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들어가면 세정제 샤워를 해야겠다
코로나 확진 판정. D+6
자가격리 마지막 날. 여전히 격리와 함께 회사 업무를 병행했다. 심지어 화상 미팅도 있었고. 따로 발표 없이 참여만 하면 되는 미팅이긴 했지만 카메라에 얼굴을 드러내야 하므로 나름 청결한 모습으로 화상 미팅에 임할 필요가 있었다. 그간 최대한 방에서 생활을 하느라 잠깐의 세수 정도만 하고 지냈는데, 몸도 거의 회복되고 화상 미팅도 잡혀 있어 겸사겸사 오랜만에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마스크를 벗으니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자라난 수염의 길이가 길었던 격리일을 가늠하게 했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스킨로션을 바르고. 오랜만의 개운함이었다.
마지막 자가 격리라 하니 괜히 아쉬운. 뭔가 정리를 하고 싶어졌다. 어떤 느낌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시원 섭섭. 시원함은 이제 드디어 보고 싶은 아기와 와이프를 볼 수 있어서였고 섭섭함은 다시 육아의 세계로 재입성하게 되어서였다. 딱 그랬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섭섭함보다는 시원함에서 오는 설렘이 더 크다는 건 이번 경험에서 얻은 수확일 지도.
집에는 장모님이 오셔서 아기를 봐주고 계신다. 새벽에 계속 잠도 못 자고 혼자 고군분투하는 딸이 안쓰러우셨나 보다. 젊은 우리도 힘이 부치는데 갓난아기 돌본 지가 한참이나 지난 장모님은 오죽하시겠는가. 말씀이야 손주를 오래 봐서 좋다 하시지만 연세도 있으신데 괜히 고생만 시키는 것 같은. 생각 외로 많은 것들이 불편하고 미안한 자가격리다.
조심한다고 해서 안 걸리는 것도 아닌, 말도 안 되는 코로나가 미워졌다. 덕분이란 표현이 적합하진 않지만 어쨌거나 앞으로 방역에 대해서는 더욱 예민해지게 될 것만 같다. 화상 미팅이 끝나니 업무 종료 시간까지 30분이 남았다. 더 이상의 추가 업무가 없는 상황. 검색창에 손세정제를 입력했다. 곧 효과가 좋아 보이면서 배송이 빠른 쇼핑몰로 들어가 결제까지 완료. 자가격리가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면 세정제 샤워를 해야겠다. 그리고 아기와 와이프에 인사를 해야지. 왜냐하면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아프면 안 되니깐.
손세정제. 앞으로의 필수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