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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Sep 05. 2015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51

@ Hanoi, Vietnam(Halong Bay Cruise Tour)

어제 밤에는 다른 여자애 하나가 도미토리에 더 들어왔다. 여인 둘에 남자 하나, 모두 잠옷을 입고 있는 어찌보면 므흣한 상항이지만 익숙해서 그딴 거 없다. 영국 여자애 이름은 샬롯이다. 이런 이름을 실제로 쓰는 사람이 있다니.

셋이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항상 여자와 대화가 편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남자는 위계질서와 권위주의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 남자 선배들과도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던 거 같다. 물론 또 그렇다고 엄청 나쁜 것도 아니었다. 불가근 불가원의 정치적인 관계라고나 할까.

샬롯은 베트남에서 1월부터 일하다 지금은 한 달째 여행 중이란다. 홀로 고독을 즐기는 스타일이 나랑 잘 맞아서 금세 친해진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칠레 여인 피아는 약간 등외시 된다. 샬롯에게 베트남 마을 몇 군데를  추천받는다. 처음 들어본 동네다. 경험상 10명이 추천하면 별로인 경우가 많고, 한명만 추천하는 곳은 나와 맞는 경우가 많기에 일단 적어놓는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그리고 이번 여행이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10시쯤 저녁 인사를 하고 불을 끄고 커튼을 닫는다. 내일 일정이 있으니 일찍 자고 싶지만 잠이 잘 안 온다. 오늘 무척 피곤한 날이었는데 왜일까.

잠을 설치고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사람들이 안 깨게 조용히 일어나서 10초 세수를 마친 후 가방을 싼다. 오늘은 바다를 가는 날이기에 수영복은 작은 가방으로 옮긴다.

어제 샬롯에게 여행책자도 두개 물려받았다. 하지만 이중 작은 것만 챙기고 큰 거는 다른 여행자가 가져갈 수 있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온다. 큰 거는 어차피 나한테 사치인 거 같다. 들고 다니기도 힘들뿐더라 사실 그리 많이 볼 거 같지도 않다.

7시가 되기 전에 록의 호텔로 간다. 가는 길에 보니 아침부터 비아호이를 마시는 현지인들이 보인다. 낮술은 이해하지만 새벽 술은 좀 당황스럽다. 호텔에 가니 록은 자는지 없고 다른 친구가 있다. 조금 일찍 와서 기다리면서 어제 글을 올려보지만 와이파이가 느려서 안된다. 베트남 수도가 왜 이래.  조금 시도해보다 포기한다.

오늘 투어 비용 80달러와 내일 버스표 14달러, 총 94달러를 지불한다. 아 이거 진짜 목돈이다. 나 혼자라면 그냥 하롱베이에 가서 일일 투어나 이런 걸 했겠지만 어차피 하기로 한 거니 아까워말고 최대한 즐겨보자. 다이빙과 비슷한 가격이니 그 정도 액티비티 한다고 생각하지 뭐.


베트남 동으로  내려하는데, 이 친구 환율을 21.8로 계산한다. 어제 록은 21.0으로 했고, 아무리 많이 쳐도 21.5로 하는데 이놈 뭐지. 내가 항의하니 오늘 환율을 알려준다. 환율은 알지. 그럼 내가 여기서 환전해도 21.8 기준으로 너네가 줄 거냐라고 되물으니 당당하게 그렇단다. 아 그래?

백 달러 남은걸 모두 주고 잔돈은 21.8로 계산해서 달라고 한다. 순간 얼굴에 당황하는 표정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나저나 이 마지막 100달러는 남겨놓으려고 했는데 졸지에 환전을 하게 됐다. 21.8이면 은행 환율이니 뭐 나쁘지는 않다.

근데 라셸과 데이브는 왜 안 내려오지? 7시가 넘어서 나도 식당 위치를 물어보고 내려간다. 이미 이 커플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다. 록이 없으니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구나. 아침 인사를 하고 나도 옆에 앉아 아침을 같이 먹는다.

어제 뭐했냐며 안부 인사를 하는데, 라셸은 어제 내가 갔던 그 베트남의 성균관 사원에 갔었단다. 어? 나도 거기 갔다고 하니 심지어 나를 그곳에서 봤단다. 아 그럼 아는 척을 하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방해하기 싫었단다. 이런... 뭔가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런 배려를 해주는 게 고맙다. 이런 분들이면 같이 일행으로 다닐 오늘 일정도 기대된다. 그래 80달러 따위, 큰 돈 아니지.

둘은 짐을 싸러 다시 올라가고 나는 식사를 마치고 로비로 간다. 조금 있다 둘 다 내 세컨백만한 자그마한 가방을 각자 가지고 내려온다. 스태프가 메인 가방은 어디 있냐고, 여기에 맡기라고 하니 이 가방이 전부란다. 내 귀를 의심한다. 한 달 여행한다더니 이게 가능한 건가? 어제 샬롯 그 친구도 내 가방을 보더니 놀라며 자기 가방을 보여줬는데 메인가방만 내 가방의 두배였다. 이 두 분 진짜 대단하다.

8시쯤 되니 가이드 같은 사람이 한분 와서 우리를 데려간다. 작은 봉고차에 올라탄다. 둘이 같이 자리를 잡고 내가 그 앞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타면서 두 명 자리는 내가 양보하고 옆에 1인석으로 옮긴다.

라셸과 데이브의 질문은 항상 뭔가 깊다. 한국의 실업률과 결혼관 등에 대해 나에게 물어본다. 나도 내가 생각하는 거를 얘기한다.

대학교 때 교양영어 시간에 교수님이 생뚱맞게 엥겔스의 '국가, 가족, 그리고 사유재산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으라고 시킨 적이 있었다. 영어 수업이었음에도 한글로 읽어도 된다고 그저 어떻게든 읽기만 하라고 했었다. 마르크스의 절친인 엥겔스의 책이다 보니 당시만 해도 금서여서 진짜 표지가 빨간 책을 구해서 읽었었다. 그리고 그 책이 어찌 보면 내 가치관의 큰 부분을 바꿨다.

관습이라는 것은 부정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 테두리 안에서 살다 보면 모든 것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진다. 때가 되면 결혼하는 거고 또 때가 되면 아이를 낳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책은 사상을 얘기한 게 아닌 그냥 가족, 국가 그리고 사유재산이 말 그대로 어떻게 기원됐는지를 연구한 인문과학 서적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결혼이라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이유가 있어서 인간이 만든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건 막상 자연의 순리는 아닐 수도 있다. 또 그렇다면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꼭 안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당연한 건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당연하다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는 거에서부터 자기발견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리스의 한 철학자가 얘기했듯이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아는 것도 가능해진다. 부정하고 부정하고 부정하고 다시 고민을 해야 진짜 내 생각이 나온다. 설사 그 결과가 기존과 같다 하더라도 그 가치관이 갖는 무게감이 달라진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정말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나는 항상 되묻고는 한다. 진정한 사랑은 왜 꼭 25살에서 35살 사이, 결혼 적령기에 나타나는 건지. 나는 진짜 사랑이라기보다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관습이 무의식에 작용해서 사랑이라는 포장을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진정한 불타는 사랑을 한 결혼을 하고 싶지만 솔직히 대부분은 자기 자신한테 속은 거라 생각한다. 물론 그럼에도 사랑이란 복잡한 거라 결혼 후에 사랑을 할 수도 있고 또 잘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 독신임을 주장하게 되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이 관습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믿었고, 그러하기에 독신으로 살다 이 독신을 깨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싶었다. 어찌 보면 좀 가벼운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내 20대는 이러한 가치관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당시 연애할 때도 사랑한다는 얘기를 절대 안 했었다. 나쁜 남자다.

지금은 사실 잘 모르겠다. 큰 논리에는 변함이 없긴 한데, 나도 어차피 그 관습에서 벗어나는 건 어렵지 않나 싶다. 지금은 다른 게 아닌, 친구들이 전부 다 결혼해서 애를 낫고, 그러다 보니 술 한잔 하기에도 눈치 보이는 상황이 되어서 나도 뭔가 안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욕구에 지고 싶지 않지만 사실 사람이 순수하게 정말 이상적으로 자기만의 생각을 갖는다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게다가 지금 만나는 사람은 내 기준에서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6년간 되물으면서 내린 결론이지만 그럼에도 이 또한 완전히 순수한 내 생각은 아닐 거다.

데이브가 한국에 돌아가면 이제 뭐할 거냐고 여행중 금기질문을 묻는다. 모르겠다. 아직은 진짜 모르겠다. 10일이 더 남았다고 돌려 대답한다. 라셸이 갑자기 나보고 정치를 하란다. 정치는 아무나 하나. 게다가 나 같이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가치관의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진짜 아무나 하나.

가이드가 앞으로 나서더니 마이크를 든다. 그리고 자기 소개를 하더니 지금 떠나는 하노이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한다. 이런 가이드와 함께 하는 것도 나름 신선하다. 80달러라 비싸다고 생각했더니 진정한 투어였나 보다.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또 한 번쯤은 괜찮겠다 싶다.

하노이 인구가 70만 명인데, 하노이에 있는 오토바이가 50만 개란다. 그냥 어린애들 빼면 성인 한 사람이 하나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길거리에 그렇게 많이 보이겠지. 여기서 오토바이 관련 사업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사업 자금은 어쩌고. 정신 차리자.

하노이를 벗어나서 버스는 달린다. 배에서는 무조건 2인실이라 누구와 쉐어해야 한단다. 뭐 그거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제 샬롯한테 들으니 선상 1박의 제일 싼 패키지는 50달러 정도이고 자기가 그 투어를 했었는데 정말 최악이었다고 한다. 70달러 밑으로는 안 하는 게 좋다고 나에게 조언했었다. 나는 80달러를 냈으니 그래도 좀 괜찮은 투어를 기대해봐도 되겠지?

공장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더불어 한글도 보인다. 그러다 한 공장 이름이 눈에 띈다. Foxconn? 많이 들어봤는데 뭐더라. 아! 아이폰 생산공장이다. 믿고 본다는 베트남발 루머가 다 바로 여기서 나온 거구나. 나도 여기서 루머 하나 물어가야 하려나. 삼성 공장들도 다 이쪽에 몰려있나 보다. 한국 식당들도 보이고, 큰 트럭 등 한글이 각인된 물류차들도 상당히 많이 지나다닌다.

한참 가던 버스는 한 곳에서 25분을 쉰다며 멈춘다. 내려보니 쇼핑센터다. 피식 웃음이 난다. 진짜 패키지 투어를 온 거구나. 이거 나름 첫 경험이다. 라셸과 데이브도 이런 투어에 질색한다. 돌이켜보니 이 커플과 서로 배려하다가 우리 모두에게 비싼 이 투어를 신청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하롱베이 가서 신청해도 50달러 이상이고 매우 안 좋았다고 하니 쇼핑 한 번에 너무 단정 짓지는 말자.

데이브가 커피를 마시기에 카페라떼를 같이 한잔 마신다. 4만 동이라 너무 비싸서 안 마시려다가 혼자 안마시기 뭐해서 마신다. 이런 것들 때문에 사실 혼자 다니는 게 편하긴 한데 뭐 오늘은 괜찮다.

버스를 타고 다시 출발한다. 한참을 달리더니 12시 반에 한 곳에서 멈춘다. 가이드가 뭐라 뭐라 하는데 발음이 알아듣기 힘들다. 눈치껏 보니 여기서 내리는 듯하다. 근데 모두 내리는 게 아니라 우리 일행 3명과 남자 한 명 이렇게 4명만 내린다.

내려서 조금 기다리니 버스와 가이드가 한 명 온다. 가이드는 영어를 더 잘하고, 버스는 매우 럭셔리하다. 아마 이번에 내린 4명이 더 좋은 패키지로 이동하는 것 같다. 아늑한 버스에서 시원한 에어컨을 쐬니 80달러의 값어치가 드디어 느껴진다. 그래, 나도 오늘은 돈 좀 쓴 여행자라 이 말이다. 록이 그래도 똥을 주지는 않았구나.

버스를 타고 항구로 간다. 럭셔리 한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곳이다. 여기서부터 시작인 걸까. 한 곳에 가니 여행자들이 모여있다. 아까 같이 내린 페루남자 '호헤이'와 우리 3명은 자연스럽게 일행이 된다.

그곳에서 혼자 온 한국인 여성분을 만난다. 혼자서 여행을 오시지 않을 포스이신데 뭔가 혼자 분위기 있게 앉아계신다. 얘기를 해보니 혼자 오셨고 같은 배를 탄단다. 이분도 자연스레 우리 일행이 된다. 영어로 말하는 건 좀 부족하시지만 듣는 거는 충분하셔서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정말 가끔 한 번씩 통역만 해드리면 된다.

조금 기다리니 배를 타러 가잔다. 일행들과 가보니 작은 배가 있고 그 배를 타고 좀 떨어져 있는 모선으로 이동한다. 오늘 밤 머물 크루즈 배를 보니 기분이 들뜨기 시작한다. 돈을 낸 만큼 의미가 있는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가 된다.

배에 오르고 크루즈 배가 출발한다. 사실 여기가 이미 하롱베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작은 돌로 된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배가 고프다. 1시 반인데 왜 밥을 안 주는 거니.

식당으로 들어서는데 물수건부터 하나씩 준다. 이런 고급스러운 대접 익숙하지 않다. 들어서니 호텔 레스토랑 같은 고급스러운 식당이 기다리고 있다. 5명 자리가 딱 있기에 오늘부터 일행이 된 5명이 같이 앉아서 대화를 하고 있으니 요리를 하나씩 가져다준다. 말로만 듣던 코스 요리다. 역시 익숙하지 않다. 라셸과 데이브는 신나서 벌써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낮술은 웬만하면 안 먹기에 유혹은 있지만 패스한다.

호헤이가 한국 여성분에게 은근한 관심을 가진다. 역시 한국 여성분들은 어디가나 인기가 많다. 게다가 이분 아름답고 조신한 게 딱 봐도 인기 많겠다. 아무리 그래도 47살의 페루 남성과 이어지는 건 좀 그렇지. 요즘 여행자들 보면 다 동생 같아서 자꾸 지켜주려는 것도 문제긴 하다.

식사는 꽤나 괜찮다. 사실 그렇게 비싼 게 있지는 않지만 생선조림부터 나름 구색은 갖쳐져있다. 음식이 사실 그렇게 맛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니 기분이 좋다. 거기에 바깥의 풍경도 멋지다.

모든 여행자가 그렇듯이 한국 여성분도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지만 굳이 묻지는 않는다. 말하고 싶으시면 하겠지. 데이브와 라셸의 개인적인 얘기도 처음 듣는다. 뉴질랜드에 있는 데이브의 집을 보여주는데 정말 화려하다. 한번 가보고 싶다. 얘기를 하니 아무 때나 오라고, 오기만 하면 자기가 알아서 다 해주겠다고 한다. 말하는게 정말 그럴 것 같다. 한번 가볼까? 뉴질랜드 여행기를 한번 써봐? 살짝 유혹이 든다. 하지만 이번 여행도 안 끝났는데 무슨 벌써 다음 여행을 생각하냐. 현재에 충실하자.

방키를 나눠 주고 가방을 놓고 오라지만 난 그냥 식당에 남아 있는다. 이 좋은 곳에 와서 방에 왜 간다냐. 일초라도 바깥에 있는 게 남는 장사다. 나는 호헤이와 같은 방을 쓰게 됐다. 호헤이가 방에 가 있는 동안 나는 그냥 자리에 머문다.

생선을 포크로 먹으려니 성질이 뻗쳐서 안 되겠다. 젓가락을 달라고 요청하니 좋은 생각이라며 나를 따라 모두 달라고 해서 다 같이 젓가락질을 시작한다. 호헤이는 젓가락질이 익숙하지 않다. 내가 가르치고 싶지만 굳이 또 한국 여성분한테 배우겠단다. 흑심이 보이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고 귀여운 흑심이다.

밥을 다 먹으니 방에 갔다 2시 40분까지 나오라고 알려준다. 어차피 수영복을 입어야 해서 방으로 가보니 굉장히 럭셔리한 방이 기다리고 있다. 에어컨이 있고 화장실이 딸려 있는 방이다. 이 방만으로도 20달러는 하겠다. 룩 그래도 진짜 좋은 구성을 잡아주긴 했다.


방에 가서 짐을 풀고 2시 반쯤 나온다. 사람들이 이미 몇 명 나와서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그들과 합류해서 기다린다. 햇볕이 강하다. 더 타면 노여사한테 혼난다. 그늘 속에 숨어서 하롱베이를 감상한다. 느긋하게 보는 첫 하롱베이의 모습이다. 바다 주위에 생뚱맞게 우뚝 솟아있는 돌섬들이 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그 섬들마다 아랫부분은 파도 때문인지 침식되어 있는 모습도 굉장히 특이하다. 마치 인위적으로 깎아놓은 듯하다.


여기 바다가 굉장히 특이하다. 이거 바다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하다. 파도가 아예 안 보인다. 이런 바다가 가능한가? 아마도 이런 특이한 바다가 이런 섬들이 형성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아님 거꾸로 이런 섬들 때문에 바다가 이리 고요해진 걸까? 닭아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싸움이군.

첫 번째 정착지에 도착한다. 가이드가 깃발을 들고 내린다. 이 깃발을 따라다니란다. 햐, 이것도 첫 경험이다. 말로만 듣던 깃발 따라다니기 체험이다. 이왕 이리 된 거 오늘 패키지 투어를 제대로 체험해보겠어. 하롱베이 투어가 아닌 투어의 투어이다.

첫 관광지는 동굴이다. 다 같이 높은 계단을 올라가서 동굴로 들어간다. 동굴이 꽤나 넓다. 꽤나 넓은 정도가 아니라 광활하다. 라오스에서 혼자 갔던 그 동굴의 두배는 넘을듯한 넓이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도 많다. 확실히 유명 관광지고 투어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그런지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깃발을 쫓아다니고 있다. 나도 질 수 없지. 아기 새들이 어미새를 쫓듯이 열심히 깃발을 따라다닌다.

항상 봐서 익숙하지만 내가 해보지는 않았던 체험들이 이어진다. 한 곳에 멈춰서 '자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세요'라고 일러주면 우루루 모여 사진을 찍는다. 확실히 그런 포인트들이 사진의 명소긴 하다.

라오스에서는 낙서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곳에서는 이런 저런 언어로 낙서가 꽤나 보인다. 하지만 한글은 안 보인다. 다행이다.

넓고 좋은 동굴임에는 확실하지만 확실히 라오스에서 혼자 갔던 동굴만큼의 임팩트는 없다. 모험의 느낌이 전혀 안 난다. 가이드가 있으니 어쩔 수가 없을 거다. 여기도 동굴 속의 종유석 모양마다 동물의 모양을 찾아서 각종 이름을 붙여놨다. 왜 인간들은 자꾸 자연에서 뭔가 쓸데없는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걸까.

동굴을 떠나면서 티셔츠를 하나 구입한다. 올 때 셔츠를 하나밖에 안 가지고 와서 저녁에 입을게 없다. 게다가 어차피 셔츠가 두개 밖에 없는지라 하나 더 있어서 나쁠 거 없다. 물어보니 5달러 정도인 것이 썩 나쁜 가격도 아닌 듯해서 라셸과 데이브의 의견을 듣고 빨간 셔츠를 하나 산다. I love Vietnam이라고 크게 박혀 있다. 어차피 여행 다닐 때와 집에서 잠옷으로 밖에 못 입을 거다.

다시 작은 배를 타고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두 번째 액티비티는 카야킹이라고 들었다. 멀리서 보니 한쪽에 카야킹 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고 사람들이 노를 젓는 모습들이 보인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카약에 올라탄다. 나는 한국 여성분과 같이 카약에 올라탄다. 이분을 노리는 수 많은 남성분들의 시기 어린 눈빛이 느껴진다. 여기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좀 이어줘볼텐데 정말 오늘은 괜찮은 남자가 안 보인다. 아쉽군.

이 카약킹 뭔가 근데 좀 생뚱맞다. 목적이 없다. 아마 하롱베이의 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가까이서 결험해보는 것이 목적인 거 같긴 하다. 하지만 목적지가 없다 보니 어디를 갈지 애매하다. 이게 어찌 보면 참 로맨틱한 상황이지만 난 그런 거 없다. 여성분이 카약은 첫 경험이시라기에 노 젓는 방법만 열심히 가르쳐드린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할 것! 그래도 하나의 목적지는 있다. 해를 피해 그늘 속에서 숨어 다닌다. 우리 한국인은 타면 안된다.

라셸과 데이브도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게 보인다. 적당히 젓다가 그냥 세워놓고 바라본다. 지금 이것 만큼은 노여사와 같이 해었으면 싶다. 혹시 유혹하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여기를 데리고 오라고 추천해야겠다. 이 바다에서 단 둘이 카약에 올라타서 하롱베이의 섬들을 보는 것, 얼마나 로맨틱한가. 물론 난 아니다.

40분만 하고 돌아오라고 했기에 칼같이 지켜서 돌아온다. 한국 여성분은 하드트레인 시켜서 이제 노를 잘 젓는다. 교육시키느라 마지막 돌아갈때는 난 안 젓고 편하게 이분이 저어서 돌아간다. 우리나라는 장유유서지. 그럼 그럼.

자 다시 이동이다. 투어는 뭔가 끊임없이 다음 액티비티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해변으로 간단다. 무슨 원숭이가 나오는 해변이라는데 가이드 영어 발음이 안 좋아서 잘 못 알아듣겠다.

해변은 해변이다. 그렇지, 해변은 해변이다. 코리뻬를 안 갔다 왔다면 좀 더 예쁘게 봐주었으려나? 뭐 하롱베이를 해변 때문에 오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이 섬들 사이에 모래 해변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좀 특이하다. 해변 자체도 좁고 그래도 어쨌든 해변인데 물도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

베트남의 날씨는 생각보다 많이 덥다. 습기가 많아서 더 덥게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물이 더럽든 깨끗하든, 에라 모르겠다. 한국분은 수영을 못하신다기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옷을 벗어던지고 물 속으로 뛰어든다. 여기는 금방 깊어진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사람들과 수영하고 논다. 외국인들은 거의 다 수영을 할 줄 안다. 어릴 때부터 여행을 많이 다니기 때문일까.

라셸과 놀고 있는데 데이브가 나가더니 한국분을 설득해서 물에 들어오게 한다. 능력도 좋으셔라. 나중에 데이브에게 뭐라 했냐 물어보니 "이곳에 언제 또 올지 모르지 않느냐. 이 물에 또 언제 들어가보겠냐."라고 얘기를 했단다.

데이브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사진기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내가 다니는 여행과 70세에 다니는 데이브의 여행은 같지만 다른 여행일 거다. 진정으로 현재를 사는 여행이다. 사진을 찍어 무엇하랴. 데이브를 바로보고 있으면 항상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음이 느껴진다. 데이브 말대로 이곳을 언제 다시 올수 있을까. 하지만 또 이게 여행에만 국한된 걸까. 데이브를 보면서 내가 항상 생각하던 'Carpe Diem'과 'Memento Mori'를 모두 느낀다.

수영도 40분이다. 나와서 몸을 닦고 옷을 입은 후 다시 크루즈 배로 복귀한다. 벌써 6시다. 뭔가  정신없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여유는 없지만 그래도 뭐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가이드가 씻고 6시 40분에 식사를 하러 나오라고 일러준다.

씻고 좀 일찍 나오다 데이브와 마주친다. 내 빨간색 티셔츠를 보고 빵 터진다. 이거 너무 정렬의 색으로 골랐다. 베트남에서 조차 입기 불편할 정도다. 그래도 뭔가 얼굴의 검은색과 옷의 빨간색의 조화가 귀엽다,라고 혼자 생각한다.

데이브가 배의 꼭대기로 같이 가자고 한다. 가는 길에 맥주를 사면서 내 것도 하나 사준다. 같이 계단을 올라가니 선베드가 여러개 펼쳐져 있고 한쪽에서는 일몰의 극장이 열리고 있다.

일몰은 어디서 봐도 멋지지만 이 몽환적인 섬들 사이로 떨어지는 해는 특히 더 아름답다. 해보다는 그를 따라 다니는 노을이 멋지다. 둘이 잠시 앉아서 멍하니 보고 있으니 라셸이 합류한다. 셋이 멍하니 일몰을 바라본다.

하지만 투어에 여유란 없다. 밥 먹으러 내려오라며 가이드가 부른다. 그래, 가야지. 무거워진 엉덩이를 들고 아래로 향한다. 사람들이 이미 꽤나 모여있다.

첫 번째 식사는 스프링롤, 즉 넴을 직접 만들기 체험으로 시작된다. 가이드가 먼저 시범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쌀종이를 물에 담그는 반면 이곳 본토에서는 물수건을 깔고 그 위에 쌀종이를 올려서 굳어진 것을 풀어준다. 그리고 식탁 위에 펼쳐진 각종 재료들을 마음껏 담는다. 그 후에는 열심히 말아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이 가이드 아까부터 계속 저급한 성적인 농담을 일삼는다. 조금 듣기 거북하다. 아니 많이 거북하다. 한국 여성분한테도 몇 번 그런 농담을 하는데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못 알아들으신다. 한번 더 그러기에 내가 정색을 하고 한번 얘기한다. 라셸이 계속 불편해하다 내가 그러니 거든다. 적당히 좀 하자 이놈아.

넴은 하나만 만들고 만다. 딱히 막 맛있거나 그러지도 않거니와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있으니 그 이상 만들기가 녹록지 않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다. 내놔라! 내 80달러 값어치의 저녁을 달라!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고 사람들도 돌아와서 같이 식사를 시작한다. 확실히 점심보다는 식사가 훨씬 좋아졌다. 오징어 튀김, 샐러드, 나물, 등 뭔가 하나 강력한 게 있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나와서 생각보다 꽤나 먹을만하다. 총 9개의 접시가 나온다.

밥을 먹으니 가이드가 뭔 트위스터 게임을 하잖다. 여자를 만질 수 있는 기회라나. 이 친구 경고해도 배우는 게 없다. 이 가이드는 성격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가끔 이런 농담이 거북하다.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 농담을 왜 그리 끊이멊이 하는 걸까. 이게 쿨하다고 생각하려나. 그냥 사람들을 데리고 아까 그 선상으로 올라간다. 가는 길에 맥주를 하나 사고 간다. 이 맥주 하나가 4만 동이고 패키지 가격인 80달러와는 별개인지라 좀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본격적인 저녁 파티가 시작된다.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눈다. 한국 여성분은 슬쩍 보니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있기에 신경을 끈다. 영어를 아주 못하시는 것도 아니고 굳이 더 챙겨드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나는 데이브와 라셸과 앉아서 얘기를 나눈다.

어쩌다 보니 한국의 얘기로 이어진다. 나는 한국을 사랑하지만 한국을 자랑스러워하지는 않는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발전과 현재 정치의 문제점, 특히 민주주의가 정착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역사와 문화를 설명한다. 민주주의는 교육을 기반으로 한 시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과 자유로운 언론, 이 두개가 없으면 종교 같이 그냥 파워를 유지하기 위한 아주 좋은 수단으로 밖에 이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둘 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한쪽에서는 이제 게임이 시작되었다. 근데 술 먹는 게임도 아니고 그냥 목적 없는 스피드 게임 같은 것을 즐기고 있다. 뭔 여기까지 와서 게임이냐. 저녁이 늦어지면서 라셸은 어느 순간 방으로 돌아가고 데이브와 둘이 얘기를 한다.

데이브에게 내가 사랑 고백을 한다. 내가 70살이 되었을 때 데이브처럼 되고 싶다고 수줍어하며 얘기한다. 그 나이에도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여유와 나처럼 나이가 자신의 반 밖에 안되는 사람 하고도 친구를 맺을 수 있는 열린 마음, 그리고 특히나 자유여행이 가능한 그 건강이 진심으로 부럽고 멋있어 보인다. 행복이 다른 걸까.

나이가 있는 사람하고의 대화는 항상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데이브는 2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지금은 상도 여러 개 탔다고 수줍게 자랑한다. 70세에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데 지금의 내 나이가 너무 늦다고 주저하는 내 자신을 반성한다. 여행 다니다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당연한 진리와 자주 마주치게 된다. 진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어린 것도, 많은 것도 무엇의 제약이 될 수는 없다.

삶을 살면서 예술적인 가치를 하나는 키우는 것이 여유 있게, 그리고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예술이란 목적이 아닌, 말 그대로 그 순간을 즐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하면서 가끔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나만을 위한 행위이다. 여행 다니면서, 글을 쓰면서 나름의 재미와 행복을 느낀다. 나에게 예술은 글일까. 업이 아닌 사람에게도 예술적인 취미는 필요하다. 한국 가서도 취미로 글을 써볼까 싶다. 아니면 그림을 그려볼까. 노여사와 같이 그림 학원을 다니는 것도 재미있겠다. 하지만 같이 하고 싶어 하지는 않겠지.

그러고 보면 무의식적으로 내 나이가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는 늦었다는 생각을 많이 한 거 같다. 이제는 새로운 배움이 아닌 이미 배운 것을 활용하는 단계, 책임을 져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역시 백번의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을 보는 것이 깨우침이 크다. 데이브를 보며 느끼는 바가 많다.

뭔가 대화를 하면서 신기하다. 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나이가 내 두배기에 존중하려 하고 공손하려 하지만 어른이 아닌 친구로 여겨진다. 데이브 또한 우린 친구라고 한다. 진짜 뉴질랜드를 가볼까. 노여사와 함께 가면 매우 반겨줄 거 같다. 하지만 이런 공허한 약속은 '우리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지'처럼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안다.

10시쯤 되니 아무래도 데이브는 피곤한지 숙소로 돌아간다. 현재에 충실한 데이브는 자신의 마음이 내키는데로 움직인다. 보통 사람들은 일행을 신경쓰며 같이 가야 하나 소심하게 지켜보지만 데이브는 피곤하니 그냥 '나는 이만 자러 가'라며 쿨하게 얘기하고 사라진다. 난 좀 더 있고 싶은데 이곳의 어린 젊은이들은 게임에 삼매경이다. 나도 그냥 합류해서 게임을 해본다. 근데 이거 진짜 왜 하는 거지. 뭐 나름 나쁘지는 않은데 굳이 여기서 이걸 왜 하고 있나 싶다. 뭐 그래도 열심히 참여한다. 어플을 이용해서 핸드폰을 이마로 올리고 나오는 단어를 사람들이 설명해주면 맞추는 방식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 여성분도 아직까지 남아있다. 영어를 잘 못하시지만 다들 이해해주면서 같이 어울린다.

하지만 진짜 목적이 없는 게임이다 보니 좀 하다 지친다. 11시쯤 돼서 모두 파하고 자러 내려간다. 혼자서 조금 더 있을까 싶다가 나도 내일 일출을 보려면 지금 자야 할거 같아서 내려가기로 한다. 그리고 여기 생각보다 덥다. 왜 이리 더운 거지.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방으로 들어온다. 호헤이는 이미 자고 있기에 조용히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눕는다. 호헤이, 옆에서 스페인어로 자꾸 뭐라고 잠꼬대를 한다. 나름 귀엽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친구도 나보다 10살이 많지.

하롱베이 크루즈 배에서의 첫날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평범했지만 나름 즐거웠다. 최소한 온 게 후회되지는 않는다. 사실 어찌 보면 하롱베이 자체는 그리 큰 감동이 있지는 않다. 크루즈 배에서의 체험이 조금 더 즐거웠던 거 아닌가 싶다. 내일은 무슨 굴 체굴을 하러 간다고 한다. 그냥 조용히 배에서 쉬고 싶은데. 사실 얘기를 하고 빠지면 되는데 이게 또 돈을 내고 하는 투어이다 보니 그러기에는 아깝다는 심리가 생긴다. 그래, 나도 이번 일박이일은 여행이 아닌 관광을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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