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잇티레터

고립청년 지원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5가지 영역

vol1. 높은산을 오르려면 준비운동이 필요해

by 향기찾기

잇티(itT)의 탄생


잇티(itT)는 'impact tracking Training'의 약자예요. 저희 두 에디터는 임팩트 베이스캠프(IBC)라는 이름의 사회문제 탐구 프로그램에서 만났는데요. 이제는 베이스캠프를 떠나 기나긴 임팩트 트레킹을 시작하면서, 지속적으로 같이 훈련해보자는 의미를 담아 잇티(itT)를 만들게 되었어요. 잇티 레터는 저희의 꾸준한 스터디를 위한 장치입니다. 사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에 대한 관심 단계를 넘어서 더 깊게 파고들어가 보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에디터 '아기'입니다. (응애가 되고 싶은 건 아니구요.) 제 본명의 한자 뜻 '아름다운 향기'의 줄임말이에요!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선함이 묻어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닉네임을 아기로 지어봤어요. 저는 멘탈헬스, 심리와 사회문제의 관계, 청년고립, 배리어 프리, 재활심리, 장애수용 등의 주제에 관심이 있어요. 잇티 레터를 통해 관심 영역을 더욱 뾰족하게 다듬어가고 싶습니다.


잇티 레터 첫 번째 발행 호의 주제는 '청년'입니다. 청년 문제, 이 넓은 주제에 대해 저희는 각각 '청년 여성 노동'과 '청년고립'이라는 세부 주제를 학습해 보았어요. 아픔마저 아름답게 포장되어야 할 것 같은 시기, 청년들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을까요? 혹은 그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있을까요?


올 여름 저는 대학 비진학 청년들을 만나며,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니즈를 탐색해 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사람들은 ‘건강한 커뮤니티’를 가장 필요로 한다는 핵심니즈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니트(NEET) 상태나 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들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니트생활자의 실무자 또한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고립청년을 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관심이 생겼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어서 학문적인 근거를 좀 더 알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홍콩 폴리테크닉대학교 간호학과 졸린 융의 연구 논문 <CHIME 프레임워크를 통한 히키코모리 경험 이해>를 읽어보았습니다. 고립청년의 심리사회적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어서 CHIME 프레임워크의 적용 가능성을 연구한 논문이에요.


회복(recovery) 개념

‘CHIME 프레임워크’는 정신 건강 회복에 사용된 프레임워크에 대한 87개의 논문을 종합한 것으로 현재까지 ‘개인 회복’ 과정을 가장 포괄적으로 묘사한 모델입니다. CHIME 프레임워크는 문화적 다양성, 우울증, 미술 치료와 같은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한 연구에서도 주로 사용되어 왔어요. 여기서 ‘개인 회복(Personal recovery)’은 "태도, 가치관, 감정, 목표, 기술, 그리고 역할을 변화시키는 매우 개인적이고 독특한 과정으로 질병으로 인한 한계가 있더라도 만족스럽고, 희망적이며, 기여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정의되는데요(Leamy, M, 2011). 회복(recovery) 개념은 정신건강에 대한 기존 의료적 관점의 대안으로 등장했어요. 정신질환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또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관해 구체화 한 주요 이론적 원리입니다(Bland, R, 2013). 회복 개념의 핵심포인트는 정신질환이 있음에도 잘 사는 것(living) 그리고 개인적인 삶의 질(wellbeing)이 증상을 치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데에 있어요.


고립청년 케어를 위한 ‘CHIME 프레임워크’-5가지 영역

연구 결과 고립청년들은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정체성의 결핍을 느끼며,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수동적 공격성, 내성적인 성격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어요. 저자는 이러한 고립청년들의 페인포인트를 해소하고 그들의 회복을 돕기 위한 지침으로 아래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연결성 (Connectedness):

연결성은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적 유대감,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받는 지지를 의미합니다. 고립청년은 일반적으로 가족 외의 사람들과 거의 소통하지 않으며, 사회적 지지체계가 부족한 상태이죠.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사회적 관계를 서서히 재구축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 필요합니다.

△Support from peers/others △Relationships, relationship dynamics & Disconnectedness △Part of the community △Social withdrawal △Social anxieties △Trust building


희망과 낙관성 (Hope and Optimism):

희망과 낙관성은 개인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변화를 시도할 동기를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랜 고립 경험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는 사회에 나갈 수 없다”는 부정적 신념을 갖게 하고 절망감에 빠져 있게 합니다.

△Belief in recovery △Motivation to change △Positive thinking and valuing success △Having dreams, ambitions, and aspirations △Hopelessness

자기정체성 (Identity):

자기정체성은 긍정적인 자아 정체성 재구축과 낙인 극복을 의미합니다. 고립청년은 보통 자신이 속한 사회적 위치나 역할을 잃어 스스로를 '무가치한 존재'로 느끼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곤 하는데요. 이들은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기회, 그리고 직업이나 학업 외에도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을 필요로 해요.

△Dimensions of Identity such as gender or social class, personal attributes/identity/characteristics △Rebuilding/redefining positive sense of identity △Overcoming stigma

삶의 의미 (Meaning in Life):

삶의 의미는 핵심적으로 정신 질환 경험(고립은둔 경험)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을 말합니다. 정신 질환 경험의 의미, 영성, 삶의 질, 의미 있는 사회적 역할과 목표, 그리고 삶을 재구축하는 차원을 포함해요.

△Meaning of hikikomori experiences; duration of social withdrawal, activities in daily life, feelings/thoughts △Spirituality △Quality of life △Meaningful life and social goals/roles △Rebuilding life


임파워먼트 (Empowerment):

임파워먼트는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더 큰 통제권을 가지며, 자신이 가진 능력과 강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고립청년들은 종종 행동이나 결정에 대한 책임감을 상실하고, 주변 환경 탓을 할 하게 되는데요. 따라서 자율성을 제공하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유능감을 느끼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Persinal Respinsibility △Control over life △Focusing on Strengths


삶의 의미란? 아픔도 전문성이 되나요?

위 다섯 가지 영역 중에서 저는 특히 ‘삶의 의미’ 영역이 인상깊었어요. 정신 질환 경험 자체로부터 이해나 의미를 찾는 과정 말이죠. 개인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던 의미치료의 창시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떠올랐습니다.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쓴 책에서 저자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달려있다”는 말을 했는데요. 자극에 다르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그 자극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가 필요합니다. 물론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의지로 돌리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문제의 당사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정신 질환과 고립 은둔이라는 자극을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봐야 할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의 의미’ 차원의 회복 프로그램을 훌륭하게 진행하고 있는 조직이 있어요. 바로 ‘멘탈헬스코리아’입니다. 멘탈헬스코리아는 정신건강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비영리 기관인데요, ‘피어스쿨’이라는 교육 프로그램과 ‘피어서포트커뮤니티’라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피어스쿨은 청소년 정신건강 리더십 교육 과정으로 “아픔의 경험 전문가”(피어스페셜리트스)들을 양성합니다.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정신,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지하기 위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요. 교육을 통해 스페셜리스트가 된 경험 전문가들은 코코넛(COCO-NUTs)이라는 피어 서포트 커뮤니티를 이끕니다. 자해, 자살 생존자, 자살 유족, 조현병 컨디션 가족, 가정폭력 등 12개의 메인 주제에 대해 온오프라인의 서포트 그룹 미팅이 개최되고 있다고 해요. 위 모델을 통해 정신장애 조기개입 성공률이 무려 6배 이상 올라갔다고!


청년고립문제 해결의 대표적인 조직 ‘안무서운 회사’도 ‘삶의 의미’와 ‘정체성’ 차원의 회복을 정말 잘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안무서운 회사에서는 고립은둔 경험을 감춰야할 과거가 아닌 ‘고유한 ‘스펙’이라고 재해석합니다. ‘한.일 은둔형 외톨이 지원 학습’, ‘유관기관 탐방, 견학’, ‘상담 애티튜드, 부모 코칭 실습’, ‘은둔 셀프 브랜딩’, ‘생활연극치유 자격과정’ 등의 커리큘럼을 통해 고립청년들이 자신의 고립경험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정체성을 확립하여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아픔을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경험전문가의 자질로 재해석 함으로써 지속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두 조직! 넘 멋지지 않나요?


어떠셨어요?


학습한 내용을 글로 정리하며 평소 관심 있던 다양한 대상의 연결성을 다시금 발견할 있어 좋았어요. 실제 CHIME 프레임워크를 활용한 프로그램에서 효과성 측정 결과가 미비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심리 회복에는 일정 시간이 필요한데, 고립 청년들이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려운 탓이라고 하더라구요. 당장의 효과성이 미비해 보임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프로그램의 적정 인원, 기간, 시간 구체적인 변인도 조사해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CHIME 프레임워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할 있는지 방법론적인 탐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섯가지 항목을 측정할 있는 설문지 같은 것도 서치 필요!


잇티레터 구독: https://ittletter.stibee.com/

keyword