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해제가 뭐 자랑이라고

이 글을 마치면서

by 이보소

자가 격리 해제. 드디어 집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랑하는 아기와 와이프가 있는 곳으로. 이 얼마나 가고 싶었던 곳인가. 오랜 기간 살았던 본가보다 일 년이 갓 넘은 신혼집이 더 편한 건 왜 때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기와 와이프의 존재는 확실한 매력 포인트이다. 자가 격리 해제가 뭐 자랑이라고 글까지 남겼냐마는 끄적거리고 보니 기억의 망각 방지 차원에서 아주 훌륭한 업적을 남긴 것 같다.


대통령 선거 기간이라는 요란한 틈 사이 코로나 확진이 되고 격리 해제까지. PCR 검사를 두 번이나 한 날까지 포함하면 총 10일이라는 시간 소요됐다. 체감적으로도 실제로도 꽤나 길었던 하루하루.


240라는 숫자는 많은 것들이 가능한 시간이었다. 쥐꼬리만 한 주식을 매도했고 육아로 부족했던 잠을 잤고 재테크 도서 두 권을 읽었고 격리 해제 날에는 회사에서 인센티브를 주었다. 덧붙여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날 선 대선 토론이 진행됐고 기름값은 이천 원을 돌파했고 격리 해제 날는 야당 후보들의 단일화가 진행됐다.


살면서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는가.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아 하는 건방진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면 그러하다. 아직은 코로나 찌꺼기가 있을지 몰라 당분간은 내내 마스크를 쓸 예정이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건 참 사한 일이다.


밤 9시 30분. 와이프는 모유를 준 후 곯아떨어졌고 아기는 목욕을 뒤 품에서 자고 있다. 반나절도 안 되어 자유로웠던 몸이 금세 얽매이는 몸으로 변했지만 참 행복하다. 건강하게 내 가족을 만날 수 있음에 아기의 부드러운 살갗이 나와 닿을 수 있음에. 가족의 소중함을 십분 느꼈음에 갓 1개월 된 아기에게 애착이 더 생겼음에도 감사함을 느낀다. 사랑을 아끼지 말자. 없으면 주고 싶어도 못 주니깐.


숙면 모드에 들어간 아기를 품에 안고 잠시 귀에 무선 이어폰을 꼽는다. 이내 노래 한 곡을 고른다. "캔유퓔미~에블바뤼코몬~" 이어폰에는 2000년대를 강타했던 GOD의 '니가 있어야 할 곳' 이 흐르고 있다. 아기는 간간이 미소를 띤 채 새근새근 잘도 잔다.


격리 통지서. 자가 격리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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