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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Mar 13. 2017

나홀로 도쿄여행 - Day 4 (마지막)

다시 도쿄

어제 생각보다 과음을 안해서인지 몸 상태가 괜찮다. 일어나니 8시다. 아침을 먹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고 씻고 출발할 준비를 해야겠다. 도쿄로 복귀할때는 신칸센이 아닌 일반 JR선을 타볼까 한다. 가격 차이가 거의 3배 나는데 사실 시간은 40분 정도 차이라 굳이 비싸게 갈 필요가 안느껴진다. 어제 술마시면서 못 쓴 글도 쓰면서 가면 시간도 딱이지 싶다. 여기서 JR선으로 우에노까지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11시까지 가려면 9시에는 길을 나서야 한다.


씻고 나와서 거실에 앉아있는데 조와 메튜가 안보인다. 이 친구들 어디간겨. 인사하고 떠나야 하니 좀 기다려본다. 그래도 다행히 금방 돌아온다. 아마 담배를 피고 온듯 싶다.


각각 포옹 한번씩 하고 나 답지 않게 기념사진도 한방 찍고 인사를 나눈다. 이 여행이 끝나면 조는 시드니의 일터로 복귀하고, 메튜는 독일로 가서 의사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이번 여름에는 한 10일 정도 시간을 잡고 좀 먼곳으로 갈까 싶어서 호주나 독일도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거꾸로 서울로 한번 오면 내가 우리나라의 술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겠다고 호언장담한다.

4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또 하나 인연을 쌓았다. 여행 다니다 만나는 이런 친구들이 가끔 한국에 오기도 하고, 오지 않아도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들으면서 생각보다 인연이 꽤나 이어진다. 그리고 정말 인연이면 또 언젠가는 보게 될거다.

하루 있었다고 지도도 없이 기차역을 쉽게 잘 찾아온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하루만에 이렇게 익숙해지는 것은 늘 신기하다. 기차역 근처를 가니 어제 새벽에 헤매던 곳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도시 하나를 또 마음에 담아간다.

기차 시스템도 어느 순간 신기하게 익숙해졌다. 딱히 뭘 공부하거나 그런건 아닌데 이제 눈에 쉽게 들어온다. 물론 한자는 여전히 어렵지만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950엔에 우에노까지 가는 표를 사고 9시반 기차에 올라탄다.

사람이 꽤 많다. 그래도 자리를 잡고 키보드를 펴고 어제 못 쓴 글을 마저 쓴다. 글을 쓰다보니 한시간이 훌쩍 지난다. 글을 쓸때면 어제의 일이 다시 떠올라서 그 인생을 한번 더 사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 때문에 늘 여행 다닐때 글을 쓰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자, 이제 오늘 사야 할 것들을 한번 정리해볼까? 일단 부사장님이 딸이 원한다며 어떤 젤리 같은 것을 요청했고, 경영지원팀의 김대리 무슨 주걱처럼 생긴걸 사달라고 했고, 어제 우리집에 와서 애들 뒷바라지를 했던 사촌동생은 무슨 연고와 파스의 배송대행을 시켰고, 우리 팀의 김과장이 산토리 양주인가 뭔가를 부탁했고, 팀에서는 도쿄 바나나 한 박스만 사달라고 했지 아마. 생각보다 어렵지 않겠다. 사실 내 가장 큰 야망은 아키하바라로 가서 닌텐도 스위치를 사는 것이다. 가능할까?

우에노역은 처음 오는데 생각보다 그 거대함에 잠깐 놀랜다. 대부분의 지하철이 이 역을 통과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종로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을까? 동생은 중앙개찰구에서 만나기로 해서 그쪽으로 향한다. 처음 오는 곳인데도 신기하게 위화감이 안든다.


내가 먼저 도착해서 동생을 기다린다. 조금 있으니 동생이랑 여친이 오더니 두리번 거리며 나를 찾는다. 날 발견 못한 것 같으니 장난이나 함 쳐볼까. 살짝 뒤로 가서 안보는 사이 뒷모습을 한장 찍고 확 놀래킨다. 아, 내가 했지만 정말 유치하다. 그래도 놀라는 동생을 보며 유치함에 오그라든 내 자신을 다시 불러일으켜 세워본다.

동생의 여자친구인 치에미상은 거진 일년만에 본다. 그때는 서울에서 우리집 마당에서 내가 고기를 구워줬었다. 그때보다 얼굴색도 좋고, 아무래도 여행 중이 아니라 그런지 더 이뻐진 것 같다. 이놈 그래도 여친 잘 만났네. 이놈도 있고 저놈도 있는 여친이 왜 나만 없을까…


저번에 만났을때 내가 한끼 거하게 살테니 비싼거 아무거나 먹으라고 했었다. 얘네 커플도 나름 각오하고 나온 것 같긴 한데, 식당에 들어가보니 간이 작아서인지 1인분에 1.5만원 정도 하는 곳이다. 누가 나한테 그런 얘기를 했으면 삶아도 사골 국물이 안나올 정도로 바싹 우려먹었을텐데. 착한 것들 같으니라고.

이 커플이 선택한 얻어먹는 식사는 '우설구이 덮밥'이다. 장인의 나라 일본답게 우설도 소의 혀의 부위에 따라 맛과 가격을 달리하여 안내를 하고 있다. 1명당 쟁반 하나에 정갈하게 나오는 것이 딱 일본스럽다. 찐득찐득한 마를 같이 주는데 어쩌라는건가 싶어 동생을 보니 밥에 올려서 비벼 먹으라고 한다. 이건 좀 신기한데? 마를 비벼서 밥과 함께 우설구이와 같이 제공된 무우국이랑 함께 먹다보니 금방이다. 일본은 사람들이 소식을 해서 그런지 배부르게 먹기가 어렵다. 어찌 보면 딱 적당한 양인데 배부르게 먹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부족한 느낌을 항상 받는다.

일본에서 밥 먹을때 또 익숙하지 않은 것이 밥그릇을 들고 먹는 식문화다. 동생에게 들어보니 사람들에게 먹는 입을 보이지 않게 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한다. 역시 일본스러운 문화다. 그나저나  너는 그런 문화가 있는 나라에서 뭘 그리 쩝쩝 거리며 먹니. 우리나라의 망신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동생에게 입 좀 다물고 먹으라고 하니 치아키상도 맨날 그걸 지적한다며 웃는다. 맨날 지적하면 고쳐라 요놈아.


후배 커플이 나의 쇼핑 아닌 쇼핑을 도와준다고 한다. 내꺼는 단 하나도 없으면 이것은 쇼핑인가 아닌 것인가. 여하튼 도와준다니 생각보다 이것저것 쉽게 살 수 있겠다. 일단 공항으로 가는 스카이라인 표를 먼저 사고 이동하는게 좋지 싶다. 그럼 내가 7시 비행기니 5시까지 도착해야 하고, 4시쯤 여기서 출발하면 되는건가?


혹시나 싶어서 표를 한번 확인해보는데… 어라? 왜 표가 저녁 5시지? 7시 아니었나? 17시를 7시로 착각할 정도로 내가 멍청했었나? 이런. 뭐 늦게라도 발견해서 다행이긴 한데 이러면 계획이 틀어진다. 5시 비행기니 3시까지는 가야 하고 그러면 2시에 출발해야 한다. 벌써 12시반이다. 서두르면 아키하바라까지 갈 수는 있겠찌만 여행 다닐때 서두르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여유를 느끼려고 온 여행에서 급한 마음이 든다는 것은 내 자신에게 죄스럽기까지 하다.


닌텐도 스위치는 어차피 못 살거 같았고, 덕후들의 성지인 그곳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안타깝다. 꼭 일본 AV가 진열되어 있는 곳을 보고 싶다거나, 우리팀 막내인 조대리가 사고 싶다고 해서 사러 가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진짜 그냥 덕후의 분위기를 내가 몸서 느끼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원래 하나 정도는 남기고 가야지 다음에 돌아올 이유가 생긴다. 그러고 보니 인도 여행 다닐때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을 그렇게 남겨놓고 오고 아직까지 못 갔구나. 올해 확 가버릴까.


일단 짐을 가지고 나온다. 치에미상이 도쿄 바나나 작은거와 다른 기념품 하나를 선물로 줘서 짐이 그새 늘었다. 일본사람들은 이런 배려가 몸에 베어있다. 각출 문화가 많은만큼 그냥 얻어먹는게 부담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문화의 차이가 느껴진다. 이 동생이 절대 이런걸 준비했을리는 없다. 걔 그런 애 아니다. 장담한다.


내가 오늘의 미션을 보여주니 다 우에노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산토리 양주와 도쿄 바나나는 어차피 면세점에서 사는게 좋고, 토끼 주걱에서만 살짝 갸우뚱하며 이곳에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검색해보더니 찾을 수 있을 것 같단다. 오키, 그럼 출발!

쇼핑 아닌 쇼핑을 위하여 우에노 뒷 골목의 시장을 처음 경험해본다. 시끌벅적하며 저렴한 음식이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파는 분위기가 딱 내 스타일이다. 시간만 있었다면 여기서 좀 더 머물고 먹고 마시고 싶지만 아쉽다. 일본도 확실히 매력이 있다.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일단 약국을 간다. 동생 말을 들어보니 일본은 같은 약도 약국마다 가격이 다르다고 한다. 정찰체가 없어서인가? 그건 그렇다치고 왜 이렇게 약국이 많은걸까. 사람들이 그리 아픈 것은 아닐거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몇배는 많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장수의 비결도 그런 베이스에서 나오는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어찌 며칠만에 한 나라를 알 수 있다고 자부하겠나.

사촌동생을 위하여 연고와 파스부터 산다. 근데 이거 효능이 정말 좋은걸까. 뭔 파스가 이리 비싸. 한통에 약 6천원이 넘는다. 총 5개를 사고, 연고는 치에키상이 점원에게 물어서 구해다준다. 그 다음은 부사장님이 부탁한 젤리다. 이건 좀 저렴하다. 부사장님 드리고 나도 좀 먹고 우리 팀사람들도 주게 몇개 산다. 생색이란 자고로 이런 싼걸로 팍팍 내야 하는 법이지. 훗.

자 마지막은 경영지원팀 김모대리가 부탁한 토끼 주걱이다. 치에키상이 어디로 우리를 데려가는데 들어가보니 백화점이다. 아니 무슨 주걱을 사러 백화점을 온다냐. 따라가 보니 진짜 백화점 안에 코너가 있고 주걱을 팔고 있다. 주걱이 만원 수준이다. 김모대리, 이거 진짜 필요한거 맞지? 얘기를 들어보니 토끼가 중요한게 아니라 세울 수 있게 했다는데… 그래도 주걱이 만원이라니. 뭐 사달라고 했으니 사줘야지. 나름 포장까지 이쁘게 해준다. 포장이 공짜라니 역시 생색내기 좋다. 생색, 이거 매우 중요한거다.

다 사니 1시가 넘었다. 2시 기차를 타야 하니 시간이 얼마 없다. 그래도 그냥 보내기는 미안해서 백화점 안에 있는 일본식 크레페를 하나씩 주문해서 가지고 앉는다. 크레페 맛있다고 생각한적 별로 없는데, 역시 일본이라 그런지 꽤나 맛있다. 편의점도 맛있는 일본이니 뭔들 맛이 없겠나.

크레페도 카드 금지, 현금 온리라고 쓰여 있다. 일본 같이 발달한 나라가 신용카드 시스템을 안쓰는 것이 참 이해가 안된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문과 관련된 보안회사이고 나는 현재 국내 도어록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일본을 조사해보면 도어록도 거의 안쓰고 있다. 편리한 것을 싫어하는걸까? 아님 뭔가 다른 내면의 이유가 있을까.

동생이랑 얘기하다 내린 결론은 남을 믿지 못하는 문화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개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나라에서 계산하는데 어디선가 신용으로 대신 돈이 지불된다는 개념 자체가 불편한것 아닐까? 도어록도 비밀번호를 누군가 훔쳐보거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사실 요즘 도어록은 지문인식 등 다양한 기능으로 훔쳐보는 것 쯤은 다 방어되지만, 이 얘기를 더 하면 브랜드 홍보가 될 것 같으니 여기까지. 어쨌든 그런 내면의 마음이 아직도 현금을 들고 다니고 동전을 수도 없이 세게 만드는 이 상황을 만든것 아닐까 싶다. 아 진짜 일본 다니려면 동전지갑은 필수다. 그렇게 생각하면 거꾸로 일본은 생각보다 비즈니스의 기회가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절대가치가 있음에도 문화 때문에 수용을 못하는 것이면 그 문화가 수용 가능하게 그 절대 가치를 수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의외로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

크레페까지 맥이고 동생 커플은 보낸다. 지난 번에 본 것이 1년 전이니, 다음에 만나는 것은 1년 후일려나. 그래도 인연이 이렇게 끊이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사춘기를 안 거친듯한 순수함이 현실이라는 위기를 맞으면서 꽤나 고생을 했던 친구인데 지금은 그래도 누군가 옆에서 지켜봐주고 있고 이렇게 자기만의 생활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다소 놓인다. 그래, 모두 이렇게 자기 자신을 찾고 자기 자리를 찾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오히려 정착하지 못하고 헤매고 방황하는 것은 내가 아닐까.

시간이 좀 남아서 아키하바라에 못 간 아쉬움을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풀어본다. 보고 싶었던 스위치가 안보이니 막상 그닥 재미가 없다. 전자제품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덕후들의 문화를 보고 싶었던 것이니 당연하다. 기대하던 다른(?) 것도 못 보고 말이다.


좀 여유 있게 보고 싶었지만 아침부터 해결못한 생리증상이 여유를 갖지 말라고 몸에 압박을 준다. 여행은 자고로 잘자고, 잘먹고, 잘싸면 행복해지는 법. 3위 요소 중 마지막을 해결하러 발을 서둘러 스카이웨이 기차역으로 길을 제촉한다.

도쿄에 마지막 나의 분신도 남기고 이제 공항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탄다. 이 기차를 4일 전에 탔었는데 마치 일주일 이상은 된 기분이다. 그때는 돼지코가 없어서 충전 단자가 있어도 못했는데 이제는 나도 있다. 충전을 하며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해본다.

기차는 40분만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다. 그때는 닫혀 있던 각종 심카드 판매자들이 지금은 다 열려 있다. 철사가 없어서 고생하고 심카드 크기를 잘못 사서 고생했던 첫날이 생각난다. 일단 체크인을 후딱 끝내고 남은 기념품을 사러 가보자.

가방은 내가 맡길리가 없으니 체크인은 순식간에 끝낸다. 돌아보니 이번 여행에서는 올때보다 갈때 짐이 늘었다. 이동의 자유로움을 믿기에 가방을 최대한 가볍게 하려 하는데 결국 오늘 쇼핑 때문에 양손에 짐을 들게 되었다. 그 짐에 도쿄 바나나를 추가하지만 선토리 양주는 아무리 찾아도 면세점에는 안보인다. 아무래도 오기 전에 사왔어야 했나보다. 모든 퀘스트를 완수하려 했는데 아쉽다. 미안해요, 김과장님.

면세점에서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 있으면서 나도 일본 문화에 그새 물들었음을 깨닫는다. 인도 여성분이 줄을 무시하고 앞으로 가서 서 있는데 나도 모르게 당황스러운 마음이 든다. 문화가 이래서 무섭다. 한국 가면 이런 줄 따위는 순식간에 사라질텐데. 뭐 어차피 내가 나흘간 적응한 것도 순식간에 사라질거니 무의미하다.


16번 게이트에 앉아서 어제의 글을 올려본다. 시간도 1시간 반정도 남아서 여유롭다. 남은 심카드의 4G로 올려보려 하지만 접속이 불안정한지 안올라간다. 무료 와이파이로 연결해도 사진이 올라가다 끊긴다. 이전 여행 다닐때 티스토리도 그러더니, 브런치도 같은 다음 계열이라 그런지 별 다르지 않구나. 어제 여행기 정도는 여기서 올리고 싶었는데 아쉽다. 서울에서 올리게 되지 싶다.

이번 여행은 어떤 큰 의미를 담고 온 여행은 아니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나 자신을 마주하고 싶어서 갑작스레 출발한 여정이다. 그리고 그에 맞게 나흘을 나름의 방법으로 알차게 지낸 것 같다. 짧음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어느 나라를 가든 한 도시에서는 길어야 일주일 있는 것을 감안하면 또 그리 짧은 일정은 아니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허서, 일본인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일본은 참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자기들만의 문화가 있고, 자기들의 종교로 인해 생기는 독특한 분위기와 이를 활용한 만화와 애니가 큰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온천과 바다, 산이라는 자연의 경광을 잘 활용하였고, 음식은 어느 나라 보다도 특색있고 깊이가 있다. 객관적으로 관광으로서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더 경쟁력 있지 않나 싶다. 특히 서양인들에게는 더 그럴 것이다.


뭐 당연하지만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이곳에 온 이상 일부러 외면하긴 했지만 방사능 수치도 무시 못할 수준이고 그 방사능을 비롯하여 자기들에게 불리한 부분은 능글맞게 숨기는 일본 정부는 심각한 정도이다. 사람들의 웃는 낯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깊이 있는 정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욕하는 사람은 없지만 사랑도 부족하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전체를 놓고 얘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나, 이경훈이라는 사람을 규정하지 못하듯이 개개인은 그 큰 문화를 벗어나서 직접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자기만의 문화가 존재한다. 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큰 그림에서의 이해보다는 개개인을 이해하며 그들에게서 그 나라를 보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어쨌든 일본은 매력적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기 때문에 몇번은 더 올 생각이다. 교토, 오사카 라인을 비롯하여 홋카이도 지방, 나가사키, 이번에 못 간 아키하바라, 최소 두어번은 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일본을 떠나 이번 여행에서 짧은 여정의 아쉬움을 맛보다 보니 나름의 장기 여행에 굶주리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여름에 모두 일주일 휴가를 가는 만큼 올해는 그 휴가를 잘 이용해서 한 10일 정도 좀 멀리 떠나볼까 싶다. 이제는 아시아를 벗어나서 아프리카 혹은 남미 쪽을 한번 노려볼까? 그때까지 이 키보드는 잠시 봉인해두고, 나는 다시 현재로의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월요일을 기다리는 그 삶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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