미팅을 하고 회의를 한다. 컨셉을 정한다. 촬영을 한다.
대본은 캐릭터의 내면묘사가 주를 이룬다.
이미지로 만들어 갈 때 가장 어려운 경우다. 내면묘사를 시각화시키기에는 시각정보가 부족하다.
굵직한 단어들을 덜어내 본다.
프로이트의 억압이론.
이드(ID), 에고(EGO), 슈퍼에고(SUPER EGO)
두 개의 달, 그 속의 나.
맨홀 사이의 새벽 여명.
도시의 그림자.
늑대의 하울링.
습기 찬 도시의 지하.
엉켜 붙은 피.
촬영을 하기 전 미팅 때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가를 만나게 된다. 모르는 게 많아서 물어보고 찾아본다. 많이 알아가야 하고 많이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이번에는 프로이트다...
(대학 때 동양철학이든 서양철학이든 좀 더 열심히 공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종종한다. 그리고 책장의 책은 조금씩 쌓여간다.)
대본을 본 뒤 미팅 전까지 잠시 묵혀둔다.
머릿속에 맴돌다 보면 이미지가 하나씩 떠오를 거라는 기대를 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도 생각나고 트와일라잇도 생각나고 복잡하다...
그러다가 1999년 파이트클럽 영화에 맞춰 W 잡지에서 브래드 피트를 찍었던 스티븐 클라인의 사진이 떠올랐다.
곰과 브래드 피트의 모습. 그리고 그린과 레드와 블루로 가득 찬 이미지.
톤 앤 매너를 라이팅에 컬러를 입혀 어두운 톤으로 입힐 생각을 하고 좀 더 깔끔하게 보일 수 시안들을 서칭 했다.
깔끔하게 보일 수 있는 정리를 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하루에 촬영해야 할 배우가 10명이 넘고 이미지 컷뿐만 아니라 다른 사진들도 10명을 찍어야 한다.
그래서 자유분방한 라이팅으로 촬영을 하려면 시간이 매우 많이 소요된다.
그리고 좀 더 대중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해서 너무 실험적이어서도 안된다. 중간점을 찾는 것은 역시 또 어려운 일이다.
미팅 때 설명했던 것은 트와일라잇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스타일링과 헤어 메이크업을 잡을 것을 생각하면 그 이야기가 서로 이해하기에 수월하다.
이전에도 몇 번 호흡을 맞췄던 임강성 배우
하루라는 캐릭터는 나약하기도 하지만(이건 또다시 위의 언급된 억압이론이 첨부되어야겠지만) 극 후반부에는 큰 변화를 이룬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양면성을 가진 모습으로 이미지를 만들어가게 되었다.
또 다른 하루 캐릭터의 김영철 배우.
다양한 감정선을 하나씩 요구했는데 하나씩 하나씩 적극적으로 찾아가 준다.
블루톤을 베이스로 해서 딥옐로우와 그린이 들어갔다.
늑대 역의 고훈정 배우
처음 작업인데 많은 시도와 준비를 해 준다. 이미지에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늑대 역의 김찬호 배우
큼직한 이목구비로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명의 캐릭터 샷.
촬영이 끝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 촬영을 위해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고는 당연히 빠질 수 없다. 그들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사진 작업을 게을리해서도 안된다.
뮤지컬 배우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스튜디오 안이 감당할 수 없을 에너지가 흘러넘쳐 그들이 가고 난 뒤에도 스튜디오에 에너지가 남아있다.
이 배우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무대에 담겨 있기에 이들을 사랑하는 팬들이 공연을 보고 이들을 응원하는 게 아닐까??
장황하게 쓰려했지만 싱겁게 마무리되어버렸다.
사진가가 글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