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와 10년을 살았는데 700만 원이라뇨

위자료라는 이름

by 그래힘


혹시 나르와 살아보셨을까요?

묻고 싶다 판사들한테.


이혼소송이 시작되고 상대는 할 말도, 변명도 할 게 없어 가만히 헛소리만 지껄이는 동안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그 개소리 증명한답시고 온갖 증거를 다 갖다 바치며 용을 쓰는데 2년이 걸렸다.


나르와 산 세월을 보상받기에 위자료라는 이름의 700만 원은... 뭐랄까,

위자료라는 말만 안 붙였어도 이 정도 분하진 않았을 것.

제발 그딴 식으로 줄 거면 이름이라도 바꿔주세요

차라리 위로금이라고 해줄래요...?

위로가 조금도 되지 않지만.


오늘은 욕 좀 실컷 해도 될 것 같은데 아직 끝이 아니다. 이성의 끝을 놓기엔 아직 항소가 남았다.

판결이 난 오늘 이후로 2주 동안 항소할 수 있는 기간이 있는데,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그가 항소를 할까 봐 걱정이었다가

오늘 판결문을 받아보고 이건 내가 항소를 해야 할 판이다.


변호사도 꽤나 당황한 거 같았다. 그동안 소통을 하면서 늘 일관되게 침착하고 차분해 보이던 변호사가 본인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를 보고 판결문도 다 읽지 못한 채 전화부터 걸었다고 한다. 내가 따질까 봐 선수를 친 건가.

변호사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마나 당했는지 보고 듣고 했으니 진심으로 내편인 듯 나보다 더 억울해줘서 고마웠다. 물론 본인들의 성공보수와도 직결이 된 거라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난 더욱 아무 말도 할 수없었다. 나오는 건 한숨뿐.


근무 중에 잠시 화장실에 들어갔던 참에 걸려온 전화를 0.1초 만에 받고는 숨을 골랐다.

변호사가 평소와 달리 살짝 흥분된 말투로 말을 시작하길래 난 은근 기대를 했다.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와서 신난 건가 싶었다.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하는 순간 맥이 쫘-악 빠지는데,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써 담담하게 통화를 했다.

누군가는 변호사가 능력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난 변호사 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판사 탓은 했다. 판결문에 기가 막힌 '가혹하다'라는 단어를 나 아닌 상대에게 썼다.

돈 한 푼 없이 아이 둘을 데리고 나와 친정도움받아 월세집에서 살고 있는 엄마는 눈에 안 보이고

돈을 이고 지고 살면서 아이들에게 돈 한 푼 안 주려고 발악을 하는 그 인간에게 '가혹'이란 단어를 붙여준 게 분했다.


임시 양육비에서 인당 20만 원씩 올랐다.

우리 쪽은 지난 2년간 받은 양육비 차액을 소급해서 달라고 청구했지만 '그걸 몰아서 달라는 건 피고에게 가혹한 일 같다'라는 것이다.


가혹이란 뜻은 알고 있는지, 내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잘 쳐다본 건지 도무지 용납이 안된다.


'가혹? 내가 알고 있는 그 가혹? 이거 맞아?'

근무 중에 판결문을 읽었고 눈물이 막 쏟아지려는 걸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쉼 없이 주문을 외웠다.

그래도 눈물은 막 밀려 나왔다.


욕이 바가지로 나오는데 이걸 누구한테 퍼부어야 하나 싶었다. 혼자 하는 욕 말고, 면전에 대놓고 내가 받은 만큼, 아니 그보다 더 퍼붓고 싶었다. 혹시나 일을 그르칠까 봐 여태 욕 한마디 안 하고 참았다. 그동안 참아온 욕들이 내 몸에 들어차서 피부를 뚫고 나올 것만 같다.

이제 더 이상 안 참아도 되는 때가 딱 2주 남았다.


복수만이 답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가슴이 알고 싶지 않단다.

말귀를 알아듣는 인간 같으면 내가 제출한 소장을 보고, 그 많은 증거들을 보고도 반성까진 아니더라도 느낀 거라도 있어야 했지. 뭐 하나 읽기나 한 건지 아직까지도 자기가 왜 이혼을 당하는지도 모르는 인간한테 욕도 아까운 건 사실이다. 해봐야 내 입만 아프니. 며칠 밤을 새더라도 귀에 못 박아서 '너 그랬구나 많이 아팠구나' 조금이라도 알겠다면 해보겠다.

해봤자 너 가슴은커녕 내 가슴만 고구마로 채워질 거 알아서 그 정도 정성은 안 쏟고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법이 개법이라는 당해본 사람은 다 안다. 피해자 편이 못돼 주는 나라, 우리나라, 주옥같은 나라.


대통령이 인별그램을 활발하게 하시던데 디엠을 보내야 하나,

정말 이건 어디서부터 잘못된 개법인지 분통만 터졌다.


우리나라 위자료가 짜다는 건 유명하다.

대기업 재벌들도 최대가 5천이라나, 20년 맞고 살다 쫓겨나도 3천이라나.

그래서 그거까진 안 바랬지만 변호사가 3천을 청구해주긴 했다. 그래도 천만 원은 주겠지 했는데 700만 원을 보는 순간, 내가 저 돈 받자고 그 꼴은 다 보고 살았나 싶었다. 차라리 그 돈 안 받고 당한 거 돌려주고 싶었다. 깽값 700만 원을 내가 물어주더라도 죽도록 패고 싶었다.

이 나라는 위자료가 조금의 위로도 돼주지 못하고 되려 더 좋은 끝을 낼 수 없도록 하는 나라다.


재산분할도 모두가 예상했던 금액의 반정도가 나왔다. 그런데 위자료만큼 분하지는 않다.

그건 애초에 내 돈이 아니었다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래 네가 번 돈이니까, 넌 떼돈을 벌동안 난 집에 쳐 박혀 애들 키우는데 내 청춘 다 바쳤지만 내가 애들 없었음 어디 가서 무얼 해도 이만큼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리 억울하지도 않다. 넌 돈이 남았고, 난 애들이 남았다. 근데 내가 너한테 당한 값은 보상받고 싶어서 이 위자료는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재산도, 위자료도, 양육비도 어느 것 하나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변호사는 항소를 생각해 보자고 했다.

아무래도 2심은, 너에게는 밑져야 본전일 거 같고, 나에게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은 느낌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돈 없는 자만 애타는 소송, 이제 그냥 끝내는 게 현명하다 싶은데 분하다. 차라리 네가 먼저 걸어주면 이런 분한 마음으론 다시 한번 해볼 만은 하겠다. 위자료 이자나 받고 또 버텨보지 뭐. 개 코딱지만 한 원금에 이자가 5프로 해봤자 누구 코에 붙이나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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